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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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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BY 혜진맘 2003-11-18

요즘은 아이들과 남편 마중을 나간다.

저녁 준비를 끝내고 식탁에 상을 차려놓고

아이들 손을 잡고 마중을 나간다.

대략 도착 시간을 예상하고 나간다.

날씨가 차가운 관계로 아이들 건강이 염려되니...

보통 10-20분 정도 기다리게 조정을 한다.

 

나가서 아이들이 아빠를 기다리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쁨을,

힘들게 일한 아빠의 하룻동안 피로를 씻어주는 효도를

은연 중에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제도 오늘도 아이들을 몰고 밖으로 나간다.

 

기다리는 동안 가로등의 따뜻한 색깔도 보고

하늘의 별도 올려다 보고

하루하루 모양을 달리 하는 달도 보고

오가는 차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사물들도 색다르게 보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엄마 닮아

대부분 앉아서 꼼지락 거리는 딸과

한창 넘치는 에너지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아들과

함께 운동 아닌 운동을 한다.

 

계단 오르내리기 같은 발동작도 하고,

제자리 뛰기도 하고, 개구리 뛰기도 하고,

옛날 체육시간에 많이 하던 피티 체조도 하고....

 

따로 시간을 내어 하라면 짜증 낼 만한 아이들이

이렇게 아빠를 기다리면서 놀이식으로 운동을 하면

좋아서 까르르 거리면서 한다.

 

기다리는 것이 지겨워지고 올 때가 되었지 싶은데도

오지않는 무심한 아빠가 미워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하나 둘 셋...에서 오십까지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이리저리 몸을 흔들면서 숫자를 세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아직 들어가면 안돼"

"엄마! 조금만 조금만...."

떼를 쓰기 시작하면서도 따라 세곤 한다.

 

그러다 아빠 차가 쒸익--- 지나가면

우리는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계단 앞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그리고는 한쪽 편에 몸을 숨기면서 아빠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엄마인 내가 주로 망을 보고 있다가 기미가 보이면

대부분 아이들에게 신호를 주고

아이들은 악-----소리를 지른다...

 

남편은 알면서도 가끔 속아준다.

어느 땐 먼저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그렇게 온 가족이 만난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와 식사를 하는 것으로

짧은 행복이 점점 사그라든다.

 

식사가 끝나면 언제나 텔레비전 앞에서

지겹고도 행복한 아빠와 아이들간의 싸움이 시작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