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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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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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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의 숨박꼭질


BY 박꽃 2003-10-30

    바지런하자 마음 먹지 않았지만 매일 아침 알람보다 훨씬 먼저 눈이 떠진다. 몇년만에 한 퍼머머리가 부담스러운 난 머리부터 물 흠뻑적시며 감아낸다. 정성스레 감고 빗질하고 젤바르고 거울보고 부시시한 머리가 다시 적당한 꼬불거리는 머리로 바뀐것을 보며 만족한다. 전엔 저녁 먹은 설겆이를 아침에 할 요량으로 씽크대에 담그고 그냥 미루기도 했지만 요즘은 저녁 설겆이는 저녁에 해치운다. 그러면 아침 시간이 여유만만 신문 읽을 시간도 있다. 자 슬슬 큰녀석 부터 깨운다. 날이 추워지니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어서 5분만을 외치는 녀석을 안쓰럽다 봐줄 여유가 없다. 지각이 벌써 몇번 있어서 더 하면 벌점이란다. 겨우 깨워 씻는걸 보면서 아침상을 차리고 아이는 채 잠이 덜깬 얼굴로 마지못해 밥알을 넘긴다. 마을 버스 시간을 아슬 아슬 맞추어 큰녀석 학교로 출발 시키고 슬슬 작은녀석을 깨워야지. 난 그사이 옷 갈아입고 작은녀석과 식사만 하면 출근 준비 끝. 그 녀석도 부시시 잠깨워 놓으면 겨우 씻고 잠 가득한 얼굴로 아침을 먹는다. 아쉬운것은 출근 시간이 늦는 남편 아침을 못챙기고 나가는것. 첨에는 귀찮다며 그냥 나가더니 며칠 지나니 알아서 먹고 나가는게 고맙기까지 하다. 자 이제는 작은녀석과 상쾌한 공기로 샤워하며 아침 데이트 시작.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걷는 거리 20여분. 가파른 언덕도 하나 넘어야하나 일부러 하는 산책인냥 도란 도란 이야기나누며 아들 손잡고 기분 좋게 걸어간다. 아들과 헤어져 지하철에 들어서면 나처럼 출근하려는 사람들의 모습. 만원 지하철속에서 저마다 일터로 나가는 그네들 속에 내가 함께함이 나 스스로 대견하다. 가방안에 작은 책하나 넣어 그 좁은틈에서 읽고 있노라면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이들과 함께 있었던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직장은 서대문이지만 내가 타는 3호선으로 서대문을 가려면 5호선으로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난 독립문역에서 내려 버스로 두 정거장 되는 거리를 걷기로 했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오면 독립문 공원앞. 가로수가 길게 뻗어나와 아치형으로 드리워져있다. 비온 다음날 그 길을 걸으며 나무 사이 가을 햇살과 눈 마주하며 마치 나를 위해 나무들이 머리 숙여 주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침 상쾌함이 발걸음까지 가볍게 해준다. 출근 시간보다 여유로운 도착. 함께 교육받는 이들과 이미 언니 동생이 되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6일. 우린 한가지 목표로 아주 오랜만에 공부란걸 했다. 삼일동안 공부하고 이틀동안 모의고사 보고... 마치 수험생이 된냥 빨간 볼펜으로 밑줄그어가며 최대한 정신 집중하려고 애를 써본다. 드디어 어제 그 완성인 시험을 치뤘다. 생각엔 무난히 합격은 할것 같은데 .... 혹여 무슨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늘 함께 했던 그네들과 동기라는 이름으로 지내고 싶은데 결과는 금요일에 엇갈릴터. 합격 연락을 받은 사람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새로운 교육에 들어가고 아니면 또 다른 직장을 향해 가야할지도 모른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세상속으로 나가 나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나.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니고 그냥 나로써... 내가 찾아나서서 만든 직장. 지하철속 많은 군상 속의 한부분인 나. 앞으로도 넘고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찾아내야 할 나도 많이 남아있을것 같다. 여지껏 내 자신과의 숨박꼭질속에 술래였던 내가 하나, 둘. 나를 찾아간다. 나를 찾으려는 나의 노력이 내 스스로 대견하다. 칭찬해주고 싶다..... 아니 너무 오래 술래였던 나를 야단쳐줘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