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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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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주워 왔단다


BY 평사 2003-09-24

나의 어린날 최초의 기억인듯 하다
서울 상도동 이화약국 위쪽으로 올라가면 얕으막한 언덕 하나 있었다

그 언덕을 오르기전 오른쪽으로 좁은 골목길이 있고
우리집은 돌계단을 올라가야 대문이 나온다

그날은 어머니께서 먼곳으로 출타를 하셨던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언니 둘이서 놀고 있었다.
상고머리에 짧은 치마 그러니까 계절은 아마도 여름인듯 하다
두 언니가 갑자기 나를 막아선다
"야! 이제 너희집에 가!
너는 우리 엄마가 데리고 왔는데 이제 너희 엄마가 너를 보고 싶단다"


나는 얼마나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는지 무섭고 떨리고 앞이 깜깜하고 금새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아니야!
외치는 나의 목소리는 두 언니의 웃음소리에 뭍혀서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아! 그랬었구나
그래서 엄마는 언니들만 예뻐 하였나 보다
언니들하고 닮은꼴이 없다는 말을 들어왔던 나는 계단아랫쪽에 앉아서 지쳐 귓가에 멍 소리가 울릴때까지 울어 대었다


돌계단 끝 막다른 집 세째딸은 그렇게 울다가 울다가 참으로 엄마가 나를 버려서 언니의 엄마가 나를 데려와 키운것 이라고 믿으며 꾸벅 잠이 들었다


돌계단 양쪽으로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
그 텃밭 가장자리에 피여나는 여러가지의 꽃들
채송화 해바라기 장미덩쿨
상고머리 작은 계집아이는 그 꽃들 곁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울다가 돌계단 한켠에서 한참을 잤던것 같다


다정한 소리 보드라운 손길 솜이불 처럼 나른한 감각
나는 어느새 방안에 있었다
어머니의 웃음 가득한 얼굴 그리고 두 언니의 환한웃음
그때는 정말인지 알았다


엄마! 나 정말 주워왔어요?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 두 언니의 빨간 거짓말
돌계단이 있던 그 집은 이제는 흔적도 없고 높다란 아파트가 대신 자리를 채우고 있을것 같다

이화약국

그 위쪽으로 조금만 오르면 왼쪽으로는 강남국민학교로 오르는 길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우리집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있었다

나보다 키가 큰 진도개

그 진돌이는 늘 계단아래쯤에서 우리들을 반겨주곤 했었다

우리집을 오르기전 곧장 언덕을 향하면  보여왔던 한강변 그리고 지금은 중앙대학교 캠퍼스
지난것은 아름다운 추억 되여 가슴에 남아 있고 간혹 꿈길로 그 정겨운 돌계단에 앉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