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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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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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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잔.


BY 빨강머리앤 2003-09-19

어제 또 비가 억수로 쏟아졌습니다.

세상이 물에 잠기는건 아닌가 싶어 내심 겁이 나더군요.

내가 그럴진데, 계곡을 끼고 있거나 강물을 옆에 두고서

혹 범람할지도 모를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오죽했을까요?

참, 하늘도 무심하단 생각이 들었던건 나만이 아니겠지요?

 

어젠 내리는 비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여느때보다 진한 커피를 타서 마셨습니다. 내속만 더 쓰려 왔지만,

비가 내리는 분위기가 그리 만드는지 비오는 날엔 유난히 커피 향에 이끌리는 느낌입니다.


비때문에 아이들 운동회까지 취소가 되었습니다.

비가 올것 같은 전날 날씨 탓에 '비가 올것 같아'고 하면서

밖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걱정을 했을땐

제가 단정적으로 말을 해주었는데요.. 또 비가 오겠니?

라구요.

 

오늘은 다행히 하늘이 맑고 파랗게 열렸습니다. 날씨가 말짱하게 개이니

감사한 마음보다 어제의 퍼붓던 모습 싹 감추고 이렇게 말짱하게 변심한게

또 언제 그리 마음을 바꿀지도 모르겠다는 비딱한 생각부터 나서

웬지 얄미운 생각이 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기분이 좋아 커피를 진하게 타서 마셔야 겠다고 생각하고

주전자에 물을 올렸습니다. 커핏물이 끓기 시작할때 즈음에 건조대의 컵들을 들여다 봅니다.

다른 그릇들에 비하면 우리집 싱크대 서랍장을 꽤 많이 차지하는 컵들이 한결같이

'머그컵'임에 웃음이 났습니다.

어쩌다 한번씩 커피잔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일때마다

그릇가게를  들러 머그잔을 두개씩 사고는 했습니다.

그 잔에 커피를 담으면 참 맛이 좋을것 같은 느낌의 잔,

그 잔에 커피를 담으면 참 좋은 향내가 날것 같은 그런 느낌의 잔으로요.

 

커피잔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한것에 놀랐습니다.

이쁘고 아기자기한 커피잔은 작고 앙증맞은 모양새에 꼭 잔받침까지 세트를

이루지요. 그런잔은 대게 가격이 비싸기 마련이지만 한번쯤은 남편과 분위기를

내고 싶을때 꺼내서 쓰면 좋겠단 생각이 드는 커피잔이지요.

그런 잔을 딱 한번 쓴적이 있습니다. 내가 산것도 아니고 결혼할때 친구가

'부부잔'으로 쓰면서 늘 사랑을 끓여 담아 마시며 사라고 친구가 준 선물이었습니다.

신비로운 보라색 장미꽃이 그려지고 풀색 잎새가 몇개 덧입혀진 허리깨가 볼록한

자그마한 커피잔 세트였습니다. 잔받침도 어찌나 이쁜지 아껴 아껴 사용했었지요.

아니, 첨엔 싱크대 서랍장 맨 위칸에 올려 놓고 처다만 봤더랍니다.

그러다가, 가끔 친구 말대로 분위기를 내고 싶을때, 그잔을 꺼내 우리 부부가

나란히 앉아 차를 나누곤 했었습니다.

 

소중하게 다뤘다고 생각했는데 언제인지 모르게

그잔에 이가 빠져 있었습니다. 하나가 그리 못쓰게 되었으니

다른 하나의 잔은 별 의미가 없어진 느낌이 들어 다시 두개의 잔을(이빠진 잔도

차마 버리진 못하고) 서랍장 맨위에 모셔놓아야 했지요.

 

그  커피잔을 그렇게 만들고는 조금 허전해서 그릇가게를 찾아갔던

날이 봄이 깊어가는 어느날이었던 것같습니다. 아무 무늬도 없이 그냥 노란머그잔이

눈에 들어오는 거였습니다. 개나리를 닮은 깨끗한 노란색 머그잔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그 노란잔을 사들고 오는데 꼭 노란 개나리꽃이나, 유채꽃을 한아름 선물받은 느낌이

났던것 같아요. 기분이 좋아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왔던 기억이 납니다.

노란머그잔을 꽤 오랫동안 커피를 타서 마셨습니다. 그잔으론 우리 부부보다

옆집,이웃집 아줌마들과 더 많이 커피를 나눠마셨습니다. 노란머그잔에

커피를 내오면 그들은 한결같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었지요.

 

그 노란 머그잔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내가 아마도 설겆이를 너무 무작시럽게 했던

탓일까요? 흠,, 노란 머그잔에 이가 나가고 말았습니다. 다시 살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랑

정들었던 그 머그잔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기엔 아쉬워 아이들이 쓰는 플라스틱

수저와 포크를 꽂는 그릇으로 재활용을 해두니 보기에 참 좋더군요.

 

가끔씩, 장을 보러 갈때면 그릇이 모여진 쪽, 그것도 각종 잔이 모여있는 곳을 구경하곤

합니다. 그래서 꼭 사야지 했던 날이 아니더라도 불현듯 어느잔이 눈길을 끌면

그걸 사오곤 하지요. 어쩌다 그렇게 모은 잔들이 하나같이 '머그잔'입니다.

그냥 커피잔보다는 더 커서 어쩐지 풍족한 느낌이 들고

그냥 둥그렇게 아무런 꾸밈이 없는듯한 머그잔은 어딘지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저는 머그잔이 참 좋습니다.

 

언제부턴가 아침을 시작하기에 앞서 꼭 한잔씩 하게 되는 '모닝커피'.

오늘은 무슨잔에 커피를 타볼까. 즐거운 고민을 합니다.

고를것도 없이 오늘도 청자빛나는 도자기머그잔을 꺼냅니다.

아이들이 만들어온 청자빛 도자기잔이 전해주는 깊은 맛이 마음을

정갈하게 해주는것 같아  자주 애용하는 커피잔이 되어버렸습니다.

선생님이 도와준 흔적이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서투른 솜씨가 동시에

엿보이는 청자빛 도는 도자기 머그잔 가득 커피를 타서 마시고 있습니다.

청자빛이라서 그런가요.. 오늘따가 커피잔에서 청자빛같은 가을냄새가 폴 폴 풍겨나는것만

같습니다. 커피한잔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