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저기 오나 싶어 봄마중을 나가면 울긋불긋 꽃대궐로 치장한 봄날이
환하게 웃고 있었지요... 그 봄,두손으로 만지고 가슴에 담아 나도 울긋 불긋
물들고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가면 바람따라 빨리도 멀어지는 것이 봄이 더군요.
새싹이 여려서 차마 밟기가 미안해요.
겨우내 숨죽이며 땅에 엎드려 봄날을 기다렸을 그 어린싹들...
그것은 여름을 푸르게할 가장 기초적인 에네르기를 가져다 줄것임을
알기에 여리디 여린 새싹 함부로 밟을수가 없답니다.
오늘아침, 아주 가슴아픈 뉴스를 접했어요. 열다섯, 이제막 인생의 봄을 맞이해야할
어린 여학생이 목을 맸다는 뉴스였지요. 그 뉴스를 접한 처음엔 '그래? 또 무슨일이지?'
라고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기려 했지요.
언제부턴가 어린학생들의 자살소식이 한두건씩 나올때마다 사회는 충격에 빠지곤
했지만, 그때뿐이었던 것 같아요. 나만해도 그래요. 여학생의 자살소식이 '또,
무슨 일이지? 싶은 마음으로 시큰둥 했던 것 같거든요.
그 여학생 올해 열다섯 이고 이름은 수경이라지요..
수경인 참 꿈이 많은 소녀였더군요. 글을 참 잘썼답니다.
어쩌면, 수경이가 우리 문단에 이름을 드날리는 훌륭한 문학인으로
자랐을 수도 있었겠지요. 혹, 인고의 시절을 감내하고 피워낸 문학작품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그런일도 혹, 있지 않았을까요?
고난은 사람을 단련하게도 해주지만 그 고난이 지나치면
소중하고도 소중한 목숨마저 헌신짝같이 버리는 끔찍한 일도 일어나나 봅니다.
열다섯 여학생 치고는 글이 참 논리정연하고 감성까지 풍부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아인,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도 했지요. 컴퓨터도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쓴 노트를 보며 그 흔한 컴퓨터 학원에 가보는 일조차 그아이에겐 힘겨웠겠구나 싶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음악도 공부하고 싶다고 했고,기타연주도 배우고
싶다고 .. 그아인 하고싶은것 배우고 싶은게 너무 많은 말 그대로 '꿈많은 소녀'
였던것 같아요. 무엇보다 글쓰기를 잘했던 수경이는 유서를 다섯장이나 써놓고
선생님이 주신 음료수를 동생에게 건네주고, 마지막으로 식구들이 먹을수 있게
밥을 한솥가득 해놓고 목을 맸다고 했습니다.
무엇이 이 아이로 하여금 그 어리디 어린 나이에 목숨을 끊게 했을까요?
수경이의 아버진 일찍 돌아가셨답니다. 어머닌 암선고를 받았다지요. 일찍부터
수경인 학생가장이 되어야 했다지요. 하고 싶은게 많은 아이 수경에게
그 아이의 꿈에 반비례한 세상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곳이었을 것입니다.
배우고 싶다고 학원에 갈수도 없는 처지보다,
열다섯 사춘기소녀의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았던건 정작,
자신의 집이 너무 가난하다는 사실이었다면,.. 과연 이 아이가 허영심이 강한
아이로구나 그렇게 단정지어야 할까요?
벌써 초등학생만 되어도 아이들은 친구가 몇평짜리 집에서 사는지,
아버지 직업은 뭔지 그런것들을 궁금해 합니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가치척도는 물질이 되어 버린 것이겠지요.
더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요즈음 아이들 그속에서 외롭고
처참한 심경이었을 수경이를 이해합니다.
이 뉴스를 취재한 기자의 '여학생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사회적타살'이란말
공감이 갑니다. 한쪽에선 한달에 몇백짜리 고액과외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정부에선 엄중하게 처벌을 한다며 '과외와의 전쟁'에 들어 갔지만
숨바꼭질하듯 끊어질듯 이어지는 고액과외 행진은 아마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것 같단 생각입니다. 우리 사회가 '학벌주의'를 조장하는한 고액과외 행진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테지요.
꼭 선진국이 아니더라도, 유럽의 문화국가가 아니더라도 '교육'은
평등하게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배우고자 하는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그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지요. 수경이가 그런 세상에 태어났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일어아지 않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결코 가난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베풀수 있을
만큼 성장을 했다고 봅니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어쩌면 가장 간단한 인재양성 방식에 도달하는 일이 왜 이리도 힘이 드는 걸까요?
천문학적인 사교육비가 문제라고들 하지요.
있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이라고 사교육을 열풍을 조장하고
뒤질세라 없는 사람들까지 합세해 사교육 열풍에 휩쓸리는
오늘날 교육의 현실에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을 한번 생각해 봅니다.
그건 다름아닌, 우리의 아이들 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다름아인 우리 나라의 미래를 이끌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삼가, 수경이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