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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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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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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답글


BY 윤복희 2004-01-13

무제/윤복희


질겅질겅 씹어 삶킨
삶에의 과오가 목구멍에 걸려
숨통을 옥죄어 온다. 

아랫도리에 있는 힘을 다해
토해 낼려하면 할수록
내 몸안에 산소는
소모되어 버리고
붉게 발열하는 면상
모공마다에서 삐져 나오는
삶 그 누추한 잔상들.. 

인위적인 것으로
감춰 버릴수야 있겠지만
명치 끝에 걸려
섞어가는 그 지독한 악취를
들키지 않을 제간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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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정은경

 

[언니의 말을 옆에서 듣는거 같네
곰곰히 생각해봤지
예전에 내고향 시골집 뒷뜰 장독대 옆에 있던 두엄에서는
항상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온기있는 악취가 났지
그 옆에 지날 일이 있으면 코를 막고 지나가곤 했어
한참 시간이 흐른후 그 두엄더미는 어느새 세상 어느것과도
비교되지 않는 거름이 되드라구
우리네 삶도 그런게 아닌가 싶어
언니두 잘 알고 있으면서 그냥 힘들다 투덜거리며
견디기 힘든 온기를 흩뿌리던 두엄처럼
온기를 내뿜고 있는 거라 믿고 싶네
내 말이 언니에게 조그만 위로라도 되었음 하는 바램으로
두서없는 답글을 올리네요.
흰눈이 엄청내리네. 거기두 내리나?
올 한해 풍년들게 하소서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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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누군가와 예기를 하듯 , 또는

그저 입에서 흥얼거려지는 독백처럼

글을 씁니다

때론 글을 쓰지만 글로서의 생명력을 부여하며 쓰는 것은 아닙니다.

순간순간의 감정의 옹알거림이고

어느날 입에서 자꾸만 흥얼거려지는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

노랫말처럼 그렇게 글을 씁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컴퓨터 앞에서 글을쓰는 것이 더 익숙한 현실에서

글쓰기의 연습도 독백의 여백도 컴퓨터 안에 존재합니다.

펜을 손에 쥐고 쓰는 대신에 자판을 앞에두고 두들입니다.

당연히 감춰 둘수없는 글이겠지요..

하지만 실상 드러내려고 쓰는 글이 아님에도

나의 노트는 공개되어 있습니다.

완성 시키기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옹알옹알 써둔 글을 읽고

그 글에 답글을 단 사람의 글을 읽으며

내가 쓴 글보다도 더 심오함이 내포되어 있음을 느끼며

이 같은 이들의 눈에 비취어질 나의 글을 들여다 봅니다.

 

실상은 별것 아닌 글일 것입니다 분명

하지만 글을 글답게 만들어주는 이는 그 글을 쓴 내가 아닙니다.

나는 글 형체를 빚어 내는 도공.

그 글의 투박한 몸둥아리에 영혼을 불어 넣는 것은

글을 읽는 사람임이 분명 합니다.

 

따라서 나는 이 아침에 겸손을 배움니다.

영원불멸의 혼을 가진 이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글쟁이의 글씀 그런것 아마도 헛된일일지 모릅니다.

글로 쓰지 않고 가슴으로 영혼을 잉태한 이들,

그들의 혼을 구걸하는 찌그러진 깡통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나는 찌그러진 깡통일 뿐이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