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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죽은 남자. 기살은 여자


BY 나의복숭 2003-09-24

엊저녁 마트에 갔드니 파장 무렵이라 5000원짜리
생태 매운탕꺼리를 2000원에 팔고 있었다.
남편이 무지 좋아하는 생태라 두고 먹을양으로
3개를 사와서 2개는 냉동실에 넣어놓고
1개를 오늘 끓였었다.
마산쪽이 고향인 남편은 해산물과 생선을
무지 좋아하는데 특히 생태는 더 좋아한다.
하긴 가만히 생각해보니 해산물만 좋아하는기 아니고
입에 들어가는건 무조건 다 좋아하구만...

금술이 별로 좋지도 않으면서 둘이 마주보고
밥을 먹으니 그런데로 그림이 조금 괜찮다.
별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백지영이 컴백얘기도
꺼집어내어 어쩌구 저쩌구 열심히 초치면서
즐겁게 밥을 먹는데...
딱~
갑자기 울남편 또 돌을 물었는지 입속에서
돌깨무는 소리가 났다.
이상타.
요샌 쌀속에 돌같은게 없는데 울남편은 심심하믄
돌을 깨물으니...
같은 밥을 먹어도 내사 생전 돌같은거 안무는데 말이다.
역시 뭐든 사람봐가면서 그러는갑다.

근데 이남자.
옛날같으면 대번에 큰소리를 탁 치면서
날 꼴셔볼낀데....
'밥속에다 삽으로 자갈을 퍼부었나?'
요말이 뒤따라 나와야 스토리가 정상일껀데
슬며시 휴지에다 밷고선 아무말도 않고
그냥 밥 먹든걸 계속한다.

어라~
한소리 들어먹을 각오로 울남편 면상을 쳐다보고
있든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왜 암말 안하는데?"
"뭘?"
"돌 물었잖아? 근데 왜 암말 안해?"
"참 나~"
"괜히 불안타. 야단 쳐라"
진짜다.
잔소리 하는사람은 평소데로 잔소리하고
야단치든 사람은 평소데로 야단을 쳐야지
정상인데...
요새 돈 못벌어준다고 내가 눈총 준것도 아닌데
괜히 이남자 기가 죽었는거 같아서 속이 상했다.
역시 난 울남편한테 잔소리 듣고 야단맞아야
쑥쑥 자라는 체질인갑다. 히히...

'아이구 야단 쳐라. 난 야단 맞아도 싸다'
야단치면 속으로 메롱~ 하면서 연기하는 재미도
쏠쏠찮고 말대꾸 한마디씩 하는것도 재미인데...
'됐어. 기죽어할가봐 생태국 끓여주는데
점수 줬다. 그런신경 안쓰도 돼"
아이구 히히....
그거였구나.
내가 자신이 좋아하는 생태국을 오랫만에
끓여줬다고 배려해서 그런줄 알았는갑다.

사실은 떨이라서 샀든건데....
5000원짜리 2000원이라해서 산긴데...
글타고 그걸 고백할 바보가 어딧을까?
아무리 얼팡한 내라도 그 정도는 안다.
"아이구 생태보니 당신이 좋아하는기
생각나서 그냥 지나갈수가 있어야지.
내일 또 끓여줄께"
자신이 잘 나갈때는 무심히 넘겼을껀데
요새 조금 잘안나간다고 이남자 별걸 가지고
비약하여 감동을 하네.
그래도..그래도 말이다
난 울 남편이 내가 잘못하면 야단을 칠때가
더 좋다.
저렇게 아무소리 안하니 기가 죽고 늙은거 같아서
정말 싫다.