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인드에 숨겨진 세상이 연극이 끝난 무대의 커튼콜에 다시 펼져 진다.하얗다.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세상 한 가운데
베란다 바깥 펜시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손가락을 갖다 대어보니 검지손가락의 두어마디 남짓한
눈이 침대위 이불처럼 폭신하게 조용히 누워있다.
금방내린 커피와 사과를 아버님 방에 들고가니
늘상 보이던 신문이 있을 자리가 덩그마니 휑하다.
좀전의 현관문 소리는 아버님이 신문이 왔는지 확인하는 소리였구나.
신문보급소에 전화를 하니 광고성 멘트만 들려온다.
신문대금을 관리하는 분께 문자를 남기니 금방 전확가 왔다.
어제 저녁부터 내린 폭설로 신문배달이 지연된다며 이해부탁하는 말씀에 당연히 그리알고 있다며 언제쯤 도착예정이냐고
물어보고 통화를 종료한다.
아직도 앏은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식물들에게
모질게 이불을 걷어주지 못하고
해가 언제쯤 이들에게 빛을 내려줄까 가늠해 보며
거실 문을 열어 베란다와 연결 시켜준다
거실 속의 올망졸망한 식물들은 지들끼리 재잘 거리다가
나를 바라보며 아침인사를 나눈다.
관리소홀로 호접난과 스파트필림은 잎이 변해서
마음이 아프다.
그나마 뿌리만이라도 온전하길 바라며
어느날 새로운새싹이 올라오길 기대해 본다.
니네들도 겨울나기가 어렵지?
그래.
겨울은 감정적이 아니고 이성적이야.
때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지.
어제처럼 갑작스런 폭설이 쏟아지면
마음의 준비도 없이 맞아들여야 되지.
거실의 온기가 좀 서늘하다.
베란다 식물들과 온기를 나누니 당연하다.
겨울은 이렇게 온기를 나누는 계절이다.
며칠 전에 경비실에 두텁떡을 갖다 드렸다.
휴식시간이라는 안내글귀와 함께 문이 잠겨 있었다.
문고리에 종이백을 걸어 놓고 돌아서면서
새해카드라도 함께 넣을 걸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퇴근 한 남편에게 저녁상 앞에서 경비실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경비아저씨가 궁금해 할텐데 알려드리라고 하는걸
누군가 갖다놓은 떡을 맛있게 드시면 됐다며
굳이 다시 가지는 않았다.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이시며 인사잘하시는 경비 아저씨는
계속 일하시고 다른 분은 그만두시고 새로운 분이 오신다니
겨울추위처럼 각각의 일자리의 환경도 만만치 않다.
전오늘 눈땜시 넘 고생을 해서 더이상 눈이안왔음 해요
낭만도 사라진거죠
거실의 초록이를봄흐뭇하죠
카랑코에꽃이 안으로 들어오지못한것들이 안스럽지만 어찌할수없지요
내일은 더춥다니 잘입고 조심해서 출근하세요.
마트갔다오니 얼굴이 빨간 사과가 됐더라구요.ㅎ편안한 밤되시고 내일도 따뜻하게 입고 출근하세요~
ㅎㅎ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예쁘고 아름답고 고운 풍경이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아서, 그리고 저의 삶의 색채와는 너무 달라서 한 편으로 매우 와 닿지 않아서 낯설기도 했어요. 그런데 참 시간이 많은 걸 해결해 준다고, 근 2년간 아컴에 있어보니 알아지는 게 있더군요. 정도 많이 들고요.
지금은 알 것 같아요. 자기만의 색깔대로 사는 것이고, 내가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만 본 것 같은 이쁜 풍경을 일상으로 가꾸며 사는 이가 정말 있다는 것을요. 데미안에서 말하는 두 세상처럼 극명하더라도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두 세상...
그리고 글이란 것이 글쓴이가 어떤 걸 더 드러내고 싶은가에 따라서 글의 색깔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마가렛님과 삶의 방식, 생각의 방식, 표현방식에 있어 교집합이 별로 없어서 오랜기간 서성이며 어색해하다가 글을 나누며 알게되고 깨닫게 된 것들입니다. 감사한 일이죠.
신문 하나만 있어도 하루가 정말 잘 가는데 아버님이 그러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전에 일년간 집에서 쉬면서 신문구독을 했는데 다 읽어버리겠어~~ 마인드로 살다보니 신문만 끼고도 일년 후딱 가드라고요. 요즘 아컴에서는 댓글러로 살고 있는데, 요게 또 나름의 맛이 있네요~~
남편분이 예쁜것을 보고 사진찍어 같이 공유했다는 말에 두분의 사이를 조금이나마 짐작할수 있네요.. 마가렛님은 참 예쁘게 잘 사시는것 같아 글을 읽을때도 왠지 모르게 흐믓하고 기분이 좋아요~^^
참 살가우신 남편이시네요.
신문배달도 어려웠겠지요.
그러고 보니 신문 받아 본지가 퍽 오래 됐네요.
글이 소설의 첫장 같은 기분이었어요.
길 조심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