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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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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BY 연경 2015-10-06

저녁 아파트 주변으로 산책을 나가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놀고 벤치에는 아이들을 보고있는 엄마들이 삼삼오오 수다를 떨고 있다.

웬지 그모임에 끼기가 애매한 나이다. 아이들은 컸고 아직 손주볼때도 아니고.

가끔 나도 저나이때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주변으로 걷는다. 단풍이 아직 다 들지도 않았지만 나뭇잎들이 싱그럽고 운동장에는 아직 아이들이 남아 야구를 하고있다.

학교 주변을 따라 돌다 문득 울타리 주변에 있는 개구멍을 발견하다.

아이들이 들어가기에는 작고 하지만 누군가가 뚫어 놓은 흔적이 남아있다.

개구멍을 쳐다보자니 어릴적 생각이 난다.

 

내가 살던 곳은 산골이었다.

뒤로는 산이 우거져 있고 그 밑으로 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동네 사이사이로 유난히 과수원이 많았다. 과수원에 둘러 쌓인 동네라 해도 과장은 아니다.

심어 놓기만 해도 나무가 잘자라는 곳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과수원집에 사는 아이들은 부자가 많았다. 어린시절 친구가 있는집에 놀러가 보면 그당시 흔히 볼수 없었던

가전제품들도 많았고 또 대부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도시로 유학을 떠나곤 하였다.

또 어떤집들은 일하는 사람을 두고 사는 집들도 많았다.

가끔 과수원하는 친구들이 부러워 아버지에게 우리는 왜 과수원을 하지 않느냐고 하면 일할것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일을 잘 못하시는 분이었다. 농사일도 엄마가 더많이 해 왜 우리 엄마는 일만 하실까 ?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시절 잘살지는 않았지만 배가 고팠던적은 없다. 항상 곡식이 많았고 장에 잘가시는 아버지 덕분에 고기랑 생선도 많이 먹었던것 같다.

동네가 과수원이 많아 그런지 과일을 돈주고 사먹었던 적이 없다.과일을 돈주고 사먹는것은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늘 과수원집에 가서 일손이 부족하다며 일을 거들어 주고 오면 과일이 한바구니씩 집에 있곤 했다.

지금은 건강과 또 나이가 먹어 입맛이 달라져서 그런지 곡식을 많이먹지만 그때는 야채 과일 곡식들이 질려서 항상

새로운 것을 보면 맛있었다.

 라면이나 라면땅 오뎅등 지금 잘먹지 않는 것이 그때는 그렇게 맛있었다.

가끔 집에 과일이 없을 때가 있었다. 동네를 걸어 다니자면 이맘때가 되면 사과 향이 짙게 난다.

과수원 주인들은 과수원 울타리로 들어가지 못하게 탱자나무를 심어 놓곤 했다.

가끔 심심해서 탱자를 따다가 손이 가시에 찔리기도 했다.빨갛게 익은 사과가 먹고 싶은데 집에 사과가 없어 먹을수가 없었다.

 친구집에 가면 과수원 주변이라 탱자나무 건너 사과 나무가 있었다.둘이 막대기를 만들고 탱자나무에 구멍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 사과를 막대기로 굴러서 사과를 꺼내 먹기도 하였다.

 가을 내내 사과가 먹고 싶을 땐 가끔 개구멍으로 갔다.그렇게 사과를 다 따고 겨울이 되면 탱자나무는 앙상하게 가시만 남아있다가 다시 봄이 되면 숲이 무성해져서 구멍이 메꿔 지기도 했다.

문득 개구멍 사이로 짙은 사과 향이 퍼지는것 같다. 가을이 되면 과수원 사이로 사과 향을 맡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