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미소
TV 좀 꺼라, 옷 좀 입어라, 밥 좀 빨리 먹어라!
아침마다 따발총 쏘듯 외치는 소리건만 돌아오는 건 역시 저리 나올 수도 있을까 싶은 입 모양과 굼벵이 같은 행동뿐이다. 만날 잔소리해 봤자 변하지도 않는 걸, 난 또 왜 이렇게 잔주름만 늘게 인상을 쓰는지 모르겠다. 안방과 거실로 한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어서 나오라는 듯 유혹하는 아침이었다.
늘상 오가던 비좁던 공간을 벗어나 낯선 길과 풍경이 펼쳐지는 곳을 달리다 보니 아침나절의 전쟁은 어느 새 휴전상태이다 못해 미래지향적인 대화로 변해 있었다.
헝클어지고 메마른 모습의 지난해의 흔적들 위로 올라오는 연둣빛의 새 생명들이 절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한 것일까? 학교생활과 운동이야기로 조잘재잘 대는 두 녀석들의 모습에 오랜만에 고운 웃음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리 오래 달리지 않아 도착한 식물원은 아직까지 봄꽃마저 봉오리도 맺혀 있지 않은 것이 많아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11만평이라는 대단위 면적에 펼쳐진 주제가 있는 여러 동산의 모습에서, 사계절 모두 인근지역 주민이나 학생들의 훌륭한 자연학습장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장 이른 봄, 눈 속에서도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샛노란 복수꽃이 우릴 반겨 주었는데, 큰 녀석이 그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팻말을 들여다보니 사람들에게 ‘복’과 ‘장수’를 가져다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마도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뒤 아름다운 봄을 알리는 그 모습에서 사람들이 지녀야할 태도를 배우고자 했으리라.
동물원, 조각공원을 지나 체험학습장에서 널뛰기, 제기차기, 고무신 지게로 받기 등의 놀이로 즐거운 먼지를 날리기도 했다. 제일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 것은 잔디광장에서의 ‘보물찾기’였다. 먼저 올라가서 열심히 찾고 있던 세 남자가 지쳐서 포기한 상태였는데, 초등학교 시절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던 ‘보물찾기’ 놀이에서 내가 두 개나 발견을 했다. 찾아 낸 보물은 작은 꽃씨와 수첩으로 교환해 왔는데, 그 것보다 더 큰 보물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두 시간이 넘는 관람 시간 동안 다리 아프다는 투정 없이, 재미없다는 짜증 없이 고운 봄날을 보내게 해 준 내 사랑스런 두 아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인 것이다.
‘무지막지한 잔소리로 너희들이 마음에 싸늘한 눈보라가 치게도 하지만 엄마는 너희가 그것을 달게 먹고 곱디고운 봄꽃을 피워내길 진심으로 바란단다.’
‘고운식물원’에 다녀와서 봄 햇살 닮은 고운 미소를 오랫동안 머금어 본다.
2006. 03. 26. 일 충남 청양 고운식물원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