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동안 계절이 바뀔때마다 찾곤 했던 강화도를 올해 처음으로 찾아 보았다. 가을이 시작되고 있는 토요일 오후, 가장 먼저 코스모스가 길가에서 한들거리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강화가는 새로운 길이 생겨나서 새로난 도로를 따라 신나게 자동차들과 함께 달려 나가는데, 아뿔싸... 예전에 있던 버려진 도로 길가에 저 가을꽃들은 어쩐다!! 그것들이 보는 이 없는 곳에서 가을바람에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이 가련해 보이기 까지 하였다. 그곳엔 여름햇살을 함뿍 빨이들인듯한 붉은 칸나가 한무리 피어 있기도 했고, 백일홍이 줄지어 서있기도 해서 가능하다면 그곳으로 난 길을 따라 가고 싶을 정도였다. 새로난 길 덕분에 몇분 빨리 강화에 도착했지만 어쩐 일인지 예전에 느꼈던 정다운 느낌은 느낄수가 없었으니... 새로운것을 좇는 일만이 능사가 아닌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것이었다. 낮게 깔린 구름이 하늘을 가리우고 있어서 청명한 가을하늘이 아닌 흐린 날. 하지만,그 나름대로 가을느낌에 젖을수가 있었으니,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길가 양옆으로 황금빛을 머금은 들녘이 저기 저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는듯한 착각이 일었던건 아마도 날이 흐린 탓이었을리라.. 그도 아니면 가을이 주는 충만함이 그리 착각케한 것이었을지도.. 아무튼, 코스모스핀 가을들녘을 수채화로 감상을 하고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이 된 자랑스런 우리유산인 서해개펄 앞에 섯을 때의 그 감동을 무어라 적어야 할까... 흐린하늘아래 끝도 없이 펼쳐진 그 개펄이 주는 풍경은 농담짙은 유화를 한폭 감상하는듯한 느낌 이었다랄까.. 아이는 그 갯벌 속으로 뛰어들어 신발이 푹푹 빠지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갯물이 튀어서 옷이 젖는 것도 상관없다는듯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게를 발견한듯 게를 쫒으며 깔깔대며 웃는데 차마 그냥 나오란 말을 할수가 없었다. 셀수 없이 많은 바닷생물을 품고 있는 어머니의 품을 닮은 그곳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사진속에 남겨두는 일이 내가 할일이었는지도.. 강화에서의 바다는 어디에서도 있는 것이지만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엔 마치 바다와 숨박꼭질 이라도 하는것만 같았다. 해안을 따라 어느 정도 달리다 보면 마을이 한번 나타났고, 그 마을이 끝나면 다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되풀이 되어서 나타나는 것이었다. 통나무로 지은 이쁜집, 흙담을 정갈하게 올린 토담집이 보이면 그곳에 내려서 차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지기도 했다. 석모도 가는 배가 뜨는 외포리 바닷가에도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다. 여기저기 왕새우소금구이란 플랭카드가 나부끼는걸 보니 아마도 지금이 새우가 잡히는 철인가 보았다. 동막리 해수욕장옆 분오리돈대를 다녀오다 내려오는 길에 도토리묵을 사먹지 않았다면 아이 말마따나 소금구이새우를 먹는건데 그랬다. 저녁놀이 질 무렵 정수사라는 작은 절집으로 향했다. 어디 잘난 구석 없이 그저 그렇고 그런 절집이었는데 절집 오른쪽을 돌아 계단층계참에서 내려다본 풍광이 실로 장관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산능선을 따라 이제막 저녁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는데 그 끄트머리에 아련히 펼쳐진 조금전 보았던 강화개펄이 펼친 양이 참으로 장대하였으니... 산을 에돌아 오는 길에 산길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햄스터를 준다고 도토리를 줍는 아이들의 손길이 이쁘고, 가을빛속으로 뛰어다니며 산열매를 따는 몸짓이 귀여웠다. 빨갛고 파란색의 작은 열매들이 많이도 달려 있었다. 아마도 숲속 식구들의 겨울식량이 되어주리라... 어느덧 강화의 저녁은 깊어가고 마지막으로 들른 이건창생가는 조촐한 농가의 저녁참처럼 소박하기 그지 없었다. ㄱ자 모양의 세칸짜리 가옥에 방마다 아궁이가 있었는데 굴뚝의 모양새차 참 이뻤다고 기억하게 될 집이었다. 첫가을의 느낌을 흠씬 느끼며 돌아보았던 강화의 들녘과 산과 마을들을 그려보며 가을을 예감하는 일이 행복하다. 가을이 더 깊어지면 다시 한번 그곳을 찾을 생각을 한다. 해안선을 따라 차를 달리면 얕트막한 산야엔 노란 산국과 연보랏빛 구절초가 무르익은 가을을 대신해줄 것 같은 강화의 가을을 그려보며... |
******** 지난 가을 강화도를 여행했던 글입니다.
강화의 황금빛 들녘과 해안가에 핀 구절초의 연보랏빛
그리고 파랗게 일렁이던 바다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