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는...
글 : 채은선
너를 보내고 돌아서는 길에는
천둥 번개가 치며 장대비가 쏟아진다
온 세상이 캄캄하고 절망이 어두운 동굴
속으로 데리고 가서 돌문을 닫아 버린다
한마리 왕거미가 내려 와서 나를 맞이 하는구나
그래 거미야, 너의 실 이불로 창창 감아 덮어다오
그리고 날마다 조금씩 내 삭신을
아삭아삭 네 뱃속으로 옮겨 가 다오
그러면 네 뱃속이 나의 좁은 세상이 되는 거지
고통으로 울지 않고 추억으로 영혼이
조금씩 조금씩 썩어가는 것을 면할 수 있어
햇볕이 그의 웃음 이 되지 않고
음악이 그의 자장가가 되지 않을 것이며
다뜻한 손길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겠지
나의 뇌를 네가 다시 조립 하는거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너의 일 부분으로
어제의 시간들이 나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도와줘
누군가의 도움으로 잠들고 싶어
잠든 시간이 새로운 문으로 통과하는 길이 되어
나는 별이 되는 거야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는 다만
빛나는 별이 되어 나를 잃어 버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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