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성인 페스티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54

아침 단상


BY 마가렛 2021-01-07

브라인드에 숨겨진 세상이 연극이 끝난 무대의 커튼콜에 다시 펼져 진다.하얗다.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세상 한 가운데
베란다 바깥 펜시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손가락을 갖다 대어보니 검지손가락의 두어마디 남짓한
눈이 침대위 이불처럼 폭신하게 조용히 누워있다.

금방내린 커피와 사과를 아버님 방에 들고가니
늘상 보이던 신문이 있을 자리가 덩그마니 휑하다.
좀전의 현관문 소리는 아버님이 신문이 왔는지 확인하는 소리였구나.

신문보급소에 전화를 하니 광고성 멘트만 들려온다.
신문대금을  관리하는 분께  문자를 남기니 금방 전확가 왔다.
어제 저녁부터 내린 폭설로 신문배달이 지연된다며 이해부탁하는 말씀에 당연히 그리알고 있다며 언제쯤 도착예정이냐고 

물어보고 통화를 종료한다.

아직도 앏은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식물들에게
모질게 이불을 걷어주지 못하고
해가 언제쯤 이들에게 빛을 내려줄까 가늠해 보며 

거실 문을 열어 베란다와 연결 시켜준다

거실 속의 올망졸망한 식물들은 지들끼리 재잘 거리다가
나를 바라보며 아침인사를 나눈다.
관리소홀로 호접난과 스파트필림은 잎이 변해서

마음이 아프다.
그나마 뿌리만이라도 온전하길 바라며 

어느날 새로운새싹이 올라오길 기대해 본다.
니네들도 겨울나기가 어렵지?
그래.
겨울은  감정적이 아니고 이성적이야.

때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지.
어제처럼 갑작스런 폭설이 쏟아지면
마음의 준비도 없이 맞아들여야 되지.

거실의 온기가 좀 서늘하다.
베란다  식물들과 온기를 나누니 당연하다.
겨울은 이렇게 온기를 나누는 계절이다.

며칠 전에 경비실에  두텁떡을 갖다 드렸다.
휴식시간이라는 안내글귀와 함께 문이 잠겨 있었다.
문고리에 종이백을 걸어 놓고 돌아서면서
새해카드라도 함께 넣을 걸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퇴근 한 남편에게 저녁상 앞에서 경비실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경비아저씨가 궁금해 할텐데 알려드리라고 하는걸
누군가 갖다놓은 떡을 맛있게 드시면 됐다며

굳이 다시 가지는 않았다.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이시며 인사잘하시는 경비 아저씨는
계속 일하시고 다른 분은 그만두시고 새로운 분이 오신다니
겨울추위처럼 각각의 일자리의 환경도 만만치 않다.


내집앞 눈쓸기라는 방송 멘트에 아파트 입구길을 내다보니
벌써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부지런한 경비아저씨와 관리실에서 이미 일을 마쳐주었으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예전에 살던 곳에서
구역 성당자매들과 함께 경비아저씨를 돕는답시고
어설프게 삽을 잡고 거리의 눈을 치웠다.
그런모습을 보고 다른 자매는 따뜻한 커피를 가져왔기에
함께 손을 호호불며 커피를 마시며 웃던 기억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남편이 보낸 출근길의 사진은
정면에는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눈으로 인하여  앞차의 번호판이 살짝 가려진
빌딩숲 사이로 눈덮인 거리가 멋지다.

한걸음 멀리서 보는 사진은 멋지지만
그사진의 현실은 분명 또 다르다.
감사한 하루를 시작하며
다시 커피 한잔을 마셔야겠다.

아침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