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동천 물고인 곳 가문비나무 한 그루
바위를 다리 정강이에 감고 허리엔 자갈무게 견디며 늠름하게 서 있다.
허리 춤의 까맣고 자잘한 모래들 뿌리혹박테리아 주렁주렁 달린 콩덤불처럼 무성하다.
바위가 나무인지 나무가 바위인지 모르게 엉켜서
세상 모르고 혼곤히 잠들어 있다.
나이 든 엄마 품에 끌어 안긴 조숙하여 빨리 치매에 걸린 자식같다.
"몸쓸 놈의 이 자슥 어디 발디딜데 없어 어미 가슴 콱콱 밟느냐!
쪼그라붙은 어미 가슴 질컥이는 흰 젖 마른지 오랜데
어쩌자고 까만 젖꼭지 자꾸만 잡아 비트느냐!
비틀다 못해 송곳니로 깨물기까지 하느냐! "
오래 전 젖먹이 아가를 떼어 놓고 남편의 매에 못이겨
그믐밤 도망치던 그 아낙이 표정없는 바위가 되어 있다.
이리 저리 비틀리며 돌 틈을 비집고 살아 남은
건장하던 몸 오십대가 되니 니코틴과 알콜에 찌들어
엄마 엄마 엄마 찾는 아가가 되었다.
비옥한 흙 아니어도 연이 닿아
뿌리 내린 씨앗 뿌리치지 못한다.
뿌리칠 수 없는 뿌리
품안으로 거두어 한 세상 사는 나무 .
거센 바람에 나무의 일생이
휘청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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