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일요일...
모처럼 늦잠도 실컷 자고..
주말계획 같은거 아예 다 걷어 치우고
그냥 편안하게 보내자 생각하니
마음이, 몸이 웬지 가벼워 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엄마 아빠 일어나기도 전에
대뜸 텔레비젼 부터 보던 아이 둘이
엄마 아빠가 일어나자 방안으로 쏙 들어 갔습니다.
일요일이어도 배는 고픕니다.
주부는 일요일 이어도 쉴틈이 없습니다.
밥은 먹어야 했기에 부엌에 들어 서는데...
이런날은 누군가 나를 위해
아침 한끼쯤,, 그것도 우아하게
샐러드와 빵과 스프가 있는 아침을 차려
놓았으면 싶은 마음만...
마음만 간절해 집니다.오늘따라
싱크대는 더욱 차갑게 와닿고
밥솥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겨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우연히 방안을 들여다 보니
아, 햇살이 꼭 조명을 비춘것 마냥
기다란 띠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빛삼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겨울아침 햇살이 베란다 유리문을 뚫고
눈부시게 비춰 들어서
책을 비추고 아이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햇살 때문에 눈이 부셔서 아이가 읽고 있는 책이 무슨
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순간, 햇살과 책과 아이들이 하나가 된듯한
따사로운 장면이 연출되었지 뭡니까.
눈짓으로 남편에게 일렀지요.
카메라~~
찰칵,,, 카메라 불빛이 반짝이자 비로소 아이들이
저희들을 보고 있는 엄마 아빠를 치어다 보며 헤, 웃습니다.
방안은 어지럽습니다.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저리
화안하게 비춰 들어도
겨울은 겨울이니까요.. 그것도 겨울아침이어서
아이들은 잠옷바람이고 방안엔 이불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침대가 있는 아이방에 웃풍이 제법 들락거려서
겨울동안은 안방 바닥에 이불을 펴고 잠을
자고난 그대로의모습 입니다.
딸아이는 태생부터 책을 좋아했던것 같습니다.
말을 하기도 전에
동생이 태어나 정신없이 바쁜 엄마 치맛자락을
붙들고 '책, 책'하며 ?아 다니더니
어느순간 혼자서 책을 읽어 내던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열한살이 되어버린 지금은 귀여운 아이
태는 진작에 벗어 버렸지만 다행히도 책을 좋아하는 습성은
여전합니다.
책을 좀 읽었다 싶은 어느때인가 부터 책장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갑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나무라지요..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으라고요..
책을 읽는 두가지 방법에 대해 학교때
주어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정독(正讀)과 다독(多讀)에 관한...
아이의 책읽기는 다독입니다.
숲의 전체적인 모양을 볼것인가,
나무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인가...
숲도 보고 나무도 보아야 한다고 그렇게 배웠고
나 역시 책을 보는 데 있어 다독과 정독이
다 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를 재우면서 책을 읽어 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 노력을 해왔습니다.
아이둘이 초등학생이 된 이후로 조금씩
게으름을 피워 하루 이틀 빠지다가
아예 아이들 한테 전적으로 맡긴지
오래 되었습니다만....
밖으로만 돌던 아들 녀석이 어느때 부턴가
책읽는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책과 가까이 해주기 위한 나의 노력이
부족했던지 한동안은 둘째 녀석이 책을 읽으려 들지
않았었지요. 소위 학습만화라는 것을
읽고는 책읽었다고 하고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녀석이 열심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들이 위인전 입니다.
둘째 아이의 독서습관 역시 믿음직 스럽지
못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 위주로만
보기 때문이지요. 녀석은 웬일인지
창작동화 같은 , 어쩌면 그만한 나이가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책은 뒷전이고
스펙터글한 인생역전이 실린 위인전 위주의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는다는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니
그렇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만,
조금씩 고쳐나가야 겠지요..
일요일 아침,
베란다 유리문을 통과한 맑은 햇살이 비추고 그 빛을 삼아
책을 읽는 두 아이의 모습에서 '童心'을 엿보았습니다.
엄마인 나는 그 평화로운 아침정경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책을 좋아하며
찬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따사롭게 비추는
햇살과 같은 마음으로 동심을 간직한채 그렇게
자라났으면 좋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