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마음 비우기
초록이 일렁여 주는 6월의 시원한 바람 한 점이
순풍처럼 내 곁으로 다가와 주리라 생각했는데 또 기대가 어긋나고 말았다.
그러나 기대란 늘 어긋났다가 다가왔다가, 왔다~ 갔다~ 하는걸...
" 6월이면 결판이 날거다! "
남편이 뜬금없이 그렇게 말 할 적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 무슨 말이야? "
" 6월까지만 일하고 여기 그만 두기로 했다 "
" 그만 두면 당장 어디로 가게? 집은 어쩌구? "
" 나도 고민 많이 했다. 당분간은 돈 걱정 덜 하도록 해 주마 "
" 지난 1월부터 러브콜이 있었는데 여직 고민하다가 이제 마음 굳히려고 한다 "
" 남의 말 쉽게 받아 들이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 "
" 잔소리 안해도 내 알아서 한다. "
" 남의 말은 반의 반만 믿고 나머지는 자신이 판단해야 하는거야 "
하긴, 지금 일 하는 곳은 2년이 다가 오는데
매번, 급여가 지연되는건 여러번이고 어떨땐 잘라 먹기도 했다.
십여일씩 이십여일씩, 혹은 한달여씩 급여가 지연될 적엔 내 마음은
콩죽이 끓듯 팔딱거리며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동분서주 진땀이 날때가 허다하다.
여기서 몇 년, 저기서 몇 년, 마음에 들지 않는 자리라도
처자식 때문이라도 일을 하며
연 이은 악재로 주머니 뒤집어 탈탈 털어도 먼지밖에 안 날 시점에
지금의 오너가 사택이며 급여 문제며 형편을 많이 챙겨 주기는 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 차고 차고 또 차도 덜 차는게 욕심이라고
조금만 더 편리를 봐 주면 좋으련만... 하는 미련은 늘 있게 마련.
월급 좀 제때 지급해 주면 매달 결재일때 마음 안 조릴텐데...
보너스 좀 챙겨 주면 학원 하나는 더 보낼 수 있을텐데...
일 좀 적게 하고 일찍 좀 퇴근 하면 덜 피곤할텐데...
직원 좀 늘여 주면 사람 덜 지칠텐데...
계약 조건은 거의 지켜 지지 않는 과다한 업무와
자기 능력의 반도 안되는 댓가에 침체하는 경제 사정으로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오더는 몇년째 거의 없고
남편은 기가 파~악 죽어 마지 못해 다니는게 역역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현실이 되고 만지 오래다.
" 누가 당신을 러브콜 하던데? "
" 뚱식이 회사에서 몇달전부터 오라했는데 내가 좀 튕겼는데 이제 못 이기는 척 할라고 "
' 피~이 튕기긴... 튕길때가 따로 있지... 그 나이에... 저 양반이 아직도
스스로를 청춘으로 착각을 하는구먼~ ' 내 속으론 헛 웃음이 실실 나왔다.
그래도 내 마음 한켠은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한게 사실이다.
' 전세금 대출이라도 해 주면 광역시민이 될 수 있다고?'
' 지금보다 급여가 두배는 넘는다고? '
' 큰눔 영어 학원 하나는 더 보낼 수 있겠네? '
' 몇달만 모으면 중고라도 유지비 덜 드는 경유차로 바꿀 수 있겠는걸... '
' 년말엔 어머님 김치 냉장고 하나 선물 해 드려야지 '
꿈보다 해몽이라고 난 자꾸만 소원을 늘여가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열흘 내내 하루가 멀다 하고 술독에 빠졌다가
물 먹은 솜이 되어 들어왔다.
' 몇 달전엔 당장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지금은 취소 되었어요~ '
' 형님, 제 밑에서 일 할 수 있겠어요? '
' 지금은 그때 형님이 원하던 만큼 지급을 못해요~ '
' 나는 간절히 러브콜를 했는데 형님이 너무 미적 거렸어요~ '
' 그래도 사장님이 형님을 원해요~ '
' 그눔이 내 남은 자존심을 끍었다~ '
' 이사면 다야~ 지 밑에서 일할 수 있냐고? 하면 하지 짜식아~ '
" 뚱식이가 그럴 줄 몰랐다... "
" 그 봐~ 남의 말 다 믿지 말라고 했잖아~ "
" 자리 비워 놓고 당신 기다리는 건 아닐텐데...라고 했었지? "
" 당신이 너무 기대하고 믿었으니 실망도 큰거잖아~ "
마음이 많이 상했던가 보다. 잠결에도 흥분을 하는 걸 보니...
나는 다시 마음을 비우고 또 헛물을 켠다.
'허벌이가 다음 달에 일거리 하나 딴거 같이 해서 나누자 했어~' 했던 말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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