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햇살이 환한 일요일 입니다.
어디든, 나서겠다고 월요일이 시작된 날 부터 마음을 한군데로 모았었습니다.
이번주는 꼭,'아침고요 수목원'에 갈것 이라고 장담을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굳이 변명해 보자면, 그래요... 어제 비가 무척이나 많이 내렸던 탓으로나
돌려야 겠습니다.
그리고 일기예보에서도 그랬지요. 그 비가 일요일까지 계속된다구요,
그래서 '이번주는 안되겠다'라고 맘 편히 먹고 아침에 늦잠을 자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늦게 일어나니, 환한 햇살이 아침을 열어주고 있는
밖을 보고는 또 한켠 마음이 복잡해 집니다.
이 게으름을 걷고 길을 나서야 하는가, 아닌가, 하구요..
엊그제 부터 무척 피곤해서 졸린 눈으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맘껏 자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아서 그만
두손 두발을 들고 늘어져 있습니다.
아이들 생각하면 어딘가로 나서야 할것 같은데,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어디든 나서야 할것 같은데
마음만, 가을하늘 처럼 높아질 뿐 몸이 말을 아니 들어 줍니다.*^^*
일요일이 그래서 평화롭게 흘러가네요.
라디오의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게 흐릅니다.
클라리넷의 맑고 투명한 음악은 저를 평화의 강으로 잠시 인도해 줍니다.
심신이 릴렉스 되는 느낌... 오늘은 그런 느낌에 젖어 그냥
이렇게 뒹굴고만 싶습니다만...
곧 점심 시간이네요. 아이들 점심 챙길려면 일어나 봐야 겠어요.
이번주는 내내 연주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전화선으로 흐르는 그 따뜻한 목소리를 듣는 일이
참 좋구나.. 그런 생각을 했지요.제가 외로웠던가 봅니다.
외롭다고 생각을 했을땐 누군가가 그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 외로움으로 그리움을 품는 일 또한 내가 사랑하는 일이랍니다.
가을로 가는 자연을 들여다 보는 일이 참 좋습니다.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들여다 보면 더욱 그일이
좋게만 느껴집니다.
어젠 조금은 가슴아픈, 그러나 여운이 길게 남는 헤피엔딩인 영화를
보았어요. 그런 장르의 영화가 조금은 생소해서 볼까말까 망설이던 영화를
사실은 볼게 별로 없어서 비디오로 빌려다 보았습니다.
'몬스터 볼' 이라구,작년에 여우주연상을 받은 최초의 흑인배우'할 배리'가
주연한 영화였지요. 아름다운 여자더군요.
영화도 괜찮았어요.
'몬스터 볼'이란 사형수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축제... 라는 뜻이랍니다.
영화속 할배리의 남편이 11년 이라는 긴 세월을 감옥에서 살다가,
사형을 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과연 사형제도가 올바른지, 재고해 보아야 할
지나간 시대의 유물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라는걸
영화는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리고 할배리가 자신의 남편을 사형시킨 교도관이었던 행크를
받아들일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결굴엔, 지극한 사랑으로 다가오는
행크와 행복한 결말을 맺고 영화가 끝이 나더군요.
헤피엔딩이었는데도 결말부분이 짧았던 탓인지 오래 여운을 남긴 영화였답니다.
오늘은 책장 한켠에 치워둔 소설책 한권을 꺼냈습니다.
한승원씨의 '포구'라는 소설을 언젠가 사뒀는데 읽진 않고 있었거든요.
소설을 잘 안 읽게 되는것 같아요. 에세이를 주로 사서 보았지요.
유행에 상관없이 그냥 맘에 드는 책으로 한권을 사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며
행복했어요. 그들이 가진 아름다운 마음, 그 접점을 찾아가는 일이 좋았습니다.
엊그제,'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여행'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아서 남편이 고른 그책을 멀리 두고 있다가
읽고 싶다는 문득, 간절한 마음이 들어서 책을 펼쳤는데 제 마음에 꼭 들어 왔답니다.
어찌나 글들이 아름다운지 눈물이 가슴에 그렁그렁 맺혀오는 거였어요.
나도 그 시인의 눈을 따라 강원도 길도 나섰다가,
해미읍성의 호야나무아래서 밤을 지새기도 했다가,
갑사의 돌탑에 핀 돌꽃에 눈이 혹해서 한동안 꽃에 눈길을 주기도 했지요.
'포구'라는 말은 쓸쓸하면서도 참 따뜻한 말이어서 제가
참 좋아하는 단어 입니다.
끈적끈적한 어부들의 삶이 농익은, 그들이 떠나고 난 한적한 포구에
닻을 내린 빈배를 떠올려 보며 포구를 읽으면서 맘껏 바다 냄새에 젖어 보고 싶습니다.
안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