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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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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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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담임선생님,


BY 빨강머리앤 2004-02-18

사실은 아이의 선생님을 첨 뵌날 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전학절차를 밟고 반배정이 되어서 아이 손을 잡고 3학년 교실로 올라갔었다. 선생님은 아침조회 중이셨는데 밖에 서있는 나를 보셨는지 복도로 나오셔서 마치 오래 우리 아이를 알고 있었던 것 처럼 아이손을 잡고 교실안으로 데려가셨다. 나는 내 또래나 되었을까, 아직 새댁의 이미지도 풍기고 있었지만 두아이의 엄마정도로 보이는데다 참으로 인자한 인상의 선생님을 보는 순간 적이 안심이 되었다.

아이 손을 잡고 교실로 올라가기 전까진 내 마음이 불안스레 흔들리고 있었다. 어떤 구체적인 이유가 없이,... 아마도 새로운 학교에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모종의 낯섬이 그리 마음을 흔들었으리라 생각을 하면서도 아이반이 있었던 삼층까지 올라가는 동안의 그 불안함을 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해 아이손을 더욱 꼭잡아야 했었다.

그런데 아이반 담임선생님을 보자 낯섬으로 해서 심리적불안을 느꼈던 그전의 일들이 모두 해소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였다. 선생님은 아이를 반친구들에게 소개를 했고, 아이가 목례로 인사를 하자 아이들이 모두 웃는 낯이 되어 처음보는 우리 아이를 반겨 주었다. 그런 전경들을 보자 비로소 마음이 놓이면서 어인일인지 슬픔이 몰려 왔다.

딱히, 이렇다할 감정이다고 설명할순 없는 묘한 느낌이 한꺼번에 몰려와 눈가를 촉촉히 적시는 거였다. 새로운 친구들 사이로 수줍게 웃으며 들어서는 아이를 보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걸 닦는데 아뿔싸, 선생님이 내모습을 보신 모양이었다.

이젠, 괜찮겠다 하고 돌아서 오려는데 선생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아이가 적응을 잘 못할까 걱정 되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보아하니 씩씩하게 잘 해낼것 같은데...' 선생님이 그렇게 나를 위로해 주셨었다. 나는 당장에 주책맞은 아줌마가 된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얼굴 표정을 밝게 하며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나왔었다.

아이는 다행히 새로운 학교를 재밌어 했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 보다 어쩐지 더 순수해서 좋다고도 했고 선생님이 너무 좋으신 분인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 얘기를 아이로 부터 들을때마다 선생님이 잔잔하게 미소짓던 처음 모습을 생각했다.

문득, 아이는 지나가는 투로 선생님 얘기를 흘리곤 했다. 엄마가 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얼마나 귀를 기울여 듣고 있는지, 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지도 알지 못한채. '엄마, 선생님이 내가 책 좋아한다고 도서부장 하래' '엄마, 선생님이 나더러 친구들 한테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어' '우리 선생님이 나를 좋아하는것 같애..' 그런 말들을 하는 아이는 행복해 보였다.

그런 시간들이 계속 지속될것 같았다. 얼마나 좋은 시간들인가, ... 머잖아 나는 선생님의 깊고 넓은 은혜를 갚을 정성하나 마련해 놓아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여름방학? 겨울방학전? 그러다 종업식을 앞두고 있었다. 하루전 부랴부랴 선물이라 준비하다 보니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되도록이면 길~게 선생님 은혜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라고 일렀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그 작은 선물로 갚을수는 없을 것이다.별 대단한것도 아니고 작은선물세트로는 더더욱....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선생님이 감사하다고 전하랬다고 그랬다. 내 딴에는 학기중에 건네는 선물은 뇌물의 혐의가 짙은 선물이고 진정한 선물은 학기가 끝나고 감사의 마음으로 드리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선물의 크기가 크든 작든간에 말이다...

아이가 덧붙였다. '엄마 우리 선생님이 우리를 한사람씩 안아 주셨어. ' '어머, 니네반 다?'

'아니, 남자아이들하고는 악수하면서 한마디씩 해주셨고, 여자아이들만 안아주셨어'..'와, 너네 선생님 정말 멋있다'라고 얘기하면서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 눈물의 의미를 아는지 아이는 왜 우느냐고 묻지 않았다. '엄마, 나를 안아주시면서 선생님이 그러셨어. 너는 똑똑한 아이니까,뭐든 열심히 하라고..' 눈물을 훔치며 아이를 보았다. '나, 우리 선생님하고 또 만났으면 좋겠다'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처음 나를 울리셨던 것처럼 마지막에도 나를 울게 만드셨다. 아름다운분.. 그렇고 그런 직업의식에만 사로잡혀 있는 선생님도 많은데 그런 틈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별처럼 반짝이는 분...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그런 분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