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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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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BY 실버들 2003-09-25

당신..
또 한줄의 나이테가 자동적으로 그어지는 날이네요.
단순하기 그지없어 내겐 늘 사춘기 소년처럼만 보여지는데
어느새 머리엔 하얗게 서리가 내린 중년 남정네의 모습이니
정말이지 세월 이길 장사 없나봐요..

오늘은..
우리가 부부지간이 되어 살아낸 세월을 곰곰 되짚어봤어요..
그동안은 당신이 늘 불만스러워 끙끙댔지만
솔직히는 고마워할 부분이 참으로 많았던거 사실이네요..

시한폭탄같은 당신을 잠잠하게 만들었다고
당신쪽에선 날 천사처럼 여겼지만
그건 결코 내 덕이 아니란거 잘 알아요..

어느집이든 며느리를 곱게만 봐주질 않지요..
어느것하나 제대로인것 없이 덜렁대기만 하는 철부지를
이쁘게 보아줄리 없거늘.. 당신 입에서 효부난거..다 알아요..^^

오늘은 새벽부터 일박이일 여행 떠나는 현수를 위해
사랑 가득담은 김밥을 쌌어요..
파는건 맛 없어서 못 먹겠다며 아부하는 녀석이
얼마나 이쁜지 당신은 모를꺼예요..

설레여서 도저히 잠이 안온다며 내 품을 파고드는 녀석
당신인가 착각했을 정도로 이젠 정말 듬직하더라구요..
베란다에서 아이가 가물가물 해지도록 손을 흔들어대는 당신모습 보면서
혼자 킥킥 댔어요..당신도 무척 뿌듯했나봐..그쵸?^^

당신 생일날 아침..
아이때문에 당신에겐 좀 소홀해서 미안해요..
그런데요..
씩씩하게 문을 나서는 아이의 건강한 모습이
어쩌면 당신에겐 가장 큰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 우리 현수가 벌써 6학년이라니~~ 이제 곧 중학교..고등학교..."
대견해서 혼자 중얼거리는 당신 모습을 보며 그리 생각했어요..

각시없이 단 하루도 못 살것 같다는 당신..
내 손을 꼭 쥐고 있어야지만 잠이 든다는 당신..
사십줄에 접어들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그 때까지만 카랑카랑한 성깔 견뎌내면 된다 하시던
어머님 생각이 문득 나네요..솔직히는 특별히 힘겨운 것도 없었는데...

어제 아이들한테 아빠의 졸업앨범을 꺼내 보여줄때
얼마나 씁쓸했나 모르죠?
숱많고 새까만 머리가 얼마나 멋있더냐구요?
사각모속의 샤프한 분위기가 얼마나 지적이더냐구요?

아뇨..전혀 아니네요..^^
모자 벗으면 십년은 더 늙어보인다고 자꾸 구박하긴 했어도
불뚝 배가 보기싫어 죽겠다고 꽁당거리긴 했어도
지금 그대로의 부담없는 당신 모습이
더 품위있어 뵈고 훨씬 사랑스러운걸요..정말이래요..^^

당신..
생일 진심으로 축하하구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맘..전합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