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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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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외출....


BY yks1121 2003-08-23

며칠전 부터 큰 아이가 이가 아프다고 했다.

치과에선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서 그냥 왔는데....

오늘 또 아프다 해서 내일은 일요일 이고 하니 치과엘 가자고 했는데....

웬 비에 천둥에......나가기가 꺼려졌다.

더구나 세살박이 막내까지 함께 가야 하니.....으...

그래도 어쩌랴.....아이가 아프다는데...

13kg 막내을 등에 업고.....퍼런 포대기로 몸을 칭칭 감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때마침 후다닥 떨어지는 비들.

순간 짜증이 왈칵.....하지만 곧이어 부는 서늘한 바람에 올라왔던 짜증은 사라졌다.

 

놀이터의 모래[?]에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말릴새도 없이 큰 아이가 풍덩......장난을 치며 뛰어 다녔다.

쌍심지를 켜고 자길 쏘는 어미의 시선은 감지하지 못하고....크크

작은 아이도 같이 뛰고 싶은지 업힌 다리를 흔들며 소리지르고 야단이다.

입가에 머문 미소가 사라지며 손으로 둘쨀 탁탁쳤다.

 

'이~~~잉...'

둘째가 맞은거에 억울한지 잉잉 거렸다.

웃겼다.

 

어렵게 걸음 해서 간 치관.....또 허탕.

전에 신경치료를 한데가 다시 아프다는데......아직 심하게 아픈게 아니니 좀더

두고 보잔다.

얼마전에 장난감 조립하다가 안된다고 이빨로 물어뜯거니 그게 탈을 잡은것 같다.

치료로 안해 준다며 투덜거리는 큰놈.....

들어오기 전까진 너무 아프지 않을까 하며 엄살을 떨더니.....가증스럽게....

 

오면서 순대를 쌌다.

그때 눈이 휘둥그래 졌다.

다들 비가 반갑지가 않다는 얼굴로 옷도 찌뿌둥하게들 입었는데.....

원색의 커다란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화려한 색상의 나시 원피스....

예뻤다.

보는 순간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였다.

한손엔 검은 순대봉지....다른 한손은 우산.....

집에서 뒹굴거리며 입는 체크무늬 원피스에 포대기에 아이까지 들쳐업은 나...

비교가 되었지만.......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내가 그 여인을 몇번 힐끔거리는데 큰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엄마.....노처녀 아냐...?"

 

크......웃음이 터졌다.

지 보기에도 나이가 좀 들어보였나 보다.....

좀 예쁜데 나이가 있어보이면 아이는 모두 노처녀 라고 부른다.

시집안간 예쁜 아줌마들......

 

암튼 힘들게 나온 발길이였는데......그 여인으로 인해서 기분이 맑아졌다.

웃기다 .이런 내가.....

단세포라서 그런가....?

 

집에와서 프라하의 음악을 틀었다.

잔잔한 선율이 울리는 가운데 냉커피를 마셔야 겠다는 생각으로 얼음을 꺼내는데 옆에서

알짱 거리며 내게 무슨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우리 큰아들....나와 눈이 만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 툭 던진다.

 

"비온다고 분위기 잡아...?"

얘 일곱살 맞나.....?

 

기막혀 하는 날 보며 킥킥 거리며 저만치 달아난다.

그사이에 둘째놈....순대를 여기저기 흩어놓고....

어제 내가 저 넓은 거실 닦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안그래도 굵은 팔뚝 더 굵어지게 생겼다.

 

저 이렇게 삽니다.

횡설 수설.....정리가 안된 얘기지만......

종종 들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