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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말썽~~


BY 시냇물 2021-06-16


오래 된 구형냉장고가 말썽을 피운 게 세월이 좀 되었다
예전에 나온 냉장고들은 흰색이 대부분이고 문은 한 쪽으로만 여닫을 수 있는 형태라 위에는 냉동실, 아래가
냉장실이다 어느 날부터 냉장실 신선실 아래로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살펴보니 냉동실에서 물이 흐르는 거 같길래 일단은 급한대로 AS부터 신청을 하고
서비스를 받았다 수리하러 온 기사 말이 냉동실 바닥에서 크랙이 가서 그쪽으로 물이 새는 거 같다며 수리가 안 된다고 하였다
기사가 가고나서 남편에게 그런 상황을 얘기했는데
가타부타 대꾸가 없다
뭐 살림은 내가 하는거니 자기는 불편할 게 없단 심뽀같아서 두 번 말도 꺼내지 않고 물이 뚝뚝 흐르는 냉장고에 행주로 틀어막고 어찌저찌 쓰고 있었다
어느 날 우리집에 온 동생이 냉장고를 열어보다 행주를
보고는 내가 건망증으로 행주를 냉장고에 넣었는 줄 알았다길래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일단 자기 수중에서 돈이 나가야 하니 그게 싫어 내 불편함 쯤은 눈을 질끈 감은 남편의 그 속좁은 행태가
동생 앞에 정말 창피하기 그지 없었다
우리 남편이란 사람은 돈앞에는 지독하단 말밖에 안 나올 정도로 스크루지가 따로 없다
그로인해 나는 숨이 막힐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렇게 또 몇년을 아슬아슬 버텨온 냉장고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는 듯 올초 드뎌 냉장실까지 맛이 가버려 아침에 냉장고 문을 여니 훈훈한(?) 기운이 나왔다
남편을 불러 냉장고를 열어 보여 주었더니 자기도 사태의 심각성을 뻔히 알련만 한다는 말이
"그냥 쓰면 안 될까?"
이게 말이야 방구야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래? 그럼 나 이참에 주부 사표 쓸라니까 알아서 하슈!"하고는 더 이상 가타부타 말을 안 했다
그러니 자기도 안 되겠는지 그럼 하나 사야겠다며
집근처 LG대리점에 가서 양문형은 거들떠 보지도 못한 채 모양은 위아래 문 두 개에 요즘 대세라는 메탈색으로 주문을 하고 집에 왔다
다음 날 냉장고 놓을 자리를 아무래도 전에 놓았던 자리에 놓기엔 넓이가 안 맞을 거 같길래 렌지, 밥솥대를 
냉장고 자리로 옮기고 렌지대 있던 데에 냉장고를 놓으면 설치하기도 수월할 거 같았다

기사들이 와서 원래 자리에 넣으려니 벽쪽에 걸레받이가 튀어나와 냉장고가 꽉 끼듯이 밖에는 안 된다고 하길래 그럼 렌지대쪽으로 옮기면 되겠다고 하였다
기사들이 많은 집에 설치해 봤으니 그런 쪽으론 금방
답이 나오더구만 남편은 굳이 잘 들어가지도 않는 곳으로 새 냉장고를 우겨 넣으려 하는지 속에서 열불이 올라왔다
이게 왠 억지요, 똥고집이란 말인가?
시간에 쫓기는 기사들에게 미안하게스리~~
제대로 설치도 못한 채 남편이 자기가 하겠다고 하여
결국 기사들은 가고 남편과 내가 티격태격햤는데
그건 결코 고집을 부려서 될일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만 개고생(?)을 하고
내가 처음 생각했던 자리로 냉장고를 옮기고서야
새 냉장고 설치가 끝났다
아니,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옮겨 놓은 자리가 딱
제자리건만 무슨 고집으로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지 원

아, 냉장고 얘길 하다보니 또 속에서 치받쳐 올라오네
날도 더운데~~~냉장고가 말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