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다 주어도 아까울게 없겠지요! 하지만 사랑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 지고 사랑의 깊이가 얕아져만 가는 요즈음 세태에 비추어, 다 주어도 아까울게 없는 그런 사랑이 과연 존재 할까, 싶은 회의가 듭니다.
부디, 서로 사랑하여서 내가 가진 아까운 것들 다 나눠주고도 풍성한 그런 마음으로 사랑하였으면 싶은 마음에... 제 자신과 새삼스럽게 사랑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께 이 영화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다이앤 키튼의 나이를 잘 모릅니다. 60이 가까워 간다고 들었습니다만, 여전히 소녀같은 고운미소를 간직한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몸매 관리는 어떻게 그리도 잘 했는지요...다이어트 비디오를 낸 황신혜가 그랬다지요? 다이앤키튼 처럼만, 늙고 싶다구요.
이젠 영락없는 배불뚝이 할아버지가 다 되어버린 잭 니콜슨은 또 어떻구요.. 징그러울 정도로 실감나게 바람둥이 역활을 해내더군요. 멋진 일입니다. 나이를 먹어서도 나이에 관한 고정관념 같은거 단방에 날려 버리고 청춘의 한때 처럼 사랑을 연기하는 모습이요.
이 두 나이든 노배우가 엮어가는 로맨틱 코미디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을 보고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흔히 로맨틱 코미디 하면 젊고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와의 밀고 당기는 사랑이 다소 유쾌하게 그려진 영화 장르 아니겠는지요. 두 주인공이 나이가 좀 들었다 뿐 이 영화 역시도 그런 로맨틱 코미디 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냥 웃고 즐기는 차원 그이상의 것을 여운으로 남겨준 멋진 영화 였습니다.
먼저는 이제는 연기 도사가 되어버린 다이앤 키튼(에리카)과 잭 니컬슨의 연기가 압권이었구요, 영화의 배경이 되어 주었던 해변의 저택과 바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던 영화였지요.아, 바다가 훤히 바라다 보이는 그런 집에서 글을 쓴다면 좋은 글이 절로 써질것 같은 해변의 별장... 바로앞에 바다가 보였습니다. 쉼없이 포말로 부셔지는 파도는 해변의 모래밭을 희롱하고 가끔씩 하얀 조약돌을 던져 주고는 저 멀리 밀려 갔습니다. 에리카는 해변을 산책하다 돌을 줍는게 취미 입니다. 색깔있는 돌들엔 눈길도 주지 않고 하얀돌들로..
극작가로 꽤나 명망있는 그녀는 이혼후 혼자사는 독신녀. 더이상 자신에게 사랑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 걸었습니다. 아무도 들어 오지 못하게. 더 단단하게 자신을 여미기 위해 한여름에도 터틀넥을 입고 4시간 이상 잠도 못이룰 정도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 이지요.
그 앞에 늙은데다 영계밝힘증이 있는 못말리는 독신남 해리(잭 니컬슨)가 나타 납니다. 그것도 자신의 딸의 남자친구로 말입니다. 당장 써야 할게 있어 별장을 찾은 에리카 앞에 나타난 자신의 딸과 그 딸의 늙은 남자친구라니...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용납 될수 없을것 같은 이 어울리지 않는 커플을 엄마인 에리카는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이해하려 애씁니다.
그 와중에 해리의 지병인 심장병이 도지고 어쩔수 없이 해변의 별장에 남게된 해리와 에리카는 조금씩 가까워 지게 됩니다. 끼리끼리란 말이 여기에 해당될까요? 마린(에리카의 딸)의 남자친구보다는 에리카와 어울리는 해리의 모습이 더욱 좋아보이더란 말이지요. 그것이 고정관념이래도 좋겠습니다만.
20여년의 결혼생활은 아마도 여성을 받아 들이고 용서하는 존재로 만들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에리카는 원치 않은 상황에 처해서도 자신의 감정을 인내하며 해리를 돕습니다. 그런 에리카를 보며 해리는 젊은 미인이 아닌 자신의 또래 여성이야 말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랑의 대상이라는걸 알아 갑니다. 둘은 사랑에 빠지지요. 노년의 사랑도 그리도 상큼할수 있구나 싶었던건 순전히 다이앤 키튼의 연기 덕분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몇년만인지도 모르게 까마득한 세월을 사랑을 나누지 않았었고, 폐경기가 이미 시작된 자신은 이제 사랑을 나눌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에리카는 해리에게 빠져 들고 둘은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눕니다. 하나도 이상할것 없는 이 베드신은 오히려 잔잔한 웃음을 배어 나게 합니다. 사랑을 나눈 두사람의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을 흘리는데 아, 그만 저까지 울고 싶었지요. 너무 아름다운 것은 오히려 눈물나게 합니다. 그녀는 새롭게 시작된 사랑의 감정에 모든걸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왜 그토록이나 충만하고 어인 까닭에 자꾸 눈물이 나오는지.. 사랑에 빠져본 당신은 그마음 이해 하실테지요?
그런데 그 사랑이 삐그덕 거리지요. 해리의 바람기가 발동한 거지요. 아까울거 하나 없이 감정까지 다 주었다고 생각한 에리카에게 그 사실은 받아 들이기 어려운 현실 입니다. 그녀는 이번엔 몇날 몇일을 눈물로 지샙니다. 그것은 소극적인 눈물이 아니라 적극적인 울음이었습니다. 그녀의 그 울음은 그녀의 감정을 자극하고 손끝을 울려 마침내 대작을 완성하게 하지요. 글을 쓰다가도 꺼이꺼이 울고, 바다를 거니면서도 울고, 노을을 보면서도 눈물을 찍어 냅니다. 그 모습이 청승맞기는 커녕 참으로 낭만적이게 보여집니다. 그 적극적인 울음이 만들어낸 역작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들어져 대대적인 흥행을 거두고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파리에서 생일을 맞습니다.
그것이 에리카가 사랑의 상처를 받았던 날로 부터 6개월 만이었지요. 그간에 해리는 새로운 자아를 찾고자 자신이 만난 여성들을 하나씩 찾아 봅니다. 모두 거절을 당하고 마침내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에리카 그녀라는걸 깨닫습니다. 둘은 눈이 내리는 세느강의 다리위에서 열정적인 키스를 나눕니다. 해피엔딩으로 영화가 끝이 났습니다. '장미빛 인생'이 흐르는 배경으로 휘황한 불빛을 한 유람선이 유유히 세느강을 가로 지릅니다. 세상은 환하게 빛이 나는것 같습니다. 사랑은 세상에 빛을 내는 유일한 사람의일이라는듯...
영화를 보면서 사랑할때 버려야 할것은 '자존심'과 '이기심'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존심을 벗고 이기심을 다 던지고 순수하게 한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랑은 투명하고도 아름답게 빛을 낸다는 사실, 잠시 잊고 있었던 당연한 사실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