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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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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산행을 견디어낸 아이들


BY 혜진맘 2003-10-08

아이들과 함께 산엘 올랐다.

완만한 산이야 아이들과 가끔 올랐었었다.

앞산인 청명산이며 용문산이며 유명산 중턱까지이며....

 

이번 산은 오서산이었다.

해발 790.8미터 거의 800미터가 되는 산.

생각보다 가파른 산.

이런 산은 아이들 데리고 처음이다.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혜진이는

처음 산책로 같은 길에서도 힘들다고 가지 말자고 한다.

이녀석은 오로지 앉아서 오물조물 꼬물꼬물 하는 것만 좋아하는지라

엄마된 내 욕심에는 꼭 데리고 가고 싶어 얼르고 달래서 한 발자국씩 나아갔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중턱부터는 갑자기 산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아예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조금 올라가니 나 자신부터 힘이 드는 걸

이 어린 녀석들에게 올라가라고 하다니 어쩜 난 나쁜 엄마일런지도 모른다.

 

산을 올라갈 때는 윗몸을 숙여서 가야한다.

지구에는 물건을 잡아당기는 중력이라는 것이 있어서

몸을 빳빳이 세우면 힘이 드니 윗몸을 숙이고 가야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걸 가지고 힘들다고 하면 안된다

노력하지 않으면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단다

너가 여기서 포기하면 넌 아무 것도 못 하는 거야

힘든 것도 참아내야 하는 거란다

그래야만 너가 얻고 싶은 것을 얻을 수 있단다

며칠 전에 배우지 않았느냐

먹이사슬에서 힘 없고 약한 동물들은 어떻게 되더냐

강한 녀석에게 잡아먹히고 마는 걸 너도 알지 않느냐.....

 

온갖 말로 녀석을 달래고 얼러가면서 정상까지 도달했다.

중간중간 녀려다 보는 발아래 풍경까지 감상하며.

논이 그렇게 작다는 걸 집들이 바둑알처럼 작다는 걸 보면서

녀석은 예쁘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참을 올라가서는 무섭다고 했다.

 

정상에서 보는 억새풀.

그리고 정상에 놓인 돌 위에서 기념 촬영.

녀석은 무언가를 해내었다는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발 아래로 보이는 안면도,

우리가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가게 될 바다가

너무 아름답게 보인다고 뿌듯해 하였다.

 

내려오는 길.

좀 완만해서 아이들에게 쉬운 다른 길을 택하고 싶었지만

마땅히 다른 길이 없었다.

다른 길로 가면 어디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오는데 속으로 많은 걱정이 되었다

산이야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드니...

행여나 다리가 풀리면 어쩌나

산이 가팔라 위험한데.....

 

손 한 번 잡아주지 않고

이번에는 몸을 뒤로 제끼면서 내려오라고

바위나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앉아서 내려오라고 일러주면서

천천히 내려오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많이 힘든 모양이다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는지 미끄러지기도 하고

덕분에 바지가 완전 흙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주저 앉고 싶다고

앉았다가 가자고 몇 번을 조르고 징징거리든지....

모른 체 엄마도 힘들다 이야기하면서 재촉을 하는데....

 

그래도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엄마의 손길 한 번 잡지 않고

산행을 완주한 딸아이 혜진이에게

그리고 아빠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잘 내려온 준현이에게

장하다 마음껏 칭찬해 주었다.

 

엄마 아빠는 너희가 힘든 것을 모두 참아내고

잘 해주어서 너무나도 자랑스럽다고 이야길 해주고 싶단다.

 

앞으로 아이들은 한동안 산을 싫어할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가끔 이런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아이들이 자신감도 얻고 자신을 이겨내고

역경을 물리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