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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사랑(태풍이 앗아간 사랑)


BY 빨강머리앤 2003-09-15

태풍'매미'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여기저기 남겨놓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산사태가 나서 도로가 유실되고, 강물이 범람하여 교각이 부서지고

마을이 물에 잠기는가 하면 가로수로 심어둔 나무들이 몽땅 뿌리를

뽑힌채 아무렇게나 산발한채 누워있는 광경도 연출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물을 짓기 위해 세워둔 타워크레인이 덮쳐

빌딩이 부서지고 차량이 파손된 모습은 아찔하기 이를데 없는

무서운 재난현장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다치고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이 없었습니다.

 

여름 한철 아름답게 울다갔을 매미가 어쩌자고 이 가을날 다시

나타나 한반도 남쪽지방을 그토록이나 매섭게 울리고 지나갔는지,

이번에 겪어야 했던 대형참사가 꼭 어쩔수 없는 '자연재해'였는지

거기에 인재가 있진 않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때입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속담을 꼭 한번씩 써먹게 되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참 답답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마산에 그런 일이 있었다지요?

지하 삼층에 있는 노래방이 물에 잠기는 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수몰되었다지요. 어쩌자고 그 때즈음 러시아산 원목이 바닷가에 쌓여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텐데, 그렇담 누구하나

나서서  그걸 안전하게 옮겨놓은 생각을 왜 하지 못했는지 뒤늦은

안타까움에 가슴만 치게 됩니다.

태풍이 불어오던 그 때 또 하필이면 왜 밀물때랑 겹쳤는지도

참 알수가 없습니다만, 어찌 하여 태풍이 데불고온 바닷물이 역류하여

흘러 넘치던 빗물과 더해져 원목을 운반했다지요.

마산의 그 노래방건물 지상앞에 이른 원목으로 물길이 막히는 바람에

지하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답니다.

때마침 지하 2층에서 식사를 하고 2차 연회를 가질 생각으로 지하 3층인

노래방으로 내려가 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밖엔 비가 내리고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예고하듯 바람이 제법

불었을 테지만 어찌 그곳이 물에 잠길지 뉘라서 알았을까요?

그 무리에 한 선남선녀도 있었습니다.

다음달이면 약혼식을 올릴 예정이던 예비신랑인 정씨와 예비신부인

서씨가 추석을 맞아 고향에서 좋은 시간을 그렇게 보내기로 했던 모양이었습니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함께 노래방에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둘은 참 좋았겠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빛나는

눈빛을 주고 받으며 다음달이면 있을 약혼식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대하고 있었겠지요.

지극히 사내대장부를 닮은 예비신랑 정씨는 자신의 신부를 위해 무슨 노래를 불렀을지 궁금합니다.

또한 지극히 여성스러운 외모와 온순한 인상을 한 예비신부인 서씨는

사랑하는 그이를 위해 또 어떤 화답의 노래를 불렀을지...

그들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사이 세상은 한바탕 난리가 나고 있었고,

급기야는 그들이 노래 하는 그곳을 덮친 물살이 갑자기 거세게 들이치는걸

보았을 테지요.

지하에 갇힌 사람들이 200여명이 었다니, 그리 넓지 않은

출구쪽에 몰려 서로 나가려고 아수랑장이 되었을 그 상황을 어렴풋이

떠올려 봅니다.

그들속에 그 예비신랑과 신부도 손을 꼭잡고 출구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비신부인 서씨가 물살에 휩쓸리면서 (사진속에서 보니

몸이 참으로 약한 그녀였습니다)잡은 손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정전으로 지하내부는 캄캄하지 않았을까요?

서로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멀어지는 신부를 구하겠다고

암흑속에 잠긴 지하로 다시 되돌아 선 신랑이

그만 영영 살아돌아오지 못한 얘기를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그들의 그 안타까운 사랑에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타이타닉 호에서의 케이트 윈슬렛과 디카프리오의 사랑이 잠시

떠올랐습니다만, 그들의 죽음을 불사한 숭고한 사랑을 그 어떤

수사로 표현할수 있을지 저는 알수가 없습니다.

 

태풍 매미가 그간의 태풍의 역사를 다시 쓰는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다고 하네요. 육지에 상륙하면 약해지기 마련인 태풍이 이번엔

육지로 올라온 뒤로도 여전한 기세로 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갔던 일은 앞으로 기상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몫인듯 싶습니다만,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로 인한 피해를 점검해 보면서 내 자신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지구온난화에 한수 거든일은 없는지

자성의 시간도 갖어야 하는건 아닌가 싶어 집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