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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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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결심이다.


BY 선물 2003-08-08

예전에 같은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던 친구이면서 동료였던 남자아이로부터 희한한 사랑고백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아이로부터 받은 편지에 적힌 사랑고백은 `사랑은 결심이다!'라는 한마디였다.
그 때 대학에 갓 입학한, 아직은 어렸던 나는 그 친구가 자신의 학교를 구경시켜 주겠다는 제의를
딱 잘라 거절하지 못했고 또 그 친구가 참으로 착했었기에 호의적으로 친절하게 대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뜻밖에도 그 친구는 내가 자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오해하였고 그래서 자신도 내게 가지고 있던 막연한 호감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런 글을 담아 보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그 친구에게 이성을 대하는 애틋함을 느낄 수 없었고 그 때부터 그 친구가 마구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곧 바로 나의 그런 맘을 솔직히 적어서 학보 사이에 끼워 보냈는데 역시 결심해서 갖게 된 사랑의 감정답게 그 친구도 그 결심을 거두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그 때 `사랑은 결심이다!'라는 글귀가 참 멋대가리 없는 글귀로 생각되었고 비록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왠지 씁쓰레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남편은 나와 처음 만나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아마도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후일에 변명처럼 말한 것이 `사랑이란 것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진득한 마음을 주는 것'이란 것이었는데 나에게는 그 말이 전혀 설득력있게 들려오질 않았었다.
남자와 여자의 감성에는 생리적으로 차이가 있어서일까,아니면 내가 좀 유별난 여자여서일까는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고 난 후부터 나는 오히려 그 말이 자꾸 고파왔고 그 때마다 그 말을 조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맘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해도 정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원한다면 끄집어 내어 표현하는 것이 어찌 그리 어렵겠느냐는 생각에
그 말을 청하게끔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남편이 많이도 야속했다.
그러면서 저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건가...
정말 시부모님 잘 모실 것 같아 나와 결혼한 것은 아닌가하는 철없는 서운함에 혼자 연극배우처럼  유치하게 찔끔거리기도 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그래,당신이 못하면 내가 해 주리라.어디 한 번 질리도록 들어 봐라.'하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사랑해!"를 연발하는 나를 남편은 귀찮은 듯 행동했지만 정작 옆에서 살짝 훔쳐 본 남편의 입꼬리는 좋아라 자꾸만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남편의 입에서도 그 말이 질리도록 나오게끔 만들기로 작정했다.
무슨 일이든지 내게 부탁할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그 말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내가 아플 때 푹 쉬란 말을 할 때까지도 내가 "사랑해라고 하면...."이라고 요구했고
남편은 `웬 사랑타령?'하는 표정이긴 했으나 이내 포기하는 심정이 되어 "그래.그래.사랑해!"라고 얘기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비굴하게도, 엎드려 절받는 그 `사랑해.'란 말조차 감지덕지 하며 기쁘게 받아 들였다.
커피 심부름에도,한 밤중의 라면 심부름에도 나는 거저 해 주는 법이 없었다.
어느새 남편도 부탁할 일이 생기면 내가 시키기 전에 먼저 알아서 그 말을 해 주기에 이르렀다.
비교적 그런 말을 어색해하고 또 남자가 뭐 그런 말을 간지럽게 해야하느냐고 생각하고 있던 남편도 그렇게 나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부부간에 한랭전선이 형성될 때도 있지만 그 말을 아주 흔하게 사용하다보니 처음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그 고비를 넘기는 힘을 갖게 된 것 같다.

가까이에서 남편을,아내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부부를 의외로 많이 본다.
나는 부부간의 불화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바로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배우자는 참 서글퍼질 것이다.
그것을 느끼는 배우자가 어찌 상대방에게 친절해지고 따뜻해지고 매사 배려해 주겠는가...
그러니 상대방에게서 그런 사랑을 받기를 원하거든 먼저 자신이 사랑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공들이고 또 공들여서 배우자를 사랑으로 가꾸면 그 사랑에 불친절한 답을 보낼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니 배우자에게 먼저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아내를,남편을 사랑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면 정말 예전의 그 남자 친구가 했던 그 말, "사랑은 결심이다.'라는 말처럼 사랑이 생겨날 것이다.
세상에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한사람을 선택해서 사는 것을 나만 억울해 하지 말고 반대로 그 많은 사람들 중 나 하나를 선택해준 나의 배우자에게도 조금은 감사함을 갖고 사랑을 결심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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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배우자로부터 마음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끼시는 분은 바로 이 순간 사랑을 결심해 보세요.
순식간에 거저 얻어지는 사랑보다는 아끼고 잘 가꾸어 지켜 나가는 그런 사랑이 훨씬 아름다운 사랑이래요.
혀 끝을 간지럽히며 차마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는 "사랑해!"
백 번을 들어도 지겹지 않을 그 말을 끊임없이 선물한다면 어느새 정말 사랑이 가슴에서 샘솟아날지도 몰라요.
그렇게 사랑을 간직한 당신의 마음은 바로 평화로운 천국이 되겠지요.
오늘밤 가만가만 배우자의 잠든 얼굴을 지켜보세요.
잠든 그 사람의 지친 얼굴에 살짝 당신의 얼굴을 갖다 대고 싶어진다면...
그리고 영원히 내 곁에 있을 정든 그 두 볼에 가벼운 입맞춤이라도 하고 싶어진다면...
사랑을 결심하면 그리 될지도 모르니까요.

사랑은 결심이다.그 친구의 말은 정말 명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