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일곱 명의 여자들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여러가지에 대한 욕심도 남달랐고
살아가는 방법에도 유별을 표했던 나날들이 지리하게 이어지며
저마다의 가슴속에서 비명을 질렀었고
시간의 껍질은 더 단단하게 그들을 옭아매며 걸음을 내딛었다.
이생의 줄을 놓아버린 한 명
가족이란 손을 놓아버린 한 명
욕심의 지나침에 제 스스로 등을 돌려버린 또 한 명
그리고 남은 네 명의 여자들.
그 중에서 세 명의 여자들이 마음을 드러내 놓지 않으려 애쓰며 오늘 만나게 되었다.
지난 달,
시어머님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세상적인 숫자로 본다면 여든이 훌쩍 넘으신 연세이기에
언젠가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리라 여겼지만
안경도 없이 책도 곧잘 보시고 손끝도 맵게 찬거리에 신경을 쓰시며
카랑한 음성도 언제나 마당 옆의 감나무처럼 정정하시리라 내심 안심하였기에
입원실의 노쇠한 어머님을 물끄러미 뵈었을 때는
그 모습마저도 낯설기 그지 없었다.
시집살이라고는 하기에는 뭣하지만
원래가 '시'자란 글자에도 민감한 것이 며느리들이기에
멀뚱하게 십여년을 보내고 보니
서열식으로 따져 이럴때에는 누구네가 나서야 되지 않겠나 싶고
일곱으로 시작된 며느리에서 남은 네명들은
그 마음의 부담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심정이었음을.
그 넷 중에서 제일 큰 형님을 제외한 세 명이 약속을 하면서도
그간의 이러저러한 사정들이 얽히고
마음에 응어리진 사건과
금전적인 관계
건네어진 가시돋힌 말들이
휘휘 날려지는 먼지처럼 눈을 어지럽혀 내심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고운 정보다 더 끈적한 미운 정이 있었는지
어설프게 웃음을 보내며
그들을 만났다.
어디 우리들의 잘못만 있겠냐
마음 낯설고, 환경도 낯선 결혼이란 새로움에
그저 바라볼 이가 믿는 남편이려니 여기며 그 모든 것을 감내하리라 했지만
형제간의 손잡기는 어린 시절의 놀이에나 가능한 일인지
가정을 지니고 부터는 또 다른 환경으로의 탈바꿈임을 그들이 몰랐기에
오늘날 이렇게 동서들이 마음으로 힘이 든것이 아닐런지.
봄같은 겨울 거리를 걸으며 서로의 손으로 전해지는 감촉을 느끼며
동서도
형님도
우린 다 힘이 들고
다들 이젠 용서 하리라
서로의 눈빛으로 우린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우연히 아침에 본 비둘기가 떠오른다.
한 쪽의 발이 부러졌는지 뭉툭하게 잘려나간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도시의 빈 하늘로 활기차게 날아오르던 그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