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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BY 빨강머리앤 2003-09-22

                       *무지개*

                                       워즈워드

 

하늘에 무지개를 보면 내마음 뛰누나

나 어릴때 그러하였고,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진 뒤에도 그러하리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죽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컨대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모두 순진한 경건으로 이어가기를.

 

무지개를 본 오늘 새삼스럽게 워즈워드의 시가 생각이 났다.

학교때 교과서에서 배운 딱딱한 시였던 워즈워드의 시가

오늘 무지개 뜬 하늘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이 났다.

시를 외웠던 것도 같은데 첫구절,

하늘에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 뛰누나.. 만 생각이 나고

도무지 뒷쪽이 기억이 나질 않아

워즈워드의 무지개란 시를 찾아 보았다.

별로 길지 않은 그 시속에 함축된 시인의 마음,

시인이 마땅이 가져야할 마음이 농축되어 있는 시.

새삼스럽게 위대한 시인의 마음을 보게 된다.

하늘에 무지개를 보면서 지금도 그러하고 어른이 된

나중에도 마음이 뛰는 그런사람이야 말로 시인의 자격이 있는

것일거라는 시인의 생각에 고개가 끄떡여 진다.

그러니, 어릴때 무지개를 보며 마음이 뛰었던 시인은 어른이 되어서도

무지개를 보며 뛰는 마음을 간직한 시인으로 살면서

그렇게 말할수 있었나 보다.'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정말, 오랫만에 무지개를 보았다.

재작년 여름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무지개를 보았으니

딱 이년만이다. 그땐 먹장구름속, 저녁노을이 물드려는 직전에

살짝 무지개가 드러났었다. 그리 선명하지 않았던 까닭은 아무래도 서울의

탁한 공기탓이 아니었을까 싶었지만, 그나마도 무지개를 보게 되어서

참으로 가슴이 설레고 흥분되던 느낌이었다.

돌아오는 차안, 우리 가족이 모두 노을이 지려는 서녘하는 가에

걸쳐진 무지개를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 어릴때는 참 자주도 보았던 무지개였다.

특히, 여름 반짝 해가 났다가 소낙비가 쏟아붓고는 하늘이 말짱해 지던날에

하늘엔 여지없이 무지개가 뜨고는 했었다.

동요속 세상에 그려지는 무지개는

선녀들이 놀다간 오색다리였다.(알쏭달쏭 무지개 고운 무지개,

선녀들이 놀다간 오색다린가,,)

우리아이 첫 동화집의 무지개는 색동저고리.

(하늘이 새옷을 입는다기에 사다리 타고 타고 올라갔더니

예쁜 색동 저고리 입고 있어요)

 

무지개를 찾으러간 소년의 이야기도 빠질수 없지.

잡힐듯 바로 앞에 있을것 같은 무지개를 찾으러 자꾸 멀리 멀리

떠난 소년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무지개만 쫒다가 결국은 노인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생각난다. 멀리 있는 무지개를 쫒을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작은 행복을 소중히 하라는 교훈을 주는 그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의 우리에게도 건네는 가르침이 아닐까?

 

일요일인 오늘 아침은 마치 한폭의 수채화 처럼 펼쳐졌었다.

눈이 부실듯 파란하늘에서 푸른물이 뚝뚝, 떨어질것만 같았고,

흰솜털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찌나 풍성하고 새하얗던지

구름이 떠가는걸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미풍에 가만히 떠가는 뭉게구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봉우리께로  모여들었다. 파란하늘과 흰구름의 수채화 같던

풍경에 짙푸른 숲의 색감까지 더해져서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까워 아이들을

불러 베란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피워올리는 연기같다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끄덕..

그랬는데, 마음한켠엔 뭉게구름이 피면 소나기가 내릴 징조라는 그 생각은

꾹꾹 눌러 버리려고 애썼는데...

오후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냥 하냥 파란하늘에 뭉게구름을 쳐다보며

오랫만에 내린 따가운 볕에 감사하고 싶었는데 기어이 뭉게 구름이

비를 불러 들였구나 싶어 괜시리 구름까지 미워지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가 '하늘좀 봐요'하며 나를 불러 세웠다.

아무생각없이 올려다본 하늘,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하늘은 말끔하더니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빨주노초파남보,참 선명하기도 하여라.

 

 얼마만인지, 그 선명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본 일이 언제였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오랫동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가끔 저렇게 선물도

주시는 구나싶어 오늘 내린 이 비는 조금만 미워하기로 했다.

무지개, 그것도 쌍무지개를 보니 이 자연의 신비, 하늘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빛의

잔치속에서 어쩐지 마음속의 말들이 자꾸 소원을 말해 보라고 하였다.

내가 바라는거, 저 찬란한 일곱빛깔 무지개 처럼 저마다의

빛깔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내가 닮아 가기를.셀수 없는 빛깔들로 가득찬

이세상에서 내가 가진 색깔로 아름답게 어울리는 사람으로 살아갈수 있기를..그리고

아이때 그러했던 것처럼, 어른인 지금도 무지개를 보면 뛰는 마음 간직하는

그마음으로 살아가기를 그런 소망을 읊조려 보았다.

더불어 범사에 감사하고 내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보듬고 사랑하며 살아갈수 있기를

소망해 보았다.오늘 오랫만에 만난 무지개로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