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버지는 이른 새벽 눈을 뜨시자마자 커피를 마시는 커피광에
담배가 손가락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 골초이시다.
키는 180 가까이 되시면서 몸무게 50도 안되시는
그야말로 내가 딱 그 몸무게였음 좋을만큼 마르신 분에
꼬장꼬장하신 성격으로 엄마를 힘들게 하시는 분이다.
그런 분도 이제 곧 칠순이다.
슬슬 나이가 드시나 보다.
항상 그대로이실 것만 같았는데,
아직도 내 머릿속에 기억되는 아버지 연세는
내가 결혼하던 해 환갑 그대로인데.......
벌써 칠순을 눈앞에 두신 분이다.
환갑이시면서도 막내딸 결혼식 앞두고
쓸데없이 큰 돈 돈 쓸 수 없다시며
한사코 잔칫상을 말리셨던 분,
이듬해 진갑이라고 생신상 다시 차린다고 하다가
막내딸 첫 출산과 또 겹쳐 그냥 그렇게 넘겨버렸는데.....
추석때 뵌 아버지 모습 속에서 세월을 느낀다.
내 아이 자라는 것은 느끼면서
내가 나이 들어가고 내 부모님 연세 드시는 것은 모르다니....
늘 나 결혼 하던 그 때 그 모습 대로 기억하고 있다니....
생전 몸이 아파도 약 한 번 제대로 드신 적이 없으시다.
지어다 드린 보약도 현관문 밖으로 내동댕이 치시던 분이신데
이제는 스스로 약을 드시고 병원을 찾으신단다.
몸 아프니 이제는 어쩔 수 없다시며 웃으시는데
왜 그렇게도 가슴이 쓰라리던지.....
옷을 쥐어뜯으며 말리던 작은 언니의 결혼이라
(어릴 때 '농사'라면 치를 떨며 도망다니던 언니가
아이러니컬 하게도 시골로 시집을 갔다,
부모님이 그렇게도 반대를 하셨는데....)
언니가 일 년동안 열심히 포도 농사 지어 보내온 포도
꼴도 보기 싫다며 입에도 대지 않으시더니
이젠 더 없느냐며 다시 보내달라고 하신다.
옆에서 잠시 뵐 때는
앙상하게 뼈와 피부라는 가죽이 맞붙은 당신을 보면서
가슴 한 켠이 너무 아려 왔는데,
또 이렇게 내 집으로 돌아와 하루하루 생활에 젖어가니
부모님 안부는 뒷전이고
내 자식 한 끼 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난 참 불효 자식인가 보다.
.......
이제 한달 남짓 남은 당신 생신에
담배 연기 조금이라도 덜 마시라고
공기청정기를 사드리기로 해놓고선
선뜻 주문을 하지 못하니....
꼬장꼬장하신 아버지 성격 맞추시느라
고생하는 엄마 건강 생각하면서도
보약 한 재 못 해드리고,
치아 때문에 이만저만 고생이시라는데
돈 한 푼 못 보태드리고
그 잘난 입으로만 말로만 걱정을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