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했다! 일탈 행동
친구들과 얘기얘기 하다가
4시쯤 집에 왔더니만.....
열쇠가 없네그려.
애들은 놀러나간 듯하니
아이가 엄마 기다리는 맘으로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책을 펼쳐들었는데,
왜 그리 바람은 부는지
추운 것보다
머리위로 벌레 떨어질까봐 겁이 나서 있을 수 있어야지.
책을 보려해도
눈에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고
창 한번 힐끔 쳐다보고
나도 한번 해봐?
과연 탈없이 가능할까?
얄팍하게 덮인 스레트 지붕을
내가 밟아도 될까
우리 아들 두 배는 족히 될 이 몸으로?
받침이 확실한 곳을 대충 보고
발 끝이 아닌 손 끝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다음에
살포시 한발!
구급차 부를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
우리 아들이 통과했을 좁은 창 앞에 다다라서.
'문짝을 떼어 내야 하지 않을까'
윗몸을 철봉하듯 돋움해서 들여다보니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도둑도 아니고 내집에 들어가는데
보는 사람있나
뒤 한번 돌아보고
에라!
돋움해서 올라
한쪽 무릎을 창에 걸쳤는데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상태로 발이 걸렸으니.
이런 꼴로 애들 올때까지 기다려야하나?
신발을 벗어 보면 부드럽게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창에 걸린 한쪽 발의 신을 벗어 획 내던지니
한결 쉽데.
아들한테는
다시 이렇게 들어오면 혼낸다 했건만
이렇게 들어왔지.
내 얼굴에 맺히는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도 해 냈어.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우리 아들이 해 본 걸 해봤어...."
일탈의 기쁨일까!
글/박경숙
2002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