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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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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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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앤 2003-07-31

꿈을 갖고 살아간다는건 삶의 희망을 놓치 않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꿈을 갖고 사는 동안은 그이의 눈망울은 별빛을 닮아 있을 것이며 그이의 손은

무언가를 탐색하느라 바쁠것이기에, 꿈을 갖고 사는 동안은 누구든 청년이 될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나는 불현듯 잊고 살았던 내 꿈의 방향을 좆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헝클어진 실타래 처럼 그 끝을 알수 없는 생각의 꼬리에 머리가 어지러워

잠시, 짙푸른 녹음으로 오늘도 더위에 꿋꿋하게 맞서고 있는 숲을 바라본다.

어렴풋이 생각나는건 있다.

내가 어떤 꿈을 갖고 살아왔던가.

그 꿈의 실마리를 고이 간직하다가 놓쳐 버린 그 때는 언제였던가.

 

요즈음이야 유치원 아이들도 내가 훗날 뭐가 될거라고 다양한 직업들을

내세워 꿈을 이야기 하는 시대지만, 어디 우리때야 지금처럼 직업도 다양하지 못했고,

대중매체가 지금에 비하면 무지하게 낙후되었을 때니 꿈인들 대개가,

남자아이들은 '군인, 의사, 선생님, 판검사' 등이었고, 그 당시만 해도 '과학자'라는 꿈을 이야기한 사람은 '와~'하는 감탄사를 유도해 낼 정도로 특별한 꿈이 되었던 때였다.

여자아이들은  '간호사, 미용사(그래, 그땐 미용사 하고 싶단 아이들이 꽤 있었다)

선생님(지금도 인기있는 직종이지만 그당시도 가장 인기있는 미래의 직업중 하나였다)'등이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한번은 국민학교 3학년때, 학기초에 있는 환경미화를 위해서 커다란 색지에 우리반 아이들이 각자 자기꿈과 희망을 적는 일이 있었다.

아이들은 거침없이 의사, 선생님, 군인, 대통령, 장군, 간호사, 미용사.... 등등을 적어갔지만

나는 정말 분홍색색지에 내 이름이 적힌 그곳에 무얼 적어야 할지 몰랐다.

이틀동안에 아이들은 저마다 한가지씩 자신의 장래희망과 꿈을 그곳에 적어 놓았는데

그 이틀동안 내내 생각에 생각을 더해 봤건만, 난 어떤꿈을 그곳에 적어야 할지 정말

난감하기만 했다. 나 혼자만 장래희망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선생님은

몇번이고 '넌 왜 적지 않느냐?'고 물으셨지만, 빨리적어라,,고 채근하시진 않으셨다.

그때 그 선생님 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 무얼 적어야 할지 모르고 마음만 복잡해 있었는데

선생님까지 빨리적어 내라고 닥달을 하셨다면 난, 아무거나 그곳에 되는대로 적어 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정말 네가 하고 싶은게 무언지 천천히 생각해서 적어라'고만 하시곤 묵묵히 나를 지켜봐 주셨다.

 

난 정말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엇이 되기 보단 나중에 세상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그리고 사람들이 내 이름 석자를 알아봐줄 정도로 훌륭한 무슨일인가를

해낼수 있는 그런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직업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이틀, 사흘을 고민하고도

구체적인 미래의 나의 직업을 생각해 내지 못하고 말았다.

위인전을 읽어 보면 그 사람들이 부러웠다.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둔 그 사람들의

직업이 모두 부럽기만 했다. 헬렌켈러를 읽으면 그녀의 고난을 이겨낸 삶의 모습이 부러웠고,  슈바이처를 읽으면 그의 학구열과 봉사와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부러웠고,

링컨을 읽으면 착실히 자신을 닦을줄 알았던 당참과 미국이라는 커다란 나라를 이끌어간

그 지도력이 부럽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을 짬뽕하는 희망.. 그것이 직업으로 불릴수 있다면 난 그런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것도 어렴풋이 말이다.

마침내, 선생님이 기한 날짜를 잡으신 삼일째 되는날.

난 그냥 아무거나 적어 버리자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는

'가수'라고 장래희망을 써버렸다.. 말 그대로 써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풍가서 우리반 대표로 노래 한곡 부른정도로... 그리고 그당시 노래 부르는걸

곧잘 했던 우리또래 가수로는 텔레비젼에서 비까번쩍한 조명을 받고 현란한 춤솜씨를

뽐대던 '가수'가 될리가 만무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난 정말 내가 생각한 '괜찮은 사람'이 어떤 직업인지를 모르겠어서 그냥

'가수'라고 적어놓고 나자신도 멋쩍어 했던 기억이 있다.

가수라고 적어논 나의 장래희망을 보고는 선생님이 했던말, 그리고 그 표정이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와 , 나중에 우리동네 가수가 하나 탄생하겠네?'라며

호호 웃으셨던 선생님 얼굴이 선명하게 생각이 난다.

 

국민학교 5학년 때, 드디어 난 뭐가 될지 정할수가 있었다.

그 당시 선생님께선 일학년 아이들의 아침자습을 돌아가면서 시키셨는데

교단에 서서 아침자습을 시키면서 일학년 아이들의 눈을 들여다 봤던가...

그 일이 참좋았다. 선생님 흉내를 내면서 아이들 자습을 시키던 그 시간이

얼마나 좋았던지 모르겠다. 그래, 난 선생님이 될거야.. 마침내

난 내가 하고 싶었던 구체적인 '나의 꿈'을 그릴수가 있게 된 거였다.

 

나중엔 선생님이 되고 싶었으나, 그냥 선생님이 아니라

섬마을이나, 어디 시골 학교 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쓰는 '시인선생님' 이 되고 싶었다.

그건 아마도 고교때 국어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듯 싶은데

오랫동안 나의 꿈은 시인선생님이었었다.

 

난, 지금 '시인'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인과 선생님에 대한 내가 예전에 꾸었던 내꿈을 간직하고 있다.

아니, 적어도 그 꿈을 잊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살고 있다.

 

지금, 내가 꾸었던 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며 늦은밤 나만의 노트를 꺼내 일기를 적어으면서

나는 조금씩 느끼곤 한다. 꿈을 향한 길을, 그 놓쳤던 실마리를 찾기위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