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 이면 드디어, 개학이다!!
이건 순전히 엄마인 나의 버전이지만, 아이들은 '아니 벌써?'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 놓는다.
방학이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는 말을 하면서 조금만 더
여름방학이 연장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얘기하는 딸아이 앞에서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보낸 여름방학이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 한켠이 뿌듯해 왔다.
방학이 시작되었다는 신호탄에 앞서 아이를 둔 엄마로서 고민에 빠지는
한가지는 어떻게 하면 여름방학동안 의미와 보람과 즐거움을 느낄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방학이라 함은, 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께 배우고 친구들과 사회적응력을
다져가는 의미있는 나날에 비해 이젠 어떤 조직과 틀로 부터 벗어나 자칫
방만해지기 쉬운 틀이 없는 곳으로의 이동이란 생각이 었다.
그러니, 한창 좋은 습관을 익혀서 앞으로의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설계해 나가는데
기본습관을 유도하는 역활을 엄마가 앞장서서 보여주어야 하는 시기가 바로 방학이니
마음의 부담이 먼저 생겨나는 일은 어쩔수가 없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나만의 방학계획표를 머릿속에 그려보다가
복잡한 생각에 그만 두었던 방학초, 내 어지러진 머릿속을 알아채기나 한듯
아이들은 오랫동안 제멋대로 였다.
일치감치 규모있게 짜둔 계획표는 그냥 책상 한쪽에 넣어둔 악세사리인양,
생각나면 한번씩 쳐다 볼뿐 그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몇번은 '계획표는 둿다 뭐할려고 그렇게 모셔만 두느냐'고 야단을 쳤지만
결국은 잔소리에 머물고 말아 나중엔 그래, 방학이니 내 봐준다.. 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조금은 여유를 두되, 적어도 방학동안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그제서야 계획표를 짜보기로 했다.
우선은 아이들을 체험학습 삼아 한군데 보내자 했던 것을,
마침 도자기체험이 있어 그곳에 일주일간 보냈다. 아이들도 나도 마음에 꼭 들었다.
흙을 매개로 만난 도자기와 그릇과 화병과 풍경이 그 이름들처럼
포근하고 정겹게 다가오던 방학초입 이었다.
내일 방학이 끝나는날, 아이들과 함께 오라는 초대를 공방으로 부터 받았다.
그동안에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구워서 포장해 두었으니 그것도 찾아갈겸,
아이들과 방학마무리겸 작은 파티가 준비가 되었노라고 전화가 왔었다.
내일을 생각하는 아이들과 나도 덩달아 가슴이 설레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여름휴가를 알차게 다녀왔다.
가야할곳을 사전에 알고 가니 보이는 것들이 예사로 보이지가 않았다.
어느결엔가, 아이들도 숲속에 들어선 나무며 들꽃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고,
사찰에 들어서서는 탑도 구경할줄 알게 되었다.
아직은 별거 아닌거 같지만 그런 노력들과 함께 자연을 받아들이는 순수한
마음을 익혀가는 일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한다.
휴가중에 들린 외가댁 얘기를 두고 두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번 여행으로 부터 얻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마음공부가 부쩍 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방학숙제를 많이 해가지 않기로 원칙을 정했으나, 학교에서 내준 숙제중
'체험학습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과제는 비중을 두고 아이들과 풀어가고 싶었다.
다행히 주변에 견학을 하며 배우고 익힐수 있는 자연과 문화유산이 풍부한
덕분에 과제 이외에도 다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다산생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즈음엔 남양주야외공연 축제가 있어서
그 일환의 하나였던 다산생가터에서 본 연극이 아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어서
덕분에 숙제가 쉽게 해결되었다. 말 그대로 체험학습보고서가 되었던 그날의
그 느낌을 나도 유익함과 함께 감동으로 받았던 그날의 느낌이 선명하다.
어제의 '환경사업소'를 다녀오는 체험학습을 끝으로 방학숙제가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다. 가는 길에 버스시간을 몰라 허둥대기도 했고, 유난히 늦여름햇살이
따가워서 땀깨나 흘리는등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그러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어버린 환경사업소를 다녀와서 아이들은 환경과 생활이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조금이나마 듣고 왔으니 그만하면 되었다 싶었다.
잘 듣고 와서 체험학습보고서와 관련된 용지를 빠드리고 와서
다시 새롭게 작성하느라 어려움을 겪은 일까지... 잊지 못할 여름방학숙제를
마감한 올 여름방학이었다.
돌아보면 갈팡질팡이었을 망정 나름대로 잘 보낸 여름방학이다 싶다.
언젠부턴가 모르게 아이들 숙제가 부모들과 함께 하는 숙제가 되어 버렸지만,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나도 여러가지를 배울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 드디어, 개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