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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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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끄러운 눈물


BY 선물 2010-07-30

1시간 뒤면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요즘 매일 같이 배가 아프다고 밥을 제대로 먹지를 않아 걱정이다.

하얀  쌀밥에 맑은 국을 끓여 놓았으니 조금 있다가 좀 먹여야지.

 

저녁을 일찍 먹어서인지 남편은 배가 출출하단다. .

나도 제법 출출해진다. 빵이나 구워서 요기를 해야겠다.

 

모닝빵 여섯개를 앞뒤로 바싹하게 구워 버터랑 잼이랑 약간의 야채를 넣어 준비한 여섯 개의 빵.

제법 구수한 냄새에 침이 고인다.

맛있겠다. 아들아이 오기 전에 얼른 먹어야지. 배탈로 먹지도 못할 걸 저 보는 앞에서 먹으면 애만 탈 텐데...

 

딩동.

시계를 보니 10시 반. 아직 아이가 올 시간이 아닌데...

모니터를 보니 아들이다.

엉, 얘가 왜 이렇게 일찍 왔지?

배가 아파 화장실 가고 싶은데 학원에선 좀 그래서 자습을 빠지고 일찍 왔단다.

그것 때문에 일찍 왔냐며 잠시 핀잔을 주고 아이 먹일 밥을 준비한다.

 

텔레비젼 앞 테이블 위에는 방금 구운 빵이 있다.

잠시 아이의 눈길이 그 곳에 머문다.  하지만, 아토피가 있는 아들은 그것을 잘 절제하는 편이다.

그때 막둥이가 냄새를 맡고 흥분을 하며 달려온다.

식탁 위의 음식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데 낮은 탁자 위의 음식은 제 입이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 때문인지 조금씩 탐을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아지이지만 그 앞에서 우리끼리 맛있는 것을 먹기가 불편하다.

 

여보 먼저 먹어요. 난 막둥이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가 나올게요.

 

조금 뒤, 거실에선 부자 간의 약간 수선스런 설전이 오가는 것 같다.

나가보니 빵이 한 개 남아 있는데 아들은 아빠에게 아빠는 아들에게 서로 먹으라며 양보를 하고 있다.

참 아름답고 눈물겨운(?) 장면이다.

아빠가 3개 먹었으니 네가 한개 더 먹으렴.

참 공평하기도 하지.

접시는 텅 비어 있다.

피, 배가 아프다더니...

아들은 밥대신 빵을 먹은 것이다.

아들이 빵 먹을 줄 았았더라면 빵을 더 구웠을 텐데...

다시 막둥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 왔다.

막둥아... 라고 부르는데 눈물이 난다.

아이고. 이건 또 웬 눈물.

절대 흘리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찔끔거리며 눈물이 난다.

아들이 들어왔다.

엄마,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라고 하다가 툭하니 내뱉는 말.

엄마 빵 안 남겼지?

그 때 민망해하는 아이의 표정.

배가 알맞게 불러서 기분좋게 들어 온 남편도 나를 본다.

우리의 얼굴을 보더니 왜라고 묻는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시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

 

내 빵인데...

 

 

2006년  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