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아침이면 안떠지는 눈을 억지로 뜨며
'바쁘게'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또 '바쁘게'아이들 학교갈 준비를 시키고
다시 '바쁘게'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학생들을 보면, 회사원들을 보면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바빠 보인다. 조금의 여유를 갖기 힘든 그런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건강한 생활인으로서 보다 어쩐지 일의, 공부의 노예가 되어 가는 비관적인
모습이 더 많이 보여서 안타깝다.
내 경우만 해도 그렇다.
아이들을 일찍부터 공부의 노예가 되게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었다.
그래서 주변의 공부바람에도 꿋꿋하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있다가
초등학교를 얼마 앞두고 아이가 관심을 보인 과목 하나를 시키며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같은 유치원과 그리고 이웃 엄마들로 부터 그들의 아들딸들이 얼마나 많은 공부를
벌써 부터 하고 있는지, 어떤 재능이 있는 지도 모르고 음악학원, 미술학원, 체육학원에
보내며 아이들을 뺑뺑이 시키는지를 들을때 마다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건
아니었다.
어쩌면 이러다 우리 아이들만 뒤처지는건 아닌가 싶어 사실은 무척이나 불안했었다.
그러면서도 내 나름대로의 교육관 내지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분명하다고
위안삼으며 아이들의 공부에 짐착하지 않으려 애를 썼었다.
그러던 것을 막상 초등학교에 보내보니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현실의 벽은
훨씬 높아 보였다. 벌써, 웬만한 영어문장을 술술 읽어내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3학년 수학문제를 푸는 아이도 있었고, 체르니 100번을 치고
있다는 아이, 태권도를 이미 기본띠를 따놓았다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 말들은 나를 무척이나 초초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
나의 교육관을 뿌리째 흔들리게 하였다. 그런 말에 그토록이나 흔들렸던걸 보니
아무래도 내 뿌리가 약했지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들의 말이 그냥 흘려 보낼
그런 말이 아니었기에 하나씩, 둘씩 공부를 시키는 과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아이들과 엄마와의 불협화음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던것 같다.
자신이 해야할 일이 항상 일정하게 분배가 되어 있기 때문에 날마다 해야하는 그
과제들을 하루라도 빼먹으면 다음날 해매기 마련이었고, 일주일 후에 오는 학습지 선생의
스케줄에 맞춰 문제를 다 풀어 놓으려면 게으름을 피우면 안되었기에,....
특히, 뒹굴면서 책읽는걸 취미로 아는 큰애가 문제였다.
학교에서 오자마자 책을 펼치고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관없이
뒹굴면서 책읽는걸 좋아하는 큰애는 늘 하루, 이틀 해야할 분량을 놓치곤 했다.
한가지만 공부를 한다면 오죽 좋으랴만, 주변에 비해서 그래도 덜 공부한다고는
하지만 서너과목이나 되는 문제는 만만치가 않았고,
더군다나 피아노연습까지 보태지면 이건 날마다 공부와의 싸움이 되는 수준일수밖에.
그걸 알면서도 엄마인 나는 늘 다그치는 입장이 되고 만다.
지금 하지 않으면 큰일날것 처럼.
엄마로 부터 엄청 혼이 나는 날은 눈물을 찔금거리며 그간에 미뤄둔 공부를 한꺼번에
하느라 엄마눈치를 보는 큰아이를 보며, 그러게 날마다 차근차근 할일이지.. 하고
말하지만 내 마음도 편할리가 만무하다.
일요일인 오늘도 큰애는 그간에 미뤄둔 공부때문에 엄마한테 잔뜩 혼이나고
쉬어야할 오늘 밀린 공부를 하느라 애를 써야 했다.
요즈음 거리에 나서보면 '연중무휴'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예전 같으면 일요일은 상점들이 문을 닫아 모처럼 한가로운 거리를 걷고는 했지만
요즈음은 모두다 부지런 해지기로 작정을 했는지 일요일에도 쉬는 상점이 드물다.
특히, 할인매장과 같은 현대식상점들은 일요일이 아예없다.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 매장은 연중무휴라는걸 자랑인양,
커다랗게 광고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샌가 일의노예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언제나 바쁘다, 바뻐를 외고 다니는 우리,,, 삶의 여유를 찾아 한적한 여행을
꿈꾸는 일은 일년에 한번도 과분하게 주어지는 팍팍한 시간들....
그렇게 살지 않으면 낙오되는 사회라는 이 기차에서 잠시 내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종착역이 어딘지도 모르게 달려가는 기차를 타고 바쁘게
어딘가로 흘러가는 우리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
어쩐지 더욱 바쁜 사회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을 잠시
간이역에라도 내려 차분히 관망해 보는 시간이 절실한 때이다.
우리사회도 주5일제가 정착되어 가는 듯해 보이지만
아직은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그마나 생활을 꾸려 가야 하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직장을 나가야 하는 남편도 마찬가지다.
일요일 이면 아이들과 가까운 곳이라도 꼭 자연을 찾아 삶의 여유를
즐겨보자는 말은 잠시 미뤄 두잔다.
그러마고 남편의 말에 동의하진 못했지만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이 못내 안쓰럽기만 하다.
저녁을 일찍 먹고, 빗속을 걸어 장을 보고 왔다.
오는길에 햄버거집을 지나오다 유리창을 닦고 있는 여종업원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지친 표정으로 대강 유리창을 닦고 있는 그녀의 지친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일요일에도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삶의 희망이 반짝이는 걸 보는 일은
활기찬 느낌이 들테지만,
일주일 동안에 쌓인 피로도 못 푼채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하는 노동자들의
지친 얼굴에선 삶의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의 '빨리빨리'란 말을 가장 먼저 배운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
빨리빨리 문화, 나 역시도 나도 모르는새 몸에 익숙해 버린
버려야할 그 문화를 부여안고 오늘 하루도 바쁘게 흘러가 버렸다.
누가 멈출수 있을까? 초고속으로 달리는 이 현대라는 문명의 기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