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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들판과 겟막...


BY 리 본 2004-01-08


큰오빠는 결혼을하고 식솔이 생겼으나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못한게 아니라 안한거) 하루하루를 소일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품에서 자란 큰오빠는
할머니에게는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였다.
손만 내밀면 할머니가 다 해주시고
그립고 아쉬운것 없이 자란 사람이라
몇년동안 바뀌어버린 생활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워낙에 꼼꼼하고 손재주가 많은분이라
낚시를가면 살아서 펄펄뛰는 붕어와 잉어 쏘가사리 빠가사리등 민물고기를
대나무삐꾸가 터져라하고 가득 잡아 오셨다.
어느해 여름인가는 일주일동안 소식이 없어서 식구들의 애를 태운적도 있었다.
몇날며칠을 수염을 못깎아서 산적같은 모습으로 집에 돌아 오셨는데
참붕어를 어찌나 많이 잡아 오셨는지
양은다라이에 쏟아 부으니 온통 매끈한 붕어천지였다.
감자와 풋고추를 넣고 고추장과 간장으로 바틋하게 붕어조림을 하면
결이 쪽쪽 찥어지는게 참 맛었다.
붕어 닥달은 내가 잘했는데
창칼로 비늘을 긁고나선 손가락으로 부레를 터트릴때면 풍선처럼 "딱"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던 어느 가을해에 오빠는 행주가는 들판에 가마니를 듬성듬성 이어
겟막을 쳐 놓고 본격적으로 밤샘을 하시면서 민물게를 잡으셨다.
게가 야행성이고 밤이면 윗쪽을 향해 올라온다는 습성을 파악하고는
논가운데 농수로가 흐르는 제법 너른 개울옆에다가 그물을 치고 겟막을 만드신것이었다.

들판엔 누렇게 익은 벼들이 황금주단을 깔아놓은듯이 미풍에 흔들리고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사방천지가 전부 논뿐인 황금벌판을
시누이 올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면서 오빠의 일용한 양식을 들고 갔다.
이윽고 오빠가 계신 겟막에 도착하면 가을햇볕에 그을린 오빠가 겸연쩍게 우리를 맞이했다.
오빠가 식사를 끝내면 오빠가 밤새워 잡은 게들을 챙겨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가 잡은 민물참게는 큰 독에 넣고 모아놨는데 금방 죽지 않고 며칠씩 살아 있었다.
우리 식구들은 민물게장을 참 좋아했다.
따로 양념도 필요없이 조선간장만 붓고 얼마동안 숙성되어 익으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었다.
소금꽃이 하얗게 핀 암케딱지를 떼어내면 그속에 든 노란장은 입에 착 달라붙어서 밥한공기가 아니라 몇공기라도 뚝딱해 치우는 밥도둑이었다.
게딱지 하나면 밥한그릇이 마파람에 게눈 감치듯 그렇게 사라졌다.
민물에서 잡히는 게는 전체적으로 매끈하게 생긴 참게와
엄지에 털이 많이 달린 갈게란놈이 있었는데
갈게와 참게의 종류가 다른 것인지 아니면 암수의 구분인지는 잘 몰랐으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라고 매끈하게 잘생긴놈이 맛있고 먹을속도 훨씬 더있었다.

정거장앞에 매점을하는 열린공간의 우리집이라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저
서울에서 민물게를 사러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때도 민물게는 귀물이라 후한 가격을쳐주고 사람들이 사갔다.
비록 맛있는 게장을 매일 먹을수 없다손치드라도
호랑이 할머니 시하에서 시집살이하는 새언니가 쓸 수 있는 돈이 된다는게 그렇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