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투머로우요?, 그거 투머로우( the day of tomorrow)의 속편 인가요?' 후배가 물었다. '속편 아니거던요?' 라고 대답을 했지만 투머로우, 즉 미래에 대한 영화이니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았을 거다.
다만 월드오브 투머로우는 sf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 영화고 '더 데이 오브 투머로우'는 한마디로 재난영화였으나 둘다 암울한 미래를 들여다 보는 '내일( 투머로우)'에 대한 영화였다고나 할까...
'월드오브 투머로우'는 가상의 미래 어느 지점이다. 정확한 시대 배경은 생략되었으나 그것은 과학문명이 발달할 만큼 발달한 먼 미래가 될 것이다. 갑자기 괴비행 물체가 나타나기도 하고 대형 로봇 군단이 거리를 질주하며 비행기는 상공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미래가 배경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퇴근해 곧장 자동차 극장으로 달려갔다. sf 와 CG( 컴퓨터 그래픽)의 행복한 만남 그리고 과거의 복식과 미래의 최첨단 무기의 묘한 대비가 볼만 할거라는 영화사 마케팅 전략보다도 영화의 여주인공, 폴리역의 기네스 팰트로우를 보기 위해 서였다.
물론 요즈음 할리웃에서 한참 뜨고 있는 런던보이, 주드로도 덤으로 보게 될 것이었다. 또한 두툼한 입술이 예술인 여자,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도 빼놓으면 섭할 정도로 이 영화의 출연진들이 탄탄했다. 이 멋진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다니 그것은 영화가 어찌 되었든 내게는 대단히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었다.
사실 영화는 별스런 감동도 없었고 (하긴 과학공상 영화장르가 감동과는 거리가 있다) 이렇다할 드라마적 재미도 주지 못했다. 다만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 장면들이 시종 관객들을 압도했었으니 그것이 이 영화를 비디오 보다는 극장에서 봐야할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사실은 그것도 컴퓨터그래픽이라는걸 알아 차릴 만한 예민한 감각이 있는 사람들에겐 영화 중간에 옥에 티도 자주 보일 것이므로 블록버스터이어서 영화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 테지만, 아무튼 영화의 스케일은 대단했다.
영화의 기본 얼개는 그렇다.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망상에 사로집힌 토튼 코프'라는 비밀스러운 과학자의 음모에 대항해 신문기자인 폴리(기네쓰펠트로) 와 그의 남자친구인 조 (주드로)가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 없는 영화가 그래도 설득력을 주는 이유는 어쩌면 지구 운명이라는 것이 지나친 과학문명의 발달로 기계화된 나머지 기계로 포화 상태가 되어 인류 스스로 자멸을 가져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히 현실감을 실어 준다는데 있을 것이다.
폴리의 억척같은 기자정신이 스카이 캡틴(지구를 지키는 위대한 전사로 묘사됨), 조와 만나 인류를 구하는 과정에서 유머가 겯들어 지고 악당이 살고 있다는 본거지 네팔의 자연은 그것이 컴퓨터 그래픽일망정 황홀한 만큼 아름다웠다. 지상의 아름다움을 넘어선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 쯤에나 있을 법한 아름다운 공간은 그러나 이제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공룡들이 들끓고 익용이 날아다니는 무시무시한 공간으로 안내를 한다. 신출귀몰한 로버트에 공격을 당하기도 하고 꼼짝없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면서도 주인공을 포함한 인류의 안위를 걱정하는 (토튼 코프에게 잡혔다가 살아난) 과학자들의 노고와 두 주인공의 용기로 결국은 가공할 악당의 근거지를 박살 내는데 성공을 한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나쁜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 폴리와 조는 마침내 뜨거운 입맞춤을 하고 이 귀여운 한쌍의 커플은 평화를 되찾은 뉴욕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영화는 그것 까지 였다. 이 황당무게한 설정 속에는 어릴때 보았던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옴직한 다양한 로봇들이 출현을 한다. 뉴욕거리에 나타난 로보트의 대형 군단은 그중 압도적이었다. 로봇들이 나타나 망가뜨린 것들은 무기저장고나 발전소등이다. 즉, 모든 전쟁과 관련된 건물이 그 표적이 되었다는 얘기고 로봇이 곧 악당이라는 공식을 배반한다.
인류를 멸망에 빠드리는것은 한 망상에 사로잡힌 과학자의( 토튼 코프) 무모한 계획보다는 과학자들이( 과학문명에 관여한 지구의 과학자들) 전쟁을 위한 가공할 만한 무기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것이 결국엔 인류 스스로 자멸을 부를것이라는 경고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을 염려한 토튼은 지상에 있는 오염되지 않은 모든 것들을 자신의 본거지로 끌여 들인다. 둘씩 짝을 지어... 그것은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다. 신개념의 노아의 방주다.
토튼의 근거지가 박살나면서 그곳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지상의 모든 동물들이 네팔의 어느 호수에 한쌍씩 보트에 실려 둥둥 떠다니는 풍경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가슴 따뜻한 장면이었다. 그속에 역시 다정한 모습으로 보트에 앉아 있던 폴리와 조는 그 순간 만큼은 지상에 오롯한 남녀, 아담과 이브였을 것이다.
미래의 신문기자 역을 담당한 폴리는 퍼프소매가 달린 과거의 의상을 입고 나온다. 이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과거의 복식은 그녀의 복고풍 헤어스타일과 화장법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또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생각보다 비중이 낮았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멋진 연기와 더불어 주드로와 기네쓰펠트로의 매력이 돋보였던 영화, 웅장한 스케일이 복고풍 스타일과 묘한 조화를 이루었던 영화, 월드오브 투모로우를 보면서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아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