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은 때로 오랜시간을 휘청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상상하지 못한 지점에서의 부적절한 오해로 인한것이든, 예견가능한 상황에서의 관점의 차이이든 그 모든 곡해를 넘어서는 일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주는 일이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감성의 풍요로움에서 오는 하나의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본다면 외로움.. 더 나아가 고독의 의미는 생각지도 않은 자아의 성장을 가져다줄 매개체가 될수도 있을것이다. 관계와 고독의 공통점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적절한 조망이다. 상대방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언젠가 내가 군중속의 고독을 운운하며 사람들속의 나를 바라보며 힘들어할때, 자신도 그러했노라며 체득에서 나온 따뜻한 위로를 정성껏 해주었던 선배가 있었다. 하와이로 이민을 갔을테고, 지금쯤 몇명의 엄마가 되어있을지도 모를 오래전 추억속의 사람이다.
그때 내게 누군가의 시 한편을 보여주었는데, 우리는 강을 지나 바다로 가는 중이다..라고 시작한다.
지금 기억속에 남는 시의 내용은 강을 지날때 계속해서 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물흘러가는 소리, 바위에 부딪혀.. 아님 자갈들이 섞여 내려오며 들려 소리..
하지만 강물은 개의치않고 흘러간단다.. 멈추지 않고 정체하지 않고.. 강을 지나오면서 나는 소리들은 그져 그렇게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소리려니..바람결에 흘려보내면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요란한 소리가 더이상 들려오지 않는 바다란다. 그렇게 힘겹게 강을 지나오면 급기야 평화롭고 망망한 바다가 나온단다..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는 나이지만 그래도 내가 순간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건 어느순간 떠오르는 선연한 기억의 한 조각들 때문일것이다. 망각의 형태로 내 몸속의 한 부분을 조용히 채우고 있는 작은 깨달음의 번득임때문일것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을 아무리 바라보아도 안개속의 그것처럼 불투명하기만한.. 그래서 몸을 웅크리고 주저앉고싶을 때.. 난 강을 생각해내었다. 여전히 나는 안개속에 있는 듯하고, 아주 오래도록 근원적인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지만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과 침묵속의 바다가 주는 평온함은 잠깐동안이나마 기댈 위안처가 되어줄 것 같다.
도피가 아닌..말 그대로 위안 말이다..
그 어느것도 그 어느 누구도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에 혼자임을 담담하게 수긍하는 일은 생각보다 솔직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선행되어져야 할 일임을 부인하지 않으련다..
그래야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줄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