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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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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고추장


BY 마가렛 2020-12-03

주차를 하고 조카선물과 엄마에게 드릴 물건을 꺼내려는데
벨이 울린다.
"엄마, 집 앞이야~."
전화가 끊겼다.

엄마방 문을 여니 엄마가 누워 계신다.
나를 쳐다보시더니 한 말씀 하신다.
좀일찍 오지.이제야 온다고.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에 괜히 뚱한 목소리로
청소하고 정리하다보니 서둘러도 이 시간이네.
변명아닌 변명으로 엄마 손을 잡는다.
엄마는 눈을 흘기며 나의 손을 잡고  일어나신다.
당신 옷을 건네시며 갈아입으라 하신다

주방에 펼쳐진 큰대야에 고추장과 나무주걱이 꽂혀있다.
몇 번 휘익 젖다보니 벌써 손이 아프다.
89세의 엄마만도 못한 체력을 갖고 있는 내게 괜한 심술이 난다.
엄마는 지난 주 부터 고추장을 담을거라고 딸들에게 시간을
맞춰 보라고 하셨다.
동생이 엄마표 고추장을 다 먹었다는 말을 들으시자 마자
행동에 옮기시려 했던 것인데 동생이 일이 많아서 겨우 날을 잡은 날이 수요일이다.

괜찮다고
사먹으면 된다고 해도
부모의 마음은 그게 안되는 거라
끙끙 앓으시면서
하루는 방앗간에 가셔서 찹쌀 빻고
또 하루는 엿기름과 조청 사시고
다른날엔 고추장 담을 사각통 사오시고

출근한 올케 뒷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곰통에 엿기름 고으시며 저어주시며 졸이고
그저 딸들에게 좋은 고추장 한입 넣어주고 싶은 마음 뿐
용돈을 드려도 마다하시는 우리 엄마
철인의 박여사님~

김장김치 맛보인다고
빨간 김치 가져온 동생네 김치
참 맛있다.

수육 사 간다고 하여도
벌써 사 놓았다고
무조건 그냥 오시라더니
고추장 담근 날에
조카들과 함께 김장김치와 수육 펼쳐 먹으니
다른 반찬은 조연역할도 못한다.

네 개의 통에 고추장 그득 담아
자식들에게 나눠주시는 주름진 엄마의 손과 굽은 등 바라보며
슬픈얼굴 감추려
설거지통만 요란하게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