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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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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하면 돈 나오나?


BY 나의복숭 2003-09-24

요즈음은 제각각 살기가 바빠서리
외지의 친척집에 가서 몇날 며칠 묵는다는건 상상도 못한다.
어쩌다가 하루 묵는것도 불편할 정도인데....

올해도 추석을 전후하여 시이모님이 오셨다.
목적이야 당신 아들집에 추석쇠러 오신거지.
근데 아들집엔 딱 하루 주무시고
울집에 와서 계시는데 이게 해마다 명절때의
연례 행사다.
내가 뭐 맘이 좋아서 그런건 절데 아니다.
오는 사람 못오게 할 방법도 없거니와
와서 계시는분 밀어내겠나 어쩌겠나....

맞벌이를 하는 며느리라
한끼 밥 먹는것도 눈치가 보이신단다.
게다가 웹 디자이너인 며느리는 집에 오면
컴퓨터만 켜지 시어머니랑은 별로 대화를 않는다.
농사가 어떻고
뒷집 강아지가 새끼 몇마리 낳았다는 소식은
신세대 며느리에겐 하나 마나한 소리.
하는 사람 멋적고 듣는 사람 싱거우니...
그러다보니 자연 울집에 오는거고
울집에 오면 나야 옛날부터 미운정 고운정 다 들은데다
그래도 시어른인데 싶어 재미없는 이야기 의무적으로나마 적당하게
맞장구 쳐주니 계속 눌러 계시는거겠지.

게다가 울 웬수하고는 공통 대화가 있지 않는가?
그 옛날 이모집에 가서 용돈을 얼마나 받아썼는지는 모르지만
시이모님 심심하면 18번이
'쟤는 즈 엄마한테 보다 나한테 용돈 받은게 더 많다'
내가 그 용돈을 보기를 했나 쓰기를 했나?ㅎㅎㅎ
울 웬수 역시 이모라면 끔뻑 죽는 시늉을 하니 어쩌겠나.
하루 이틀....
안가시고 계시니 속 마음은
'아이구 오늘은 가실려나? 내일은 가실려나?'

컴퓨터에도 오래 못 앉아있다.
'그거하면 돈 나오나?'
안나온다고 대답하면
돈도 안나오는데 왜 앉아서 손가락 아프게 두드리냐고 물어신다.
할말 없다.
볼일 본다고 나갈려고 하면
'어디가노?'
'볼일 좀 보고 올께요. 티비 보고 계세요'
'나도 따라가면 안되나?'
에휴~
이러니 볼일을 제대로 본다하믄 용치.

아침에 울 웬수한테 그랬다
'이모님땜시 볼일도 제대로 못보겠고 일도 못하겠고 어쩌고..'
대답은 욕만 직사리하게 먹었다
내가 뭔 대단한 일을 하냐는 소리다
말이사 맞는 말이다만.....
'지금 이모님 팔순이야. 편하게 해드려.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하니까...'
문디~
그 레퍼토리 들었는지 10년이 넘었고
기운 펄펄한거 보면 내가 더 일찍 가겠구만...
할수있나.
그냥 당신입으로 내려가신다고 할때까지 버티어야지.

'어이. 이여사. 오늘 시간 있나?'
'시간? 있지?'
웬수가 시간있냐고 묻길레 모처럼 외식이나 하자는가 싶었지.
아니면 모텔로가자고 그러는걸까? (꿈도 야물딱져라~히히)
'그럼 오늘 이모님 모시고 광능 수목원 구경 좀 시켜드려'
'뭐시여? 내가? 당신은 뭐하고?'
'나 오늘 좀 바쁘네'
하이구 바쁜건 지 사정이지.
'수목원 하루전에 예약 안하믄 못가'
(똑똑다. 이도희. 요런것도 다 알고..)
'요새도 그래?'
'글치'
웬수 입에서 쩝~ 소리가 나온다.
'그럼 어쩐다? 대공원 모시고 갈래?'
'아니 이모님이 어린애여? 대공원 가게..'
속으로는 아들이 있는데 왜 우리가 요카노 싶지만
차마 입밖엔 못내고 눈을 가재미처럼 해서 꼴셨다.
'그럼 알아서 맛난거 사드려'
맛난거 좋아하네.
지는 옛날에 용돈이라도 받아 썼지만 난 뭐여?
몇날 며칠 붙잡펴서 밥 챙겨드려 간식 챙겨드려
온갖 신경을 다 쓰기만 하는데....
그래도 말이 글치 뜻이 그렇나.
맛난거 딥따 사드렸다. 차카게 살자 싶어서...ㅎㅎㅎ

오늘은 저녁 먹고 아들 집에 가보자고 하신다.
아들집에가서 저녁을 먹는게 아니고
울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들집에 가자고 하니
참말로 누군 인삼뿌리 먹고 누군 무우뿌리 먹는 짝이다.
'그래요. 이모님. 뫼시다 드릴게 아들집에서 며칠 쉬세요'
'아니다. 갸들만 보고 와야지'
에구구 내 팔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