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구역모임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었습니다.
용서에 관한 내용이었지요.
그중에 제 가슴에 와닿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용서받는 겸손>
사실 여지껏 용서란 내가 해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습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용서받으며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질 못했습니다.
그 생각은 참으로 생경한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마 어린 시절에나 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 후로는 그런 기억이 거의 나질 않는군요.
물론 지금도 신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경우는 참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같은 인간을 상대로 용서를 구할 생각은 해보질 않았습니다.
자신을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제 기준으로 볼 때 잘못한 이들을 늘 용서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제가 알게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잘못했던 일들이 어찌 없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지금 이순간도 저를 용서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닦고 있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런데도 전 항상 제가 누군가를 용서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어찌 제 용서를 받아야 할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을 겁없이 하며 살아왔는지 참 민망한 일입니다.
그래서 용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용서를 청할줄 아는 마음이 겸손인가봅니다.
내가 살며 저지른 잘못들이 분명 산을 이루고 있을 텐데......
그런데도 나를 둘러싼 기운이 날선 차가움이 아닌 것은 정말 도를 닦듯 나를 용서해 준 이들의 너그러움 덕분일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용서받으며 사는 사람일진대 누군가를 용서 못하며 맘을 끓일 일이 무엇일까요.
언제나 죄짓고 살아가는 자신을 겸손의 덕으로 지켜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2006년 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