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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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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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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 청개구리 부부


BY 박경숙(박아지) 2003-08-20

비가 내린다.

올해는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린다.

먼 길 가신 아버지 모신 자리에 떼도 퍼지기 전에 엄청난 비가 퍼부었다.

서울 사는 우리부부는 비 내리는 날이면 안절부절이다.

강가에 엄마 묻어놓은 청개구리마냥 자동차로 한시간 반 거리를 오르내리기 수십번 

잔디가 퍼지기도 전에 내린 비 때문에 급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아버지 모신 자리에

물길도 옆으로 내주고 패인 흙도 덮어주며 봄, 여름을 보냈다.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는 비가 와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었다.

아버님이 계셨기에 그냥 모시기만 하면 다 되는줄 알았다.

그러나 아버지 하시던 일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고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비오는 날, 비료부대 짊어지고 아버지 누운 자리로 간다..

훠이 훠이 비료 뿌려 잔디 잘자라라 기원하고 아버지 생각을 문득문득 떠올린다.

눈물을 보이게 될까봐 아무말도 하진 않지만 살아 생전의 아버지를 생각하는 걸

우린 서로 안다.

그땐 왜 몰랐을까..

아버지 떠나신 후 아버지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풀 뽑는 일 밖에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