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널 생각하며 이런 싯구를 읊조려 본다. 사랑하는 이는 곁에 있어도 그립다는데,
하물며.. 떨어져 지낸지 몇년이 흐른지 그 세월이 아득한 우리의
그리움은 어떤 자로 잴수가 있을까...
은경아!!
너의 이름을 이렇게 써보는 것도 얼마만이냐?
실로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난 더이상 아무것도 써 나갈수가 없을것만 같구나.
은경아, 조은이가 태어나서 내 결혼식에 온게
우리가 본 마지막이었으니 그래, 십년이 흘렀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의 세월이 그렇게 후딱 지나가 버렸구나.
생각해 보니 둘째도 이쁜공주를 낳았다고 네가 전화했을때
그때가 팔년전이니 그때 낳은 네딸이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겠구나.
나의 생각은 너와 항상 우정을 나누던 십여전 전에 고정이 되어 있는데
세월은 살같이도 흘러서 어느덧 그때 아기였던 너의 딸아이가 벌써
초등학생이 되고, 우리집 두아이도 벌써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이고 보니
그 세월이 남긴 흔적을 아이들에게서나 찾아야 할까보다.
은경아, 그 많던 사연을 어쩌지 못해 우린 참 자주 편지를 쓰곤했지.
초등학교 5학년때 네가 멀리 이사를 가게 된후로 쓰게 된 편지니
거의 이십여년 가까이 편지를 주고 받았던 우리... 그 편지가 끈끈한 연결고리가
되어 우리의 우정의 지킴이가 되어주었던 덕분으로 그 세월동안 서너번 만나는게
고작이었지만 늘 변함없는 우정 간직할수가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그 편지도 편지였지만, 너 생각나니?
내가 서울로 떠나와 그나마도 일년에 한번 만나기 어려웠던 그때,
여름휴가를 같은 날짜에 맞춰 매년 여름이면 만나곤 했던 그기억, 너 생각나니?
내가 집에 가는 길에 주로 너의 집을 들르곤 했을때
마치 엄마아빠처럼 날 반겨주시던 너의 부모님의 웃는 얼굴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참, 그때도 허리가 자주아프시던 엄마는 어떠신지, 언제나 근엄한 표정이시던
아빠는 또 어떠신지 궁금하구나. 두분다 많이 늙으셨으리라 짐작한다. 우리 엄마아빠처럼.
내가 너희집을 떠올리면 모든게 풍성했었단 생각이 들어.
일부러 그러셨을까? 양계장 일로도 바쁘셨을텐데 일부러 장날이면 짚차에
우리까지 태우시곤 장에가셔서 한보따리씩 채소며 과일을 사오곤 하셨던 일..
정말 한보따리였지. 농사지을때 쓰는 커다란 자루를 가져가 고구마며 옥수수 그리고
커다란 수박한덩이에 복숭아 자두까지 두분이 낑낑대며 들어올릴만큼 많은 먹거릴 사들고
비포장 길을 털털거리며 집으로 돌아올때 우린 서로의 얘기들을 하느라 그것들을
눈여겨 보지 않았었어. 그러다가, 수박을 쟁반가득 담아오시면, 옥수수를 삶았다고
간식으로 내오시면, 고구마를 쪄서 먹기좋게 내오시면 그때 비로소 그 자루속을 채우던
것들을 떠올려 보고는 했지 않니?
참, 그 생각도 난다. 내가 첨으로 네가 이사한집에 놀러 갔을때
빈양계장에 들어가 샤워하던일... 시골이라 변변찮은 목욕탕은 없고, 날마다 땀으로
범벅이 되던 여름날이었으니 당연히 목욕은 해야 했는데 네가 제안을 했었지.
양계장을 제법 큰 규모로 운영하던 너희집에 비어있는 양계장이 있었는데
그곳에 수도시설이 잘 되어 있으니 거기서 목욕하자고...
다른건 잘 생각이 안나는데 목욕은 뒷전이고 서로에게 호숫물을 뿌려대며
깔깔댔던 일이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선명하게 떠오르곤 하는구나.
아직도 그 양계장이 그대로 있을까?
마루에 앉아서 내다보면 시내가 흐르고 그 앞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그루
시선을 가로막고 있던 너희집 앞풍경과,그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항상 장기를 두시던 어른들의 모습까지 마치 내고향인양 너희집과 느티나무 주변이 손에 잡힐듯 그려진단다.
은경아,
그런날이 무척이나 그립다. 더워지고 여름이 깊어가는 요즈음, 내가 너희집을 향해
광주에서 고속버스를 내려 다시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나주배가 주렁주렁 열렸던 길을 지나, 넓다란 평야가 온갖 푸성귀를 키워내던 모습이
인상깊었던 길을 지나 다시 너에게로 가고 싶구나.
너와나 아니 우정으로 하나가 되었던 우리가 어찌하다 세월이 강산을 한두어번 쯤 변하게
할동안에도 소식한장 주고 받을수 없었는지 나는 지금 그세월을 원망하고 있구나.
여자가 결혼을 한다는건 소녀들의 우정을 이성의 사랑으로 대체하는 일이 아니었거늘,,,
그때 넌 대전으로 가고 난 서울로 가고... 둘이 그렇게 낯선 땅으로 뿔뿔히 흩어져서
정보와 통신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오늘에도, 우리 이렇게 서로 모르는채 살아가니
안타까운 마음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언제나 내 너를 향한 그리움을 이렇게 키우고 간직하고 있으니
난 믿어 본다.우리 언젠가 지난날 그리했던 것처럼, 서로의 그리움으로 다시
만나는 그날이 꼭 오리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