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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단상


BY 마가렛 2021-01-07

브라인드에 숨겨진 세상이 연극이 끝난 무대의 커튼콜에 다시 펼져 진다.하얗다.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세상 한 가운데
베란다 바깥 펜시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손가락을 갖다 대어보니 검지손가락의 두어마디 남짓한
눈이 침대위 이불처럼 폭신하게 조용히 누워있다.

금방내린 커피와 사과를 아버님 방에 들고가니
늘상 보이던 신문이 있을 자리가 덩그마니 휑하다.
좀전의 현관문 소리는 아버님이 신문이 왔는지 확인하는 소리였구나.

신문보급소에 전화를 하니 광고성 멘트만 들려온다.
신문대금을  관리하는 분께  문자를 남기니 금방 전확가 왔다.
어제 저녁부터 내린 폭설로 신문배달이 지연된다며 이해부탁하는 말씀에 당연히 그리알고 있다며 언제쯤 도착예정이냐고 

물어보고 통화를 종료한다.

아직도 앏은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식물들에게
모질게 이불을 걷어주지 못하고
해가 언제쯤 이들에게 빛을 내려줄까 가늠해 보며 

거실 문을 열어 베란다와 연결 시켜준다

거실 속의 올망졸망한 식물들은 지들끼리 재잘 거리다가
나를 바라보며 아침인사를 나눈다.
관리소홀로 호접난과 스파트필림은 잎이 변해서

마음이 아프다.
그나마 뿌리만이라도 온전하길 바라며 

어느날 새로운새싹이 올라오길 기대해 본다.
니네들도 겨울나기가 어렵지?
그래.
겨울은  감정적이 아니고 이성적이야.

때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지.
어제처럼 갑작스런 폭설이 쏟아지면
마음의 준비도 없이 맞아들여야 되지.

거실의 온기가 좀 서늘하다.
베란다  식물들과 온기를 나누니 당연하다.
겨울은 이렇게 온기를 나누는 계절이다.

며칠 전에 경비실에  두텁떡을 갖다 드렸다.
휴식시간이라는 안내글귀와 함께 문이 잠겨 있었다.
문고리에 종이백을 걸어 놓고 돌아서면서
새해카드라도 함께 넣을 걸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퇴근 한 남편에게 저녁상 앞에서 경비실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경비아저씨가 궁금해 할텐데 알려드리라고 하는걸
누군가 갖다놓은 떡을 맛있게 드시면 됐다며

굳이 다시 가지는 않았다.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이시며 인사잘하시는 경비 아저씨는
계속 일하시고 다른 분은 그만두시고 새로운 분이 오신다니
겨울추위처럼 각각의 일자리의 환경도 만만치 않다.


내집앞 눈쓸기라는 방송 멘트에 아파트 입구길을 내다보니
벌써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부지런한 경비아저씨와 관리실에서 이미 일을 마쳐주었으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예전에 살던 곳에서
구역 성당자매들과 함께 경비아저씨를 돕는답시고
어설프게 삽을 잡고 거리의 눈을 치웠다.
그런모습을 보고 다른 자매는 따뜻한 커피를 가져왔기에
함께 손을 호호불며 커피를 마시며 웃던 기억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남편이 보낸 출근길의 사진은
정면에는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눈으로 인하여  앞차의 번호판이 살짝 가려진
빌딩숲 사이로 눈덮인 거리가 멋지다.

한걸음 멀리서 보는 사진은 멋지지만
그사진의 현실은 분명 또 다르다.
감사한 하루를 시작하며
다시 커피 한잔을 마셔야겠다.

아침 단상


등록
  • 승량 2021-01-10
    따스하고.감사한글입니다 ㆍ
  • 마가렛 2021-01-12
    @ 승량길가의 눈은 점점 녹아가는데 ...눈발이 살짝 뿌리네요. 건강조심하시구묘~^^
  • 수다 2021-01-08
    에세이 한편을 읽은 느낌이네요. 평회로운 삶의 모습 마렛님의 마음 가짐에서 비롯된것이겠지요.마가렛님 글을 읽으면 평범한 일상이 따스함마저 느껴져요. 신문구독 해본지 오래되었는데 잊고 살았던 전경이네요. 언제나 평화롭고 따스한 날 되세요.
  • 마가렛 2021-01-10
    @ 수다방송에서 소녀의 기도음악에 맞춰 스트레칭을 해보라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스트레칭을 해보니 참 좋더군요. 나중에는 어설픈 무용으로 마무리..ㅋ
  • 세번다 2021-01-07
    눈 그냥보는것은 참낭만적인데
    전오늘 눈땜시 넘 고생을 해서 더이상 눈이안왔음 해요
    낭만도 사라진거죠
    거실의 초록이를봄흐뭇하죠
    카랑코에꽃이 안으로 들어오지못한것들이 안스럽지만 어찌할수없지요
  • 마가렛 2021-01-07
    @ 세번다눈은 감상할 때만 평화롭고 좋아요. 아이들이 제일 신나서 눈썰매에 눈싸움까지 하더군요.너무추워서 베란다에 있는 식물 모두 거실로 옮겼어요. 갑자기 거실이 작은 식물원으로 둔갑?ㅋ
    내일은 더춥다니 잘입고 조심해서 출근하세요.
  • 행복한 사람 2021-01-07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게 하는 글이네요...여유로움이 한눈에 보이는듯 합니다..따뜻한 시간 되세요
  • 마가렛 2021-01-07
    @ 행복한 사람오늘 눈때문에 출퇴근길에 고생이 많으셨죠?
    마트갔다오니 얼굴이 빨간 사과가 됐더라구요.ㅎ편안한 밤되시고 내일도 따뜻하게 입고 출근하세요~
  • 봄비 2021-01-07
    시아버님은 아침 신문을 챙겨 보시고, 며느리는 갓 내린 따뜻한 커피와 과일을 준비하고, 남편은 출근길 예쁜 풍경을 사진을 찍어 보내고, 마가렛님은 집안의 화초를 가꾸며 겨울을 힐링하는....
    ㅎㅎ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예쁘고 아름답고 고운 풍경이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아서, 그리고 저의 삶의 색채와는 너무 달라서 한 편으로 매우 와 닿지 않아서 낯설기도 했어요. 그런데 참 시간이 많은 걸 해결해 준다고, 근 2년간 아컴에 있어보니 알아지는 게 있더군요. 정도 많이 들고요.

