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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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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에 즈음하여....


BY 빨강머리앤 2004-02-12

발렌타인데이란 젊은연인들을 위한 명절이지 이미 결혼을 한 아점마의

전유물은 절대 아니다..또한 국적불명의 명절이므로 결코 우리가 추종할 것이 

못된다.... 이건 남편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발렌타인데이에

내 임의로 초코렛을 골라 내 방식으로 어설프게 포장한 초코렛을 받으면서도

그리 즐거워 하지 않았고, 화이트 데이 역시 일부러 초코렛을 준비해서 마누라

앞에 내미는 일을 결코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아직은 저도 여자이고 싶은  간절함 한줄 가지고 있음을 남편이 참 무정하게도

못 알아 준다 싶어 처음엔 서운타 생각해 토라지기를 몇해...

그러다가 적극적으로 내 의사를 타전하기 시작한지 서너해 되었습니다.

'나, 초코렛 받고 싶고, 주고 싶다'

받기위해선 먼저 주어야 겠지요. 그런 면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초코렛을 주는 발렌타인데이가 먼저 있어서 그중 다행 이란 생각입니다.

 

지난해엔 적극적으로 초코렛 구애를(?) 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떤 특정한날, 그것도 다분히 상업적인 의도에 의해서

초코렛 나눠먹기 행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데 다소 불순한 동기마저

의심케 합니다만, 이 여자의 묘한 심리가 꼭 초코렛을 받고 말겠다는

의지를 낳게 하니 조금 우습단 생각도 듭니다.

어찌보면 사랑하는 사람으로 부터 그 '사랑'이란걸 확인하고 싶은 애교섞인

심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아마 그말이 맞을 겁니다. 이 남자, 결혼하고서 무뎌지기가 녹이 슬어

못쓰게된 농기구가 되어 버린건 아닐까 싶은 의구심을 초코렛 하나가 단숨에

날려 버려줄것 같은 그런 심사요.

 

어쨌든, 낼모레면 발렌타인데이 입니다.

작은걸로 초코렛 한상자 준비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이쁜 카드한장 꽂으면

더욱 돋보이겠지요.. 그 사랑의 말이 없으면 초코렛의 단맛도 결코 완전하지

못할 것이기에 '사랑한다'는 , 이제는 얼굴 똑바로 쳐다보며 내뱉기엔

낯부끄러운 그말을 써넣어야 겠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남자 가끔 이렇게 묻곤 했더랍니다.

'나 사랑하니?' 그런 질문을 받고 난 뚱한 표정으로 웃기만 했지요.

별소릴 다듣겠네? 하는 표정을 보고 무안해 하던 그이 표정이 생각납니다.

몇번 그런 질문을 던지고 나로부터 이렇다할 화답을 못 받은 그이가

언제 부턴가 그 질문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젠 아쉬운건 나지요. 그런 질문이라도 건네올때가 좋았는데...

그때 난 마음을 포장해서라도 말을 해줄걸 그랬습니다.

사랑한다는말, 안하니 점점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도 그렇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거나

꼭 껴안아 준 일이 언제인지... 아이들은 말그대로 아이들인데,

엄마의 포옹이 얼마나 따스한 것인지를 잊어 버리면 그건 얼마나 또 슬픈 일일까요?

 

어젠 'Down with love'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았습니다.

로맨틱코미디가 흔히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두주인공의 밀고 당기는

사랑게임을 코미디를 섞어 보여주다 결국엔 헤피엔딩으로 끝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 '르네 젤위거'를 좋아하는 그녀의 팬인지라

그녀의 영화는 안빼놓고 보는 편입니다. 이번 영화도 미심쩍어 하면서도

골라 보게 된것도 순전히 르네젤위거 때문이지요..

그녀의 귀여운 이미지가 로맨틱코미디와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만,

이번 영화의 주제는 다소 애매모호 그 자체였습니다.

당연히 찡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 부족할수밖에요..

로맨틱은 감동, 코미디는 웃음 이라는 공식을 착실하게 보여주리라 기대한

제가 조금 오버를 한걸까요?

어쨌든  영화의 제목 '사랑은 사절'( down with love)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여성주의

영화 처럼 보이는 이 영화도 로맨택코미디의 수순대로 결국은 두 남녀주인공이 뜨거운

입맞춤을  하는걸로 끝을 맺더군요.

이 영화는 발렌타인데이와는 상관이 없는 영화입니다. 다만,

영화도중 여인네들이 초코렛을 먹는 장면이 많이 등장을 합니다.

사랑은 사절이지만 프리섹스를 즐겨라, 그리고 사랑 대신에 초코렛을 즐겨라.

라는 메세지에 충실하기 위한 보조장치로 초코렛이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주인공 르네젤위거가 이완맥그리거의 청혼을 보기좋게 거절하고

초코렛을 먹는 연기는 압권이더군요. 그렇게 맛나게 초코렛을 먹는 여자 첨봤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 그래, 발렌타인데이가 가까웠구나, 하는 생각이 날정도였으니까요.

 

발렌타인데이에 즈음하여 영화를 한편 선택하시려거든

'다운 위드 러브'는 어떨까 하고 소개 드린 것입니다. 발렌타인데이의

원래 의미와는 다소 상반되는 제목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랑 얘기고 초코렛이

많이 등장하니까요!

그리고 나만의 초코렛을 장만하시어 사랑하는 낭군님께 건네 주면서

그대의 사랑의 돈독함을 보여주심도 괜찮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