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아침이니 얼른 일어나라고.
소리에 잠은 깨었지만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남편은 회사를 가야하니 알람에 벌떡 일어나서 욕실로 향하고,
출근 준비를 착착 해나가는데, 난 침대에 그대로 누워있으니....
참 많이 변했다.
결혼 생활 7-8년만에 이렇게 변하고 말았다.
신혼때는 친정 어머니 말씀따라 먼저 일어나 화장까지 하고
아침 곱게 차려놓고선 남편을 손수 깨웠는데,
이제는 알람 소리에 겨우 잠이 깨고
부스스한 머리에 칙칙한 모습으로도 일어나질 못하니.....
경상도 사나이 중 사나이로 자타 공인하는 고지식한 남편이
마누라에게 없던 불면증이 생겼음을 아는 까닭에서인지
선심 쓰듯 아침 걸르는 것도 이해를 해주고,
오히려 안쓰러워 더 자라고까지 한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은 미리 양말도 꺼내놓고 와이셔츠도 골라줄까?
세수하고 방으로 들어온 남편이 침대끝에 걸터앉는다.
앉은 남편 발을 올려서 양말을 신겨주니
"이게 뭐하는 거고?"
"아침부터 와 이래 느끼하게 하나?" 한다.
"좋으면 가만 있어 그냥"
짧은 대꾸를 하니
이내 이쪽 발까지 내민다.
ㅎㅎㅎ
'좋기는 좋은 모양이구나.'
내친 김에 와이셔츠 단추까지 채워주고
계란 후라이에 궁중차 한 잔 차려 아침 대신으로 주니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먹는다.
출근하는 남편을 창 너머로 보고 있자니
참 안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게 한 십 년 같은 지붕 아래 살면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는 '측은지심'일까?
무엇에 홀렸는지 생전 안하던
애교 아닌 애교를 떨고나니
아이 낳고 난 후 온갖 관심과 정성을
그동안 아이들에게만 쏟았던 것이 미안하다.
남편은 항상 뒷전에 두고
아이들만 위했음을 나 스스로도 인정을 하고 나니
미안함에 가슴 한 편이 파르르 떨린다.
가끔 아이들에게 하는 것 십분의 하나라도
자기에게 해주면 좋겠다 투정하는 남편.
이제 남편에게도 신경을 쓰면서 살아야겠다.
비록 곰같은 마누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떨던 애교 억지라도 떨다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