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신부'는 참 이쁜 영화였다. 사춘기 소녀적에 한번쯤 꿈꾸어 봤을 법한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영화 라고나 할까? 일요일에 조카애들이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비가 오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영화...영화는 의외로 신선했다.
문근영은 이 영화로 신인여우상 타이틀을 거머 쥐었다. 아닌게 아니라 어린신부라는 이름에 꼭 맞는 귀여운 이미지에 그 역활에 맞는 연기를 잘 해 주었다.
하지만 대학생 남자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결혼을 할수가 있나.. 현실적으로 말이다. 물론 극중에서 부모들은 걱정하는 어린 여학생인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법적으로 16살이면 부모 동의하에 결혼이 가능해' 그러면서 덧붙인다.'너는 아직 학생이니 딴 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라고..' 이 형용 모순을 당연시 받아 들인다면 당신은 모범생??
서보은(문근영)은 한창 꿈많은 열여섯 고등학교 일학년이다. 얼결에 부모님 말씀에 이끌려, 할아버지의 계략에 넘어가 그만 결혼을 하고 말았다. 그것도 결혼해 보리라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집안 끼리 가까운 동네 오빠(김래원)하고... 좋아하는것 같긴 한데 사랑할 정도는 아닌 오빠랑 한집에서 살게 된 보은은 이 갑작스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처신(?)을 잘해간다. 고등학교 1학년 게다가 입시를 앞둔 학생으로,... 상황은 너무 쉽게 그리고 재밌게 꾸며지는 바람에 보은이 살림도 살고 남편도 챙기는 이중고에 대한 불편을 외면해 버린다.
대신 보은이 바람피우는 얘기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보은이 짝사랑하는 같은 학교 선배인 야구부 남자애 와도 너무 쉽게 커플이 만들어 진다. '너, 일한년 서보은이지?' ..그렇게 서로 알게된 두사람은 '그럼 우리 이렇게 사귀는 거야?'라는 간단한 말로 연인이 되고 둘은 데이트를 즐긴다. 보은은 남편이 아닌 남자친구를 위해 정성스럽게 김밥을 싸서 야구장으로 간다. 집에 남은 오빠는 보은이 버리고 간 김밥 꼬다리를 맛나게 먹으며 고교야구를 시청하다 화면에 잡힌 보은을 보고야 만다. 바람(?) 난 어린신부도 귀여웠을까? 하해와 같은 마음을 지닌 이 남편은 기다린다. 보은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신에게 돌아올때까지..
우연찮게 보은이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장면이 동생의 비디오 카메라에 찍히고 그 사실이 온식구들 앞에서 만천하에 공개가 되고 만다. 아무렇지도 않게 식구들 몰래 남편몰래 바람을 피운 이 철부지 여고생이 갑자기 울며 밖으로 뛰쳐 나간다.
영화속 보은이라면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왜, 나는 남자친구 사귀면 안되요? 내가 원해서 한 결혼도 아닌데 왜 내 맘대로 데이트도 못하냐구요?' 라고...
그런데 정말로 바람나다 들킨 마누라 처럼 얼굴을 감싸안고 울며 놀이터로 도망을 친다. 그 뒤를 따르는 가슴넓은 오빠가 바람난 마누라를 달래서 상황을 정리한다. 보은은 비로소 자신이 있어야 할곳은 너른 가슴의 오빠 임을 깨닫고 남편으로서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
문근영의 연기가 참 이뻤다.... 김래원을 짝사랑 했던 보은의 담임이 보은과의 결혼 사실을 알고 실망한 나머지 보은에게 축제때 쓸 무대배경을 혼자서 다 그려 놓으라고 숙제를 내주는 장면이 있었다. 텅빈 강당, 무대앞에서 선 보은이 무대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양팔을 벌려 길이를 가늠해 보고는 혼자말을 한다.'와, 정말 크긴 크다' 그 장면에서 문근영의 표정은 영화의 압권이었다.
재미는 있으되 다소 비현실적인 영화는 아직 철부지인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해 나가는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혀 보여 주지 않는다. 김치와 반찬을 시어머니가 모두 챙겨주는 장면이 나오긴 해도 학생이 살림을 사는데서 어찌 어려움이 없겠는가 싶었는데..
또한 대학생 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있던 것도 아닌데 둘은 제법 너른 평수의 아파트에서 알콩달콩 잘 살아간다. 알아서 청소해 주는 로봇청소기 까지 갖춘채.. 게다가 남편은 만능에다 멋있기 까지 하다. 장보러 가서 넘어진 마누라를 집까지 업어주는 남편, 날마다 승용차로 학교앞 까지 태워다 주는 남편, 남자친구 만나는 일까지 묵묵히 참고 기다려 주는 남편..
나라도 그런 조건만 갖춰 진다면 16살에도 결혼 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