    지금은 알 것 같아요. 자기만의 색깔대로 사는 것이고, 내가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만 본 것 같은 이쁜 풍경을 일상으로 가꾸며 사는 이가 정말 있다는 것을요. 데미안에서 말하는 두 세상처럼 극명하더라도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두 세상...

    그리고 글이란 것이 글쓴이가 어떤 걸 더 드러내고 싶은가에 따라서 글의 색깔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마가렛님과 삶의 방식, 생각의 방식, 표현방식에 있어 교집합이 별로 없어서 오랜기간 서성이며 어색해하다가 글을 나누며 알게되고 깨닫게 된 것들입니다. 감사한 일이죠.

    신문 하나만 있어도 하루가 정말 잘 가는데 아버님이 그러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전에 일년간 집에서 쉬면서 신문구독을 했는데 다 읽어버리겠어~~ 마인드로 살다보니 신문만 끼고도 일년 후딱 가드라고요. 요즘 아컴에서는 댓글러로 살고 있는데, 요게 또 나름의 맛이 있네요~~
  • 마가렛 2021-01-07
    @ 봄비진지하고 솔직한 긴댓글 공감하면서 감사드려요. 저또한 개성이라면 개성이 있는사람이라 다른글과 많이 다를 수 있을거예요. 갑자기 예전에 블로그하면서 친하게 된 친구가 생각나네요. 2007년에 처음 오프라인에서 만났는데 그친구 블로그나 만남을 통해서도 저와 많이 닮지는 않았지만 분명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기에 아직까지 자주 만남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이래서 사람과의 관계는 재미나고 호기심이 생기나봐요.우리서로 천천히 알아 볼까요?ㅎ봄비님의 색깔있는 글 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토마토 2021-01-07
    아직 나이 드신분들이 신문을 읽으시니 신문하시는 분들이 그나마 살겠네요... 이제 서서히 신문도 없어질텐데 신문하시던 분들은 어떤일을 하실지.. 갑자기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그러네요..^^;;
    남편분이 예쁜것을 보고 사진찍어 같이 공유했다는 말에 두분의 사이를 조금이나마 짐작할수 있네요.. 마가렛님은 참 예쁘게 잘 사시는것 같아 글을 읽을때도 왠지 모르게 흐믓하고 기분이 좋아요~^^
  • 마가렛 2021-01-07
    @ 토마토제 주위에도 신문 보는 사람은 거의 없네요. 그만큼 신문과 점점 멀어지고있는 현실이죠. 남편이 나이가 들더니 좀아기자기해졌어요. 가족카톡에 제일 많이 글을 올리니까요.ㅋ저는 작은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려 노력하는 여자랍니다~~
  • 만석 2021-01-07
    마가렛님~!
    참 살가우신 남편이시네요.
    신문배달도 어려웠겠지요.
    그러고 보니 신문 받아 본지가 퍽 오래 됐네요.
    글이 소설의 첫장 같은 기분이었어요.
    길 조심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마가렛 2021-01-07
    @ 만석소설가들은 표현을 참 다양하게 잘표현해서 글속에 빠져들게 하는게 부러워요. 요즘 신문보는집이 많이줄어서 신문사도 어렵다고 하네요.저희도 아버님이 보신다고 하시니 그냥 보게되는데 신문의 독특한 냄새와 질감이 나쁘진 않아요. 눈이 바닥에 쌓인 눈이 바람에 올라오니 또한차례 눈이 오는거 같아요.ㅎ 만석님도 추위에 절대적으로 건강조심하세요.^^
  • 살구꽃 2021-01-07
    눈하트를 남편에게 받았나봐요.ㅎ 남편분 센스쟁이네요.울 남편은 멋대가리 낭만이 없어 저런짓 죽어도 못하지요.ㅎ 눈하트 저도 나가서 찍고싶네요.
  • 마가렛 2021-01-07
    @ 살구꽃ㅎㅎ 꿈보다 해몽이라고 눈하트사진은 제가 찍은 사진이고 남편이 보낸사진은 글에서 표현 했듯이 빌딩숲 사진이예요.저의 남편도 하트 요런거와는 거리가 멀어요.ㅋ
  • 살구꽃 2021-01-07
    @ 마가렛ㅎ저는 남편분이 하트사진도 같이 보낸줄 알았지요.ㅎ 하기사 옛날 구세대 남편들이 그런짓을 할리가 만무하죠.ㅎ
  • 마가렛 2021-01-07
    @ 살구꽃아마 남편은 구세대라는 말을 아주 안 좋아할걸요.ㅋ본인또한 젊은 마인드로 진취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예요.ㅎ 머리회전은 예전같진 않아도 늘 도전하는 사람이고 나름 이벤트도 하는데 별로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