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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만들기-남이섬-


BY 빨강머리앤 2004-04-20

당신의 추억은 어디에서 숨쉬고 있는지요?

당신 역시도 남이섬에 추억 한조각 심어두고 오진 않았는지요?

여전했습니다. 젊음과 추억이 공존하는곳, 주말의 남이섬엔 연인들과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휴일의 번잡함을 피할 요량으로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지요.

태양의 열기속으로 안개들이 숨어 들고 있는 아침이었습니다.

산등성을 넘는 안개, 물속으로 침잠하는 안개들이 가뭇가뭇

흔들리는 아침풍경은 신비로웠습니다.

머잖아 안개가 걷히고 차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연두색 잎새를 틔우는 파란 봄산으로 가득차왔습니다.

진초록 잣나무 사이로 연두색 활엽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봄산, 그속에 분홍색 방점을 찍듯이 피어난 산벚꽃.

봄은 어디 한군데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경춘가도 양옆 기찻길엔 하얀 조팝나무꽃들이 줄맞춰 피어있는 길,

북한강 줄기마다 햇살이 비춰 반짝이는 풍경을 따라 춘천을 향했습니다.

 

파랗게 싹이 올라오는 나무잎, 그속에 터질듯 피어나는 분홍빛 꽃들,,, 그 모든것을

품고 서있는 꽃섬, 남이섬이 멀리보였습니다. 선착장 매표소에 서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남이섬을 바라봅니다.  연두빛 잎새의 나무들, 그아래 벚꽃의 분홍꽃구름,

그아래 노란개나리 울타리.. 강물은 나무와 꽃들의 색감을 그대로 비춰 햇살로 반짝이고

있었지요. 강변의 봄빛을 담는 카메라는 바삐 움직이고

오늘따라 햇살이 좋아 물빛 일렁이는 강물을 따라  배를 타고 십여분, 꽃으로 가득찬

동화의나라, 남이섬에 도착했습니다.

섬에 도착하니 빠앙, 미니열차가 아이들을 부릅니다.

진짜 동화의 나라로 데려다 줄것만 같은  작고 이쁜 열차입니다.

미니열차를 타고 안델센홀에 가보기로 합니다.

때마침 '헤르만헤세 원화전'이 열리고 있었지요.

데미안의 작가, 노벨문학상의 세계적인 작가였던 헷세가 그림을 그렸다니

갑자기 그의 그림세계가 궁금해 집니다. 헤세의 그림전은 이번주에만 있을

예정이지만, 그곳 안델센홀에서는 시기에 맞춰 다양한 미술전시회가

있을 거라니 기대를 해도 좋겠지요.

 

남이섬에 와보니 이곳 저곳 산책할수 있는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너무 많습니다.

골라 걷는 재미도 좋겠지만, 이 좋은 길, 다 산책하고 싶은 욕심에

자전거 부터 타자는 아이들을 달래 '잣나무길,은행나무길, 자작나무길, 메타세콰이어길'을

다 걸어 보기로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많이 띕니다. 겨울연가라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이나 홍콩 대만의 관광객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그랬습니다.

안그래도 섬을 잘 꾸며 놓았던걸 보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일련의 조처들이 아니였나 싶었지요. 외국인을 위한 안내방송이 계속되고

외국인들을 위한 '겨울연가'팜플렛도 나눠 주고 있었지요.

겨울연가의 주인공 준상과 유진이의 행로를 따라  그들의 추억이 서린곳마다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준상과 유진의 첫키스 장소' ,강변앞 벤치엔 '데이트하던

장소' 그들이 함께 걸었던 '메타세콰이어 산책길'...

메타세콰이어 우람한 나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막 파란싹이 돋고 있었는데요,

어쩌면 그렇게 반듯하게 자랄수 있는지, 우람한 둥치와 반듯한 줄기들이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정렬된 병사들만 같았습니다.

 

걷다보니 '피토원'이라는 곳에 닿았습니다. 토끼를 피하기 위해 섬처럼

만들어둔 꽃동산이 '피토원'입니다. 섬에 풀어 놓은 토끼들이 꽃잎을 자꾸만

먹어버려서 지금 남이섬은 '토끼사냥대작전'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토끼를 잡으면 마리당 3천원을 준다는 이색적인 광고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때 그시절'에 가면 옛날 우리어렸을때 먹었던 '불량식품'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쫀득이며, 쥐포를 준비해둔 연탄불에 구워 먹으며 옛생각에 젖는

중년의 부부들을 만날수가 있었지요.

 

걸어서 섬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어깨를 감싸고, 혹은 손을 잡고 걷는 길이었습니다. 보트를 타고 강물을 가르며

스피드를 즐기는 젊음이 싱그러웠습니다. 보트를 타는 선착장 근처였던가요,

그 길에 타조 한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원래는 타조농장안에 있어야 할

타조가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은 아연 긴장을 했겠지요.

그 기다란 다리로 겅중거리며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를 따라 어딘가로

가고 있는 타조가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타조가 지나갈수 있게 마주선 사람들이 길을 비켜 주었습니다.

저딴에는 여러사람들이 지나갈땐 길가로 비켜서기도 하더군요.

그러다가 저기 앞에 아가씨 세명이 걸어가는데 걸음이 빠른

타조가 그이들을 앞질렀습니다. 타조가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못한

아가씨들이 길을 비켜주고 나서 타조를 보고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지요.

그걸 보는 여행객들은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고요..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재미난 사건 이었습니다.

더 우스운건 아가씨들이 비명을 지르던 말던 제갈길을 유유히 걸어가는 타조의

태연한  모습이었답니다.

 

남이섬에 자전거를 타러온 애초의 목적대로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어른용자전거에 오른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우리 부부는 2인용 자전거를

탔지요. 가지런히 줄지어 서있는 메타세콰이어 길을 달렸습니다. 자전거 타고

그 길을 달리니 마치 우리가 드라마의 주인공인양 착각이 일더군요.

자전거 탄 풍경이 섬의 풍경과 참 잘어울린 하루였습니다.

연인들이 부부들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풍경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는 여행객들도

덩달아 행복해 지는섬.. 남이섬 가득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벚꽃잎은 분홍빛 꽃비를 뿌리고 파랗게 돋아나는 축구장엔

젊이들의 함성이 메아리 치는섬, 젊음과 낭만이 가득한 섬, 남이섬의

풍경이 눈을 감아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남이장군의묘'가 있어서 남이섬이 된 까닭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남이장군의묘는 섬에 도착해서 조금만 올라가면 보실수 있답니다.

 

이곳의 아이들은 남이섬으로 봄소풍을 갑니다.

낼모레면 딸아이도 남이섬으로 소풍을 갈거랍니다.

아이가 만들어 올 또다른 남이섬에서의 추억이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