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주는 감동의 깊이가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어제 우리영화''파이란''을
보았답니다.. ''철도원''의 작가가 쓴 시나리오에
홍콩여배우가 출연한 완벽한 의미의 우리영화가 아닐지
모르겠으나, 정말 괜찮은 영화를 보았습니다.
최민식씨의 연기는 현실보다 훨씬 현실적이었구요,
별로 말이 없던 ''장백지''도 그전에 보았던 그녀보다
훨씬 연기잘하는 배우로 다가왔지요.
사랑''이라는 단어와는 영 상관이 없을 듯한
최민식이 그녀가 죽은후 조금씩 그녀를 알아가면서
느껴지던 그에겐 너무도 안 어울릴 듯한 ''사랑''이
뒤늦게 찾아올때의 그 가슴 저릿함을
나도 어찌할줄 몰라 그와 함께 엉엉 울어 버렸습니다.
그 영화의 그 대목을 떠올리면 누구든 가슴에
울컥 뜨거운 것이 차오르지 않을까 싶은데...
***
삼류인생을 사는 강재는 같이 시작한 건달세계의
보스 자리를 차지한 친구 밑에서 정말 ''개같은인생''
으로 살아갑니다.
하는 일마다 그는 어찌 그리도 어설프고 서투를까 싶어
보는 사람이 다 답답할 정도 입니다.
그런 그에게 한 여자가 우연히 다가오죠.
너무도 착하기만 한 여자, 누구든 감싸 주어야 할 것
같지만 아무도 돌볼아 줄 사람이 없는 여자. -파이란-
강재는 서류상 그녀의 남편이 되어
파이란이 불법체류를 막아 줍니다.
그녀는 그런 그가 너무도 고마워 서투른 글씨로
편지를 쓰지요..
''강재씨, 나랑 결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친절 합니다. 그중에서도
강재씨는 가장 친절합니다...''라구요..
그녀는 ''희망''을 찾아 직업소개소를 들렀다
단란주점에 돈을 받고 팔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착하지만은 않았어요.
혀를 깨물고 피를 쏟는척 하며 그 위기를 모면하지요.
나중엔 정말 피를 쏟고는 죽을 줄도 모르구요..
그녀가 세탁소잡부를 하는 동안은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시린손을 불어가며 한겨울 찬바람속에서
이불을 발로 밟아가며 힘든줄 모르고 빨래를 할때도요..
그녀는 그녀의 작은방 작은 탁자에 강재의 사진을 올려
놓고 그의 사진을 보는 동안 또 행복해 합니다.
그렇게 그의 사진을 보는 동안 그녀는 사랑에 빠집니다.
난생처음 바다를 본 파이란에겐 그 바다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녀의 부고를 듣고 그녀를 찾아가던 기차속에서
처음으로 파이란의 사진을 오래 쳐다보던 강재뒤로
펼쳐진 바다는 너무도 파래서 눈이 다 시릴 정도였지만
그는 이미 죽어버린 여자의 사진만 쳐다볼 뿐 그
바다엔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는 걸까요?
그녀의 시신을 확인하는 의례적인 절차를
너무 진지하게 치루고, 검은리본이 둘러진
그녀의 사진을 세심하게 바로하고, 영정을 중심으로
해서 좌우에 세워진 촛불에 불을 밝히는
그의 손길에서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게 느껴진다고
생각 되어질 때 부터 그걸 바라보는 우리는
마음에 뜨거운 울음이 가득차오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그렇게도 오는 모양이었습니다.
강재는 이제 삼류건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유품을 쓰다듬는 모습은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너무도 애처러운
모습이었으니까요..
사랑하는 여인을 태운 재를 안고 그는
아마도 그녀가 생전에 몇번인가는 산책삼아
일부러 들러 보았을 그 바닷가로 갑니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습니다.. 아직 겨울인 바다엔 찬바람이 불고
있었고,''나와, 결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로 끝맺는 그녀의
편지의 그 마지막 구절을 채 못 읽고 그는 바닷가에서
앉은채로 오열을 합니다.. 둘은 그녀 생전에
한번도 제대로 만난적이 없었지만 사랑은 그렇게도 오는 모양이었습니다.(2001년 가을)
외국인 불법노동자들이 합법을 가장해 국내에 머무를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우리나라 사람과 결혼하는 길 뿐입니다. 그 길에 검은손길이 없을리 없구요.
중국에서 이모를 찾아 대한민국에 왔다가 이모의 소식이 종무소식이라 결국은
직업소개소에 갔다가 세탁부로 일하면서 병을 얻은 파이란, 그녀의 형식적 남편이 되어준
깡패 이강재와의 안타까운 러브스토리..
최민식의 건달연기가 일품이었고,파이란의 뼛가루를 든채 오열하는 장면에서
보는 이들의 가슴깊은곳에 감춰둔 슬픔을 이끌어 냈던 영화... 2001년도 가을에
본후 감상을 적어놓은 글입니다.
갑자기 영화 '파이란'이 생각난건, 내일로 다가온 외국인 불법체류자 강제출국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으니 준비할 시간을 달라며 외국인노동자들이
시위를 하였지만 당국은 전혀 받아 들일 태새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외국인의 잇다른 자살이 보도되고 있네요. 서글픈 현실입니다.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주 들도 성명을 내고
한국말도 잘하고 기능에 익숙한 그들이 떠나면 당장에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는데 행정당국은 전국적으로 50여개의 조직을 총 동원해서
불범 외국인 노동자를 검거한다고 하네요.
우리안에는 또다른 '파이란'들이 수없이 태어나고 있는데
그걸 외면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 될것 같진 않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당장에 강제 출국을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간에 받은
안정적이고 잘사는 나라인 대한민국을 인정머리없고 관용이 없는
나라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돌아서게 될것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한사람으로서 착찹한 마음 가눌길 없습니다.
그간에 하루가 멀다하고 형님, 형수님에게 전화라도 넣던 무닐과 꼬비가
요즈음 들어 전화 한통 없습니다. 잠수하는 중입니다. 혹시라도 법망에 걸려
이민국에 잡혀가면 그길로 강제출국을 면치 못할 테니까요.
좀 오래 우리나라에 머문 무닐은 그래도 좀 낫습니다. 성격도 여유만만이라
내가 더한 걱정을 하면 '형수님, 괜찮아요'하며 되레 웃곤 하던 무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온지 5년 이제 막 빚을 갚고 조금씩 저축할 생각에 부풀어 있던
꼬비는 겁먹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여린 그의 성격만큼이나 순박한 그의 눈망울을
들여다 보기에 내가 미안할 정도입니다. 뭔가 대안을 바라고 형님께 전화를
넣곤 했는데 우리도 아무 힘이 없는지라 그저 신문에 난 내용을 앵무새처럼
되읽어 주고는 그냥 걱정하지 마라고 얘기 해줄수 밖에 없습니다.
그친구들과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순박한 정서를 가진, 나쁘게 볼래야
볼수없는 그들은 가족처럼 우릴 대해 주었지요. 그러니 그들이 막상 떠나게 되면
내가 더 슬플것 같단 감상적인 생각도 지금은 사치겠지요?
강제출국을 단행할 행정당국의 단속의 손길이 조금씩 옥죄어 오고
그들은 숨죽여 사태추이를 지켜 볼것 이라 생각하니 그들의 불안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오는것 같아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뭔가 대안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