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 타면 속이 울렁거려요. 차멀미죠.
여행을 좋아한다고, 그것이 취미라고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녔는데
여행자에게 가장 치명적이랄수 있는 '차멀미병'에 중독되어 있답니다.
그래서 여행은 좋지만 그 노정은 달갑지가 않은 이중적인 심사를 안고
여행을 떠나기 십상입니다.
남편이 마석으로 이사오면서 그랬답니다. 우리 이사하면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멋진곳으로 여행가자..크아, 듣던중 반가운 소리..
기대를 엄청 했었습니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단법, 예외가
아니더군요. 한달에 한번은 커녕 계절에 한번 가기도 쉽잖았습니다.
물론 남편의 일때문에 시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백번 이해를 하지요. 한가롭게 여행 다닐게 아니라 한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처지란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삶의 의미를 찾는 작은 떠남 한번 갖는거 그게 생각보다
많은 생각거리와 마음의 풍요를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조금 덜 갖더라도 여행은 많이 다녀서 정신에 자양분을
주어야 한는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답니다.
그간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뜻하지 않는 집안일도 있었고,
그래서 마음도 얼어 붙어 있었지요. 이젠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때는 입춘을 보낸 목하, 봄을 기다리는
희망의 계절입니다. 모르긴 해도 땅속은 아마도 눈이 녹은 물로
하여 흙이 조금씩 부풀어 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봄을 만나러 나서는 길, 어딘가에서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르는
정경을 만난다면 봄꽃일랑 언감생김 꿈꿀 시기도 아니고
그 아지랑이에 내 마음 실어 주고 와도 뭐 그리 나쁘지 않을듯 싶어지는
것이지요. 아, 봄이란 말을 내 입을 통해 내뱉는 순간,
입안가득 상큼함이 가득차오르는듯 합니다.
그래요.. 이럴땐 떠나야 겠지요? 마음만 갖고 있으면
병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으로 미소를 한입 머금었다 거두어 들입니다. 차멀미를 생각하면
괴롭거든요. 어제 서울에 다녀올 일이 있어 청량리까지
한시간여를 좌석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갈때는 그만하면 괜찮았어요. 친절한 기사분이
차멀미 방지 요령서 부터 계속해서 말을 시켜주어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 어느새 서울에 도착해 있었으니까요.
자꾸 묻대요? '어때요, 앞좌석에 앉으니 멀미 안하죠?'
그리고 '내가 아는 어디사는 어떤 분이 차 멀미가 심하는데...'시리즈를
연속해서 얘기해 주셔서 내내 화기 애애한 분위기로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운전석 바로뒤, 내 옆에 할머니가 기사아저씨 말씀에 추임새를
넣어 주시고 차는 쌩쌩, 차안에 별로 사람도 없어서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으로 서울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려올때였습니다. 젊은데다, 까만
썬글라스를 썼는데도 험악한 인상을 감출수 없어 보이는 운전사 아저씨를
보는 순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인상이 험악하다고
운전도 험하게 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 어쩌면 인상처럼 그렇게
험하게 운전을 하시는지... 청량리를 벗어나기 무섭게 차선을 왔다갔다 하시는 겁니다.
아저씨가 무서워 옆에 할머닌 궁시렁 대기만 했지요.
'술이라도 먹었나, 무슨 운전을 저리 사납게 해?'
저도 할머니 말씀에 맞장구만 치고 잠자코 있어야 했지요. 아저씨한테
말했다간 당장에 '맘에 안들면 내리면 될거 아녜요?'라고 말할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잠깐 저러다 말겠지 싶은데 이건 숫제
버스를 가지고 춤이라도 추는것 같았습니다. 내리는 사람을 내려주기 위해
일차선에 들어섰다가 앞길이 뚫려 있는데도 이차선으로 들어가요..
이차선으로 갈려나보다 생각하기 무섭게 차를 삼차선으로 가져가더군요.
그래, 삼차선으로 갈려나 보다고 또 생각하기 무섭게 다시 이차선으로
진입하고 다시 일차선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는데
아, 정말 미치겠더라니까요? 속이 울렁거려 오는데 금방이라도 토할것
같아 한마디를 내뱉고 말았습니다. '아저씨, 토할것 같아요 한길로만 쭉
가시면 안될까요?' 그랬더니 아무말 없이 한번 쭉 째려 보는데... 음메, 기죽어.
참아야 했지요. 배를 움켜쥐고 가방을 끌어안고 애써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야 했습니다.
끝까지 기사아저씨는 차선을 넘나드는 곡예 운전을 했지만
울렁이는 속을 달래다 지쳐 나는 잠이 들었었나 봄니다. 다행히..
잠결에 집앞 정류장이라는 방송을 듣고 부리나케 일어나
'독립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으로 얼른 차에서 내렸지요.
그 운전기사 아저씨의 곡예 운전을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울렁 거릴 지경입니다.
첫애를 가지고 입덧을 하면서 부터 생긴 차멀미... 누군 속이 허하면 그렇다고 하고
누군 비위가 약하면 그렇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밥잘먹고 잘 아프지도 않고
무엇보다 여행에 대한 무한한 동경까지 가지고 있는데 왜, 그리도 심하게
차멀미를 하는지....정말 모르겠습니다.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차멀미 그거 보통 고통스러운게 아니거든요?
차멀미 고통 없이 정말 즐거운 맘만 가지고 여행을 나서는게
소원입니다. 신문의 여행란을 보면서 오늘 아침엔 남편과 올 봄 여행에
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 그대로 가지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선 우선 차멀미부터 퇴치를 해야 겠는데...
속이 울렁거리는 차멀미.. 단번에 퇴치할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