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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선물


BY 마가렛 2020-12-26

남편과 잠깐의 산책을 하고 도서관에 들렸다.
코로나 바코드와 열체크를 하고 듬성듬성  이빨 빠진거 처럼
배치된 자리에 앉았는데 점심 먹은 후의 노곤함인지 자꾸 눈꺼풀이 아래로 처진다
내리는 눈꺼풀은 황우장수라도 못 막는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가 맞는지 책을 몇 줄 읽다보면 꾸벅 졸고있어
책읽는 진도가 나가지를 않아 잠시 책과 휴전하기로 하고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문득 아침에 남편이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버지께 선물 받은 기억이 없단다.'
나는 친정아버지께 선물 받은 적이 있던가?
생각을 이리저리 해 보아도 딱히 떠오르는 선물은 없고
중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영어사전이 아버지가 사 주셨는지
내가 돈을 받아 산 것인지 가물가물하다.
용돈은 받은 적이 있다.
용돈이라야 어렸을 때 새배돈과 가끔 몇 푼 쥐어준 돈이었지만
결혼 후 잘살던 우리가 경제적으로 좀 어려웠을 때 두어번 큰 용돈아닌 돈을 주셨다.

남편은 아버님에 대한 정이 각별하지 않다.
어렸을 때 부터 먼저 서울로 올라오신 아버님이 사업을 하셔서
떨어져 지내다가 나중에 온가족이 서울행을 했다지만 아버님은
양반체면인지 성격때문인지 자식들에게 정이 별로없고 선물이나 용돈도 받은 기억이 없어 남편은 아버님을 도리상 큰아들의  역할을 의무적으로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자식된 도리를 하는듯 하다.

오히려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맏사위인 자기와 잘통하고
자기에게 정감있게 잘대해 주셨다며 잊을만하면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거 보면 친정아버지와 인간적인 코드가 
맞았나 싶다.

그럼에도 내가 보는 아버님은
조용한 인품에 깔끔하시고 남에서 모진소리 못하시는 분이시다.
자식사랑을 손주에게 하시는듯 우리아들에게는 각별하시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버스를 기다리는 정거장엔 나보다 아버님이 
손주 손을 잡고 서 계신게 당신의 첫일과라고 생각하신 분이셨다.
지금도
아들이 출근한다고 아침에 인사를 하면 춥다고 
장갑 챙겼냐고 확인을 시켜 주시고 꼭 한말씀을 건네신다.

아버님 생신 때 손주로부터 받은 첫 용돈이 조금 감동적이셨는지 나에게 은근슬쩍 자기 용돈도 부족할텐데 할비를 챙겼다며
무척 좋아하신 표정이 새삼 떠오른다.

 옛 분들은 속이 깊고 표현이 부족하여 특히 자식들에겐
속마음을 잘 드러내놓지 않는데 지금와서 이렇게 바꿔주세요 
요구한다고 되는 일도 아닐테지만 나도 문득문득 속깊은 아버님이 가끔은 표현을 좀하시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