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상시 보다 한시간 가량 일찍 일어났다.
둘째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다.
김밥을 싸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고로, 어젯밤 대충 준비를 해두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서 일찍 눈이 떠진 것이다.
쌀을 씻어 불리는 시간을 생략하고 밥을 하고
햄이며 야채등 속재료를 준비하느라 바삐
몸을 움직이는데도 시간은 속절없이 잘도 간다.
대충 재료 준비가 끝나고 아이들을 깨웠다.
새벽에 불을 잠깐 넣었는데
따스한 이불속에서 곤히 자는 아이들의 얼굴이 평화로워 보인다.
일어나라고 엉덩짝을 때려도 볼을 살짝 꼬집어 보기도 하지만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최후의 수단으로 온몸을 간지럽히니
두팔을 안으로 모두고 공굴리면서도 일어나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소풍 가야지!' 이 한마디에 반짝 눈을 뜨는 아이..
아마도 소풍날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늘상 일어나기 싫어 뒹굴거리며 문턱앞까지 오던
녀석이 한방에 벌떡 일어나더니 랲으로 즉흥곡을 만든다.
'오늘은 소풍날,파워레이드도 싸고 김밥도 싸고,,
오늘은 즐거운 소풍 우,,빠, 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수는 '파워레이드' ,
그 이유는 거창하게도 축구국가대표들이 마시는 음료라서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김밥, 점심도시락도 싸고
아침도 김밥으로 먹을 생각에 기쁜 모양인지 노랫가락을
뽑는 녀석의 모습이 재미있어 웃음이 난다.
봄소풍,참 정겨운 말이다.지금은 '체험학습'이라는 다소
딱딱한 표현으로 바뀌었는데 내게는 아직도
'소풍'이라는 말이 더 좋다.
김밥을 싼다. 쌀알이 적당히 부풀어 밥이 알맞다.
시금치의 초록색, 노란달걀, 빨간홍당무,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과 맛살이 들어간 김밥은 울긋불긋
꽃대궐같이 이쁘다.
김밥싸는 일이 번거롭다고 한때는 24시김밥집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웃집 엄마들끼리 작당을 해서 아침일찍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다 소풍도시락을 싸주기도 했었다.
생각해 보니 참 멋없다. 김밥집에서 사다
대충 싸주는 김밥.
적어도 아이 소풍날만은 엄마가 직접 김밥을 싸줘야
소풍날 풍경이 따사로운 것이 아닐까.
게을렀던 지난날을 반성해 본다. 썰어둔 김밥을 맛나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늘 우리가족의 아침은 김밥이다. 늘상 국을 끓여
정식으로(?) 아침을 먹던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모두
둘러앉아 김밥에 된장국을 훌훌 거리며 아침을 먹었다.
김밥을 챙겨들고 파워레이드도 챙기고 후식으로 먹을
오렌지랑 얼린물을 챙기며 한껏 부풀은 얼굴로 가방을 메는
아들녀석이 오늘따라 씩씩한 얼굴로 인사를 한다.
아이가 소풍을 더 기다렸던건 오늘 소풍을 '어린이 대공원'으로 가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 보았던 커다란코끼리와 호랑이를 볼수 있어서,
화단 양쪽에서 쏟아지던 분수를 볼수 있게 되어서
그리고 덤으로 청용열차를 탈수 있게 되어서
어린이 대공원이 좋다는 아이였다.
지금 어린이 대공원도 한참 봄빛으로 찬란할 것이다.
꽃과 나무들이 팔을 벌려 아이들을 맞이할 것이다.
생태공원의 봄꽃들이 나도 그립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소풍을 갔는데 날이
꾸물거린다. 엷은 회색구름이 하늘가득 덮고 있어
혹시 비라도 내릴까 걱정이다.
제발, 비야 비야 오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