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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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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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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아줌마 (20 )


BY 명자나무 2004-02-17

누구세요?"
오늘도 변함없이 물어보신다.

말없이 배시시 웃고만 있는 나를 보며 답답한지
아무 가게나 손짓을 하며 이집 주인 이냐고 거듭 물어본다.

그렇다고 끄덕거리면
손뼉을 짝! 소리 나게 치시며 "아~여기 주인 쳐녀예요?"
하신다.
처녀는 무슨 처녀..


일분도 안 지나서 또 "누구세요?" 한다
처음 봤을때도 정상이 아니신가보다 하면서도
물어보는 대로 답변을 해드리곤 했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얼굴이 마주칠때마다
"누구세요?" 를 물어보니 이젠 숫제 함구무언이다.

조금 웃는 얼굴이라도 하라치면 얼른 슈퍼로 오라고 한다.
안간다고 손사래를 치기도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게로 들어와 버리고 나면 어김없이 아이스크림을 두개 들고
뒤따라 들어온다.


젊은 시절에는 교회지휘자도 했었다는 말도있고
입고 다니시는 옷이나 신발을 봐도 힘들게 사신분 같지는 않은데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걸음걸이도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볼때마다 물어볼 정도로
뇌의 기능이 약간 떨어져 있는것 같았다.


눈이 마추치면 졸졸졸 따라들어와서
이것저것 말썽을 일으키신다.

손님들이 이야기 할때면 잘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끼여들어서 흐름을 방해할때도 있고,
커피나 음료수라도 한잔씩 드리면 꼭 타박을 하신다.

맛이 없다거니..
설탕이 덜 들었다거니...
시원하지가 않다거니..

드리고도 그런 소리를 듣고 있자면
은근히 부아가 치밀을 때도 있다.

슈퍼에 갔더니 누구세요 아줌마가 앉아계신다.
여기나 저기나 환영받지 못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앉는데가 안방이요 자기 집이 된다.

눈이 마주치면 누구냐고 물으면서 따라오실까봐
부랴부랴 필요한 품목 한가지를 사고는 부리나케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을쳤다.


가게에 들어와 한숨 돌리기도 전에
한 손에 아이스크림 두개를 들고 뒤따라 들어온다.

자꾸 아이스 크림 먹으라고 성화를 댄다.
비는 구질구질 오고 가뜩이나 몸도 으실으실하고
발도 시린것 같은데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종 주먹을 대니
귀찮아 죽겠다.

안 먹는다고 암만 얘기를 해도 "마이동풍" "막무가내" 다.


외롭고 쓸쓸하고 상대해줄 사람이 없어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들고 쫓아다니는 마음을
한편으로 이해가 가면서도

한번 두번 상대 해드리다 보면
떨쳐내지 못할것 같아서
자꾸 마음을 사려지고 줄어든다.


어쩔수 없다!
냉정한 내 마음을 탓할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