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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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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들과 함께하는 시간


BY 박경숙(박아지) 2004-07-05

개구쟁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봉사에 대한 잘못된 정의는 사치스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날 괴롭힌다. 그러나 내가 갖은 것을 나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보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누릴 수 있다. 누린다는 의미는 의무감보다 주어진 역할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임한다는 뜻이다. 특히 즐거운 것은 개구쟁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훌쩍 커버린 내 아이들에게 못해 아쉬웠던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기쁨은 무엇보다도 이야기 교실에 참여하는 매력이기도 하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무턱대고 책을 읽어 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나만의 특색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동시와 옛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간다. 동시를 <이야기 교실>에서 아이들과 나눈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우선 전래 동요를 통해 일상으로 끌어 들여 보았다.

뭐 먹고 살았니?
돼지 묵고 살았지
무슨 저로 먹었니?
쇠저로 묵었지
누캉 누캉 먹었니?
나 혼자 묵었지
꿀꿀 돼지.

 한번 리듬 있게 읽어주고 아이들과 번갈아 가며 묻고 대답하며 주고받으니 개구쟁이로 돌아온다. “뭐 타고 왔니? 버스 타고 왔지” “뭐하다 왔지? 밥 먹고 왔지”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종종 동요의 리듬을 타보기도 한다. 처음엔 낯설어서 뒤로 물러나 앉았던 친구들이 웃으며 다가앉는 모습을 볼 때는 절로 흥이 난다. 특히 교실을 나서면서
"◯◯야 같이 가자~~?"
리듬을 타며 친구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 뿌듯함이란.....

이제 겨우 말을 알아듣는 어린 친구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기에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하는지 어려울 때도 많고, 어머니들이 함께 참여하기에 부담스럽기도 하다. 애들만 있을 때는 함부로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린 친구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유치함을 어느 정도 배제함으로써 자칫 딱딱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또 너무 엄마 품에서 못 떠나는 친구들에게서 관심을 끌어내기란 솔직히 어렵다. 또한 어머님들이 함께하기에 가정에서 어머니들이 함께하는 독서에 대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책임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독서활동을 드러나지 않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까지 부려본다.
봉사에 참여하는 분들이 주부이다 보니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집안일에 직면 했을 때 허둥지둥 다른 회원들께 부탁해야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열의를 갖고 참여하시는 분들을 보며 분발을 다짐한다.

박